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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 털 빠져 놀라게 한 도심 너구리…이번엔 사람도 옮는 병 발견

머니투데이 정세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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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 털 빠져 놀라게 한 도심 너구리…이번엔 사람도 옮는 병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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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최초 광견병·렙토스피라 등 인수공통감염병 및 개과 동물 감염병 모니터링 연중 실시



서울시는 도심에서 포획한 너구리와 진드기에서 인수공통감염병인 SFTS(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와 렙토스피라가 검출됐다고 20일 밝혔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10월부터 올해 초까지 구조한 너구리와 채취한 진드기에서 인수공통감염병과 반려동물 관련 병원체를 확인했다. 서울 도심에서 구조한 너구리와 진드기에서 SFTS(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병원체가 검출된 것이다. 너구리 폐사체에서는 렙토스피라 병원체가 나왔다.

SFTS는 주로 진드기에 물렸을 때 발병되며 진드기가 사람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포유동물을 흡혈하는 과정에서 고열, 혈소판감소증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사람의 경우 SFTS에 감염되면 6-30%의 치사율을 보인다. 한국의 경우 SFTS 치사율이 약 32%에 이른다. 렙토스피라는동물의 오염된 소변에 직접 접촉(상처 부위나 점막을 통해서 감염)하거나 오염된 물이나 환경에 간접적으로 노출될 때 걸린다. 잠복기를 거쳐 발열과 두통, 오한, 심한 근육통(특히 종아리와 허벅지), 안결막 충혈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야생 너구리에선 개허피스바이러스, 개코로나바이러스 등 반려동물과 관련된 병원체도 다수 확인됐다. 광견병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에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야생 너구리를 대상으로 인수공통감염병 10종과 개(犬)과 동물 주요 질병 13종에 대한 질병 모니터링을 본격적으로 실시한다.

등산객 50대 남성 이모씨가 지난 4월3일 계남근린공원 일대에서 너구리를 찍은 사진. 이씨는 약 한달 전부터 병에 걸린 너구리가 자주 보인다고 했다. /사진=독자 제공

등산객 50대 남성 이모씨가 지난 4월3일 계남근린공원 일대에서 너구리를 찍은 사진. 이씨는 약 한달 전부터 병에 걸린 너구리가 자주 보인다고 했다. /사진=독자 제공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3월 발표한 '서울 도심지 출몰 야생 너구리 실태조사 및 관리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면적의 약 32%가 너구리 서식 가능 지역이다. 25개 자치구 중 24개(96%)에서 너구리가 관찰됐다. 연간 너구리 구조 건수도 2022년 63건에서 2024년에는 78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엔 117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이달 초 양천구 일대에서 개선충에 걸려 털이 빠진 너구리가 잇따라 포착되며 주민들이 불안에 떨기도 했다.


야생 너구리 대상 모니터링은 연중 상시로 운영된다. 서울시 야생동물구조센터의 협조를 받아 서울 도심 공원과 주택가 등에서 구조된 너구리로부터 관련 시료를 채취하여 진행된다. 특히 너구리에 대한 병원체 검사에 그치지 않고 부검과 병리조직검사를 병행하여 질병 원인 등을 규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간 축적된 검체 분석 결과를 정밀 분석하고 서울시 야생동물 보호 및 반려동물 방역 정책 수립에 필요한 과학적 근거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모니터링을 통해 야생너구리로 인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사람과 야생동물이 상호 공존하기 위해서는 야생동물에게 먹이주기 않기, 먼저 다가가지 않기, 자극 주지 않기 등의 '긍정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주성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장은 "이번 모니터링은 사람과 동물, 환경의 건강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원헬스(One Health) 개념에 기반한 능동적 대응으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역 및 보건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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