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실험 단계를 넘어 기업 운영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기술 임원 대부분은 향후 2년 내 자사 AI 도입례의 절반 이상이 자율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전문 서비스 기업 EY(Ernst & Young)이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다.
그동안 생성형 AI는 경영진의 관심을 끌어온 반면, 목표 달성을 위해 자율 혹은 반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는 비교적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구글 트렌드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말부터 ‘에이전틱 AI’ 및 ‘AI 에이전트’ 관련 검색량이 급증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주력 기술로 부상한 에이전틱 AI
EY 설문에 응한 500여 명의 기술 임원 중 절반은 향후 AI 도입례에서 에이전틱 AI가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48%는 이미 에이전틱 AI를 도입했거나 전면 배치 중이며, 이 중 절반은 향후 24개월 내 자사 AI 시스템 50% 이상이 자율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Y는 이번 조사에서 AI 투자 확대 추세도 확인했다. 기술 임원 92%가 AI 지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응답했으며, 절반 이상은 자사가 경쟁사보다 AI 투자 면에서 앞서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응답자 81%는 향후 1년 내 AI가 기업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EY 테크놀로지 부문 총괄 제임스 브런디지는 “기술 기업이 에이전틱 AI 도입을 선도하고 있다. 경제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AI의 가치를 확신하고 있으며, 투자 확대와 함께 파일럿 단계를 넘어 전면 배치로 전환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측정 가능한 비즈니스 성과를 통해 실질적인 ROI를 증명하라는 압박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AI 예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한 임원 중 43%는 에이전틱 AI가 전체 AI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에이전틱 AI 도입 배경으로는 경쟁력 유지(69%), 고객 지원(59%), 내부 전략 수립(59%)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EY 아메리카 테크놀로지 성장 부문 총괄 켄 잉글런드는 “기술 기업은 언제나 신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하는 경향이 있으며, 대부분 경쟁사보다 앞서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AI에 대한 자신감이 실제 성과를 앞서가는 경우가 많다. AI는 아직 발전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이들 기업이 경쟁사 대비 어떤 위치에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외부 시각에서의 평가가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라고 분석했다.
에이전틱 AI, 조직 구조도 재편
에이전틱 AI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기업의 아키텍처도 재편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생성형 AI에 이목이 집중됐지만, 에이전틱 AI의 실현에는 전통적인 AI와 머신러닝 기술의 발전도 핵심 요소다. 잉글런드는 에이전틱 AI를 “다양한 플랫폼에서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라고 평가했다.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고객과의 상호작용 방식과 비즈니스 운영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세일즈포스 CEO 마크 베니오프는 신뢰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제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아이언맨’ 같은 영화 속 미래 기술이 현실화되는 기술 시대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세일즈포스는 아인슈타인 1 플랫폼(Einstein 1 Platform)과 에이전트포스(Agentforce) 같은 도구를 통해 자사의 CRM 플랫폼에 AI를 깊이 통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영업, 고객 서비스, 마케팅, 커머스 전반에 걸쳐 자율 에이전트를 배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생성형 AI 기반 도구인 아인슈타인 GPT(Einstein GPT)와 아인슈타인 코파일럿(Einstein Copilot)은 지능형 비서 역할을 수행하며, 기업 데이터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 초안 작성, 고객 이력 요약, 자동 기록 입력, 질문 응답 등의 작업을 처리한다.
액센추어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새로운 기술 환경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면 챗봇 등 단일 생성형 AI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고도화된 AI 시스템을 깊이 있게 통합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복잡한 워크플로우를 자율적으로 관리·최적화할 수 있도록 여러 AI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에이전틱 아키텍처(agentic architecture)’의 도입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액센추어 보고서는 다국적 기업의 C레벨 및 데이터 과학 부문 임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많은 기업이 AI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있지만,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와 강력한 리더십, 무엇보다 견고한 데이터 기반이 필요하다고 액센추어는 강조했다. 특히 비정형 데이터 관리 역량 부족이 여전히 많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문제로 지적됐다.
