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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터지고 결심했어요”…베이징 투표소 가는 셔틀버스도 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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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터지고 결심했어요”…베이징 투표소 가는 셔틀버스도 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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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중국 톈진의 한 거리에서 베이징에 있는 재외 투표소로 가는 셔틀버스에 유권자들이 줄을 서 탑승하고 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20일 중국 톈진의 한 거리에서 베이징에 있는 재외 투표소로 가는 셔틀버스에 유권자들이 줄을 서 탑승하고 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다 같은 마음 아닐까요? 새 대통령은 누가 되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밝은 미래가 보이는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제21대 대통령 선거 재외국민 투표 시작일인 20일, 베이징으로부터 70㎞가량 떨어진 톈진의 한 거리에서 아침 7시20분부터 버스를 기다리던 조아무개(56)씨는 한겨레에 이렇게 말했다.



1시간 넘게 기다린 조씨는 오전 8시30분 ‘주중국대사관(재외투표소)’ 셔틀버스에 맨 처음 탔다. 베이징에 있는 주중 대사관 재외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 편의를 위해 재외국민 투표 기간인 25일까지 베이징 시내 2개 노선과 톈진에 대형 버스를 배치해 운영한다.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투표소를 찾는 재외 유권자들도 있지만, 공공교통을 이용하면 왕복 7시간은 걸리는 톈진도 투표 장벽이 만만치 않은 곳이다. 톈진에선 톈진한국인(상)회 사무국이 운영 및 안전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이곳에서 출발한 대형버스는 거의 만차로, 36명이 함께 베이징의 재외투표소로 향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촉발한 비상계엄 충격은 교민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다. 이날 ‘첫 재외국민 투표’라고 밝히는 유권자가 적지 않았다. 36명 가운데 5명이 처음으로 재외 투표소를 찾는다고 했다. 중국 거주 25년 차인 조씨도 마찬가지다. 조씨는 “정치에 정말 관심이 없었는데 그 일이 있고서 지난번에 투표를 안 해서 그러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이번엔 투표를 해야겠다. 마음 먹었다”고 했다.



24년 가까이 중국에 살며 중의사로 일하는 한화석(51)씨도 그 중 한명이다. 한씨는 “밖에 있다 보니 한국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비상계엄이 있고 나서 투표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능력 좋은 대통령, 좋은 인재를 등용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고 강조하면서 “전 대통령과 김건희 등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주중국 대사관에 차려진 재외 투표소.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주중국 대사관에 차려진 재외 투표소.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중국의 유권자들은 새 대통령에게 ‘실리 외교’를 펼쳐달라고 당부했다. 이들은 3년 넘게 미국과 일본 등에 치우친 한국 외교의 나쁜 결과를 온몸으로 겪었던 터다. 20년 넘게 톈진에서 사업을 하는 심호진(47)씨는 “중국은 여전히 한국에 중요한 무역 상대국인데, 이념에 매달려서 지난 몇 년 한·중 관계가 악화한 면이 있다”고 짚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근거가 불분명한 혐중 뉴스를 들어 중국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심씨는 “한국에서 혐중 뉴스가 나오면 중국인들은 그걸 다시 여기 소셜미디어 등에서 퍼다 날라서 악순환이 생기고, 교민들은 한·중 관계 악화를 더 가깝게 느낀다”며 “경제가 힘들어지니 새 정부에선 더더욱 실용 외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상황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던 교민들은 서둘러 대선이 치러져 다행스럽다고 했다. 5년이 아닌 3년2개월 만에 다시 대통령을 뽑게 됐지만, 빠른 수습이 절실하다고 했다. 사업을 하는 이희정(60)씨는 “교민들은 나라가 바로 서야 어깨를 펴는데, 한동안 마음도 많이 아프고, 위축됐다”고 했다. 그는 “혼란한 정치 상황이 한국의 위상에 정말 큰 악영향을 주는데, 빨리 수습되고 조속히 대선이 치러져 다행”이라면서 “한국이 이제 힘을 좀 합쳤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2만5154명이 재외국민 투표를 신청한 중국에서는 베이징 주중대사관을 포함해 광저우·상하이·선양·시안·우한·청두·칭다오·홍콩 총영사관과 다롄 출장소 등 10곳에 재외 투표소가 차려졌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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