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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 “한국 최초 AI 스마트 글래스를 소개합니다”

테크42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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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 “한국 최초 AI 스마트 글래스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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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넘어선 디바이스의 미래, ‘스마트 글래스’… 글로벌 빅테크 앞다퉈 상용화 경쟁
챗GPT 등 다양한 생성형 AI 활용하는 AI 스마트 글래스 ‘AI눈(AINOON)국내 첫 상용화
AI 대화부터 사진, 영상, 음악, 통화, 오디오까지… 후속 모델은 AR 디스플레이 적용 예정
ⓒTech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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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글래스는 꽤 오래전부터 미래 기술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 등으로 인해 상용화 개발은 미뤄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대신 MR(혼합현실), XR(확장현실) 등이 앞에 붙은 헤드셋이 등장했다. 메타의 오큘러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 애플의 비전프로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비싼 가격과 콘텐츠 부족 문제 등으로 본격적인 대중화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022년 말 등장한 생성형 AI는 다시금 스마트 글래스 상용화에 불을 붙이고 있다. 메타를 비롯해 삼성전자,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다시금 본격적인 ‘AI 스마트 글래스’ 상용화 제품 개발을 선언하며 경쟁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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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한 토종 중소기업이 AI 스마트 글래스 상용화 제품을 선보이며 이들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에 나서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다. 바로 ‘AI눈(AInoon)’을 개발한 시어스랩이다. 이에 테크42는 최근 글로벌 업계의 AI 스마트 글래스 개발 상황과 더불어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 인터뷰를 통해 ‘AI눈’의 특장점과 경쟁력을 알아봤다.

AI 스마트 글래스로 가는 흐름은 필연적

디바이스의 개인화는 과거 ‘PC(퍼스널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다. 개인화된 컴퓨터는 인터넷과 IT 기술의 발달로 인해 모바일로 진화했고, 이는 다시 더욱 개인화된 헤드셋 형태의 디바이스 개발 시도로 이어졌다. 스마트 글래스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유력한 차세대 디바이스로 수년 전부터 거론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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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의 경우 이미 레이밴(Ray-Ban)과 협업한 미국 최초 AI 스마트 글래스 상용화 모델을 선보였다. 이어 올해 말 출시를 예고한 새로운 버전의 스마트 글래스도 준비 중이다. 코드명 '하이퍼노바(Hypernova)'로 불리는 이 차세대 모델은 디스플레이를 내장하고 AI 챗봇 기능, 얼굴 인식, 실시간 앱 연결 등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해안(HAEAN)'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제스처 인식 센서와 레도스(LEDoS)로 불리는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XR 글래스를 개발 중이다. 구글 역시 삼성과의 협력을 통해 안드로이드(Android) XR 기반 스마트 글래스 출시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근 TED 2025에서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 글래스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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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까지 기술적 한계는 존재한다. 배터리 용량과 발열 문제, 디스플레이의 밝기·투명도를 모두 확보해야 하는 문제, 입력 방식의 부자연스러움, 좁은 시야각(FOV)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100만원을 훌쩍 뛰어 넘는 가격도 상용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스마트 글래스가 일상용 웨어러블 기기로 확산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이다.

다만 최근 AI 가속기 기술과 웨이브가이드(도파관) 디스플레이, 하이브리드 UX의 발전은 업계가 실질적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앞선 사례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언제나 새로운 디바이스는 새로운 시장과 관련 생태계를 만든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어스랩, 'AI눈'이 가지는 상징성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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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글로벌 기술 경쟁 속에서, 국내 토종 기업인 시어스랩이 한 발 앞서 실제 상용화 제품을 내놓으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품 발표회를 거쳐 올 3월 31일부터 국내 예약 판매에 돌입한 ‘AI눈(AInoon)’은 한국 최초 생성형 AI 기반 스마트 글래스다. 챗GPT 등의 다양한 생성형 AI 모델을 연동해 일상에서 음성명령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 번역, 사진 인식, 음악 감상, 영상 촬영, 통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달부터는 미국을 포함한 20개국 이상에서 킥스타터(Kickstarter) 플랫폼과 자사몰을 통해 예약 판매를 개시했다.


