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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한탕 크게" 부모도 포기한 중3…손 내민 경찰, 그 후 생긴 일

머니투데이 이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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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한탕 크게" 부모도 포기한 중3…손 내민 경찰, 그 후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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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김경근 서울 마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청소년보호계 경위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9만건(2023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7일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만난 김경근 마포서 여성청소년과 청소년보호계 경위./사진=김경근 경위 제공.

7일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만난 김경근 마포서 여성청소년과 청소년보호계 경위./사진=김경근 경위 제공.



중학교 3학년인 A군은 소위 말하는 '문제아'였다. 사이버 도박에 빠져 게임 아이템 사기를 치고,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 부모와 대화는 단절됐고, 학교에서도 A군을 포기한 상태였다. 심리적으로 고립된 A군은 극단적 시도까지 했다.

A군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서울 마포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SPO·School Police Officer) 김경근 경위(사진)다. A군을 만나기 위해 집앞으로 찾아가고, 1주일 한 번 함께 밥을 먹었다. A군의 거칠고 부정적인 반응에도 김 경위는 포기하지 않았다. 일방적인 구애가 3개월을 넘어가던 시점 A군에게 먼저 문자가 왔다.

'도박을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 경위의 일관된 믿음에 A군이 마음을 열었다. 김 경위는 A군이 도박중독치료기관에서 지속해서 치료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엿한 대학 신입생이 된 A군에게 꿈이 생겼다. A군은 김 경위에게 "나중에 경찰이 되고 나서 찾아가겠다"고 약속했다.

김 경위는 "한때 도박에 빠져 인생을 포기하려고 했고, '한탕 크게 하고 뜨겠다'던 아이가 스스로 도박을 끓었다"며 "지난날을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하면서 바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김경근 마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청소년보호계 경위가 관내 학교에 찾아가 청소년 범죄예방교육을 진행 중이다. /사진= 마포경찰서 제공.

김경근 마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청소년보호계 경위가 관내 학교에 찾아가 청소년 범죄예방교육을 진행 중이다. /사진= 마포경찰서 제공.



SPO 5년차인 김 경위는 올해 1분기 '경찰청 베스트 SPO'로 선정됐다. 지난 3월 청소년 폭력 서클을 선도한 공적을 인정받았다. 해당 사건은 학생들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선후배 사이인 청소년 6명이 서클을 결성해 학생들에게 강제로 돈을 빌린다는 내용이었다. 사이버 도박에 빠진 이들은 특수절도, 사기 등 20건이 넘는 범죄 혐의가 있었다. 금품을 갈취당한 피해 학생은 10명, 피해 금액은 500만원 상당이었다.

김 경위는 긴급동행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청소년들을 서울가정법원 소년부에 우범 송치했다. 우범 송치는 추가 범행이 우려되는 청소년을 경찰이 관할 법원에 직접 송치해 보호처분을 받는 제도다. 김 경위는 청소년들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을 연결해 도박중독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청소년 도박은 학교폭력뿐 아니라 금품 갈취, 절도 등 추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예방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도박에 빠진 청소년은 판단력과 자제력을 담당하는 뇌가 미성숙해 충동 조절이 어렵다. 김 경위가 관내 학교를 돌며 도박 근절 강의를 펼치고, 비행 청소년들의 치료를 적극 주선하는 이유다.

김 경위는 청소년 범죄는 단순히 처벌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더 큰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비행을 멈추도록 선도하고, 스스로 변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SPO를 청소년들의 '사회적 울타리'로 규정한다.

김 경위는 "믿고 지지해주는 가정과 함께 책임지는 지역사회, 협력하는 유관기관이 있다면 아이들은 반드시 변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아이의 삶을 지키는 경찰관, 학교의 든든한 동반자라는 사명감을 갖고 뛰겠다"고 다짐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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