또한 노후화된 IT 시스템과 부족한 직원 교육도 AI 전환의 발목을 잡는 주요 장애 요소다. 반면, 소수의 ‘선도 기업’은 AI 기반 투자와 더불어 AI를 운영 중심에 통합하는 ‘과감하고 전략적인 이니셔티브’를 실행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전체 수준에서 AI를 확장하고 이를 핵심 비즈니스 전략에 통합한 ‘선도 기업’은 전체의 8%에 불과하지만, 이들 기업 대부분은 확실한 ROI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액센추어의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 - 연매출 100억 달러(약 13조 9,000억 원)를 초과하는 선도 기업은 AI를 실험 단계로 운영 중인 기업보다 매출 성장률이 평균 7%p 더 높았다.
- - 기업 규모를 불문하고 선도 기업은 다른 세 유형의 기업 그룹보다 성과가 우수했으며, 주주 수익률도 평균 6% 더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 - 기업은 조직 전반에 AI를 도입하고 확대한 이후 평균 18개월 이내에 비용을 11% 절감하고 생산성을 13%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낮은 이해도는 기업 생존에 위협
가트너가 전 세계 456명의 CEO 및 고위 비즈니스 임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 77%는 AI가 새로운 비즈니스 시대를 열고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의 낮은 AI 숙련도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됐다. 조사에서 CEO가 “AI에 정통하다”라고 평가한 CIO는 전체의 44%에 불과했다.
가트너 수석 VP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펄롱거는 “기술 혁신에 대한 CEO의 인식 격차가 이처럼 심했던 적은 없다. AI는 디지털 비즈니스에서의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라, 비즈니스와 사회 전반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도약적 변화다. C레벨 전반의 AI 숙련도가 빠르게 향상되지 않으면 기업 경쟁력은 물론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CEO는 CIO, CISO, CDO 모두가 AI에 대한 숙련도가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AI 도입과 활용을 제한하는 주요 요인으로 ‘숙련된 인재 부족’과 ‘AI의 가치나 성과를 정량화하는 능력 부족’을 꼽았다.
가트너 수석 애널리스트 제니퍼 카터는 “이제 CEO는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인식 변화는 역량 강화의 중요성을 부각한다. 경영진은 AI의 잠재력과 영향력을 인식하면서 단순히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기존 직원들이 일상 업무 속에 AI를 자연스럽게 통합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추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AI의 역할이 진화하면서 역량 강화는 기업의 전략적 대응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직 전체가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에 적응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66%의 CEO는 자사 비즈니스 모델이 AI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즉, 모든 핵심 업무에 맞춰 AI 관련 역량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EY의 잉글런드에 따르면, 적절한 역량을 갖춘 인재 채용 역시 AI 시대 대응 전략의 일환이다. EY의 ‘테크놀로지 펄스 폴(Technology Pulse Poll)’ 조사 결과, 기술 책임자 84%가 향후 6개월 내 AI 도입에 따른 신규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잉글런드는 “AI 역량 전반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하며, 특히 AI를 실제 운영 환경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 역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AI 경험이 있는 프로덕트 매니저, 데이터 엔지니어, ML옵스(MLOps) 전문가, 그리고 포워드 디플로이 엔지니어(Forward Deployed Engineer, FDE) 채용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AI 도입을 서두르는 기업이 외부 프리랜서 인재로 눈을 돌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글로벌 프리랜서 플랫폼 파이버(Fiverr)가 발표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에이전트 구현을 지원할 프리랜서를 찾는 기업 수는 무려 1만 8,000% 증가했으며, ‘AI 콘텐츠를 인간적으로 다듬는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프리랜서 수요도 64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파이버는 지난 6개월간 플랫폼 내 수천만 건의 검색 데이터를 분석해 경제 흐름을 조망한 2025년 봄 비즈니스 트렌드 인덱스(Spring 2025 Business Trends Index)를 발표했다. 여기에 따르면, AI 에이전트와 함께 일할 역량을 갖춘 프리랜서에 대한 수요 증가는 기업이 적극 도입하고자 하는 ‘디지털 동료’를 실제로는 어떻게 배치하고 활용할지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동료라고 불리는 AI 에이전트는 이메일 읽기, 일정 조율, 고객 문의 응답 등 다양한 작업을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파이버 보고서 집필팀은 “챗봇 스크립트, 마케팅 이메일, 웹사이트 문구 등을 더 자연스럽게 다듬을 수 있는 프리랜서를 찾는 검색이 동시에 급증한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AI가 강력한 도구인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인간적인 손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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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as Mearian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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