‘AI눈’에서 우선 주목할 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현존하는 AI 스마트 글래스와 견주었을 때 절반도 안되는 가격임에도 기술적으로는 뒤떨어지지 않는다. 전용 앱과 연동을 통해 원하는 생성형 AI 모델을 소비자가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자체 개발한 SDK(Software Development Kit)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제공해 열린 생태계를 추구하고 있다. 하드웨어 역시 다양한 안경 제조 기업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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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42와 만난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는 "AI눈은 단순한 전자기기가 아닌, 하이엔드 스마트 안경”이라며 “일반 안경처럼 착용하면서도 AI 기능을 필요할 때만 사용할 수 있는 UX로 설계하는 등 대중화를 위한 가격을 고려하면서도 최대한의 기능을 탑재하려 노력했다”고 운을 뗐다.

“미국과 유럽 시장 쪽의 수요를 예상하고 있어요. 선글래스 타입도 가능하다 보니 날씨가 더운 남미와 동남아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있고요. 지금 메타의 스마트 글레스 외에는 아직 시장이 없는 상황이예요. 그 마저도 15개국 정도 밖에 판매가 되지 않고 있고요. 나머지 시장은 비어있는 셈이예요. 그런 시장을 온라인 판매를 통해 ‘AI눈’으로 공략하는 중이죠.”


‘AI눈’에 다음으로 주목할 점은 시어스랩이 보유한 비전 AI 기술이 반영됐다는 사실이다. 이와 연동된 전용 앱은 AI 자동 큐레이션이 가능한 ‘모먼트 UX(Moments UX)’가 적용돼 있어 사용자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다른 앱들과 연결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시어스랩은 이 비전 AI 기술을 적용해 장애인 특화 기능, 각 산업 영역에 특화된 기능을 고객 맞춤형으로 추가할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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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시어스랩은 ‘AI눈’을 단순한 제품을 넘어 일종의 생태계를 만드는 기초로 보고 있다. 우선은 전용 앱을 통해 다양한 생성형 AI 모델과의 연동하고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시작이다. 이후 AI가 적용된 다양한 앱과 연결을 진행하며 콘텐츠 생태계가 충분히 만들어 졌을 때 AR(증강현실)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스마트 글래스의 활용성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빅테크 보다 한 발 앞서 상용화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에 나서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AI 스마트 글래스보다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했다.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시어스랩이 취한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하드웨어는 협력사와의 공동 개발로 풀면서도 핵심 소프트웨어와 UX는 시어스랩이 직접 설계했다.

배터리 지속 시간과 발열 문제에 대해서도 시어스랩은 현 기술 수준에서 최선의 방법을 택했다. 사용성을 고려해 210mAh 배터리를 적용, 일반적인 사용 패턴으로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을 달성했다. 그러면서도 무게는 45g으로 경량화해 혹 배터리가 방전돼도 일반 안경과 같은 지속 착용이 가능하다.

AI눈 탄생에 얽힌 기술 히스토리

시어스랩이 단기간에 AI눈을 개발한 것이 아니다. 정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삼성전자와 SK텔레콤에서 미래 기술 전략과 반도체 마케팅을 담당했던 전문가다. 2014년 시어스랩을 설립한 이후 롤리캠, ARGear, MirrorTown 등 다양한 비전 AI 기반 제품과 플랫폼 서비스를 출시하며 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롤리캠은 세계 최초 AR 카메라 앱으로 글로벌 1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저희 스스로는 롤리캠으로 전 세계 카메라 UX의 기준을 바꿨다고 자부합니다. 기존 카메라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았다면, 우리는 유저가 보고 싶은 현실을 표현하는 카메라를 만든 거였거든요. 결국 그 기술이 스노우, 틱톡으로 연결된 거라고 봐요. 다만 롤리캠은 카메라 앱으로만 머물러 아쉬움이 있었죠."

글로벌 B2C 플랫폼 개발 경험을 쌓아가며 시어스랩은 모바일 최적화 솔루션 개발 역량과 XR 콘텐츠 제작 IP 경쟁력을 확보해 나갔다. 또 한편으로 가전, 통신 분야 글로벌 기업들과의 제휴를 통해 AR SDK를 공급하며 기술적 기반을 다졌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메타버스 붐이 일었을 당시 에는 아바타 서비스와 커머스 서비스를 시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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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몇 차례 성공과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던 시어스랩이 그간의 역량과 기술적 성취를 집중시켜 ‘AI눈’ 개발을 본격화 한 것은 2년여 전부터다. 정 대표는 "아직 AR 디스플레이는 너무 비싸고, 콘텐츠도 부족하고, 기술적으로도 발열 문제가 많다”며 “우선은 디스플레이를 제외하고 일상적인 UX와 생성형 AI의 융합에 집중했다”며 ‘AI눈’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당장은 AR 글래스를 제외하고 생성 AI만 적용해도 충분하다고 판단했어요. 물론 향후 버전에는 적용할 계획이 있지만, 당장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준의 AR 글래스를 목표로 하진 않아요. 그건 빅테크의 몫이죠. 대신 저희는 AR 글래스의 컴퓨팅 파워를 최대한 낮춰서 일반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앞으로는 가격도 10만원 수준으로 낮추면서 온바이스 AI 등을 적용해 AI 기능을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는 AI눈 특화 버전도 생각 중입니다. 이미 소프트웨어는 개발 완료 단계예요.”

공간 데이터 확보를 통해 한수 앞을 준비 한다

정진욱 대표가 AI눈을 통해 그리는 시어스랩의 중장기 비전은 분명한 그림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디바이스 사업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간 데이터 중심의 '스페이셜 웹(Spatial Web, 공간 웹)'을 실현하겠다는 목표와 맞닿아 있다.

"앞으로 정보는 기존 웹과 같은 2차원 평면이 아닌, 공간 위에서 실시간으로 떠다니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메타버스가 확장되지 못한 이유는 공간 데이터를 스캔하고 모으는 비용이 너무 컸기 때문이죠. AI눈은 그러한 공간 데이터를 채취하는 앵커가 될 수 있습니다. 구글이 웹 데이터를, 메타가 소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처럼, 저희는 공간 데이터를 확보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겁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기능을 탑재한 시어스랩의 AI 스마트 글래스 시연 영상. AI눈은 향후 장애인용, 교육용, 산업용 등 특화 디바이스로의 확장도 예정돼 있다. 올해는 B2C 제품을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킨 후 내년부터는 특화용 디바이스를 파트너들과 함께 상용화할 예정이다. (영상=시어스랩)
앞서 정 대표의 말처럼 AI눈은 향후 장애인용, 교육용, 산업용 등 특화 디바이스로의 확장도 예정돼 있다. 올해는 B2C 제품을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킨 후 내년부터는 특화용 디바이스를 파트너들과 함께 상용화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전용 앱 기반의 AI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개발자와 사용자, 그리고 다양한 LLM 공급사들을 연결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AI눈’은 이러한 계획의 시작에 불과한 셈이다. 이를 현실화 시키기 위해 시어스랩은 이달부터 시리즈 B2 후속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인터뷰 말미, 정 대표는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없었던 시장을 만들어 가는 일이 쉽지는않았다”면서도 “AI눈이 좋은 도구가 돼 한국의 우수한 소프트웨어, 콘텐츠가 세계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재차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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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은 대부분이 조선과 반도체와 같은 하드웨어잖아요. 소프트웨어는 콘텐츠가 인정 받고 있지만, 좋은 앱들도 많거든요. 저는 AI눈이 좋은 도구로 활용돼 한국의 우수한 소프트웨어가 글로벌 시장에 소개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대기업을 비롯해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이건 시어스랩만의 일이 아니라 한국 소프트웨어 시장의 생존 문제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AI눈’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힘 내 달려볼 생각입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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