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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이승엽 감독, 소신껏 야구하라 [김대호의 야구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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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이승엽 감독, 소신껏 야구하라 [김대호의 야구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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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부진으로 두산 팬들 사이에 '퇴진' 목소리 커져
어려울 때일수록 휘둘리지 말고 자신 있게 나가야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2025시즌 초반부터 성적 부진으로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두산 극성 팬들은 이승엽 감독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2025시즌 초반부터 성적 부진으로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두산 극성 팬들은 이승엽 감독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두산 베어스 팬들 사이에 이승엽 감독 퇴진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크다. 이유는 몇 가지로 추려진다. 무엇보다 팬들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불만이지만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을 잘 못 데리고 왔다’, ‘경기운영능력이 떨어진다’, ‘불펜을 혹사시킨다’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두산 팬들 중 일부는 이승엽 감독이 부임할 때부터 반대했다. 은퇴 뒤 5년 동안 지도자 수업을 받은 것도 아니고, 유학을 다녀온 것도 아닌 TV 골프 예능에만 열심히 출연한 인사를 이름값만으로 감독 자리에 앉히는 게 맞냐고 따졌다. 그리고 막상 감독을 맡자 선수들 장악 능력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두산만큼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구단이 없다. 두산과 인연이 전혀 없는 이승엽 감독이 선수들에게 끌려다닌다는 것이다. 특히 고참 선수들에겐 말 한 마디 못하고 애꿎은 신출내기들한테만 큰 소리 친다는 얘기도 있다. 고참들 눈치 보느라 과감한 선수 기용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강한 카리스마 보단 조용하면서 냉철한 판단력이 돋보이는 지도자다. 이를 두고 일부 두산 팬들은 선수들 장악 능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한다. /뉴시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강한 카리스마 보단 조용하면서 냉철한 판단력이 돋보이는 지도자다. 이를 두고 일부 두산 팬들은 선수들 장악 능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한다. /뉴시스


고급 일식 요리가 연이어 나오는 ‘오마카세’에 빗대 이승엽 감독 야구를 ‘투마카세’라고 불렀다. 불펜 투수를 쉴 새 없이 교체한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불펜진의 부담은 커지고 혹사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위 내용만 보면 두산의 부진한 성적이 몽땅 이승엽 감독 책임인 듯싶다. 두산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왕조’를 세운 구단이다. 2022년 9위로 곤두박질치자 박정원 구단주(두산그룹 회장)가 직접 나서 이승엽 감독을 모셔 왔다. 그것도 삼고초려 해서 거절하던 이 감독의 마음을 돌렸다. 이승엽 감독은 정상에서 한 번 떨어진 팀을 단 시간 내 다시 올리는 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박정원 구단주는 이승엽 감독에게 "시간을 주겠다. 기다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승엽 감독은 매우 신중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을 뿐더러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리고 내성적이다. 남보다 자신을 먼저 들여다 보는 성격이다. 필자는 스포츠신문 야구 기자로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삼성 라이온즈를 출입하면서 이승엽 감독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는 성적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표정이 한결같았다. 늘 예의 바르고 노력하는 선수. 사람들 앞에서는 웃지만 뒤에선 칼을 가는 선수였다. 이승엽 감독은 자신의 좌우명인 ‘평범한 노력은 노력이 아니다’를 지키면서 살아왔다.


이승엽 감독은 2022년 9위의 두산을 2023년 5위, 2024년엔 4위로 끌어 올렸다. 두 해 연속 와일드카드 문턱을 넘지 못한 게 아쉽지만 그 성과를 폄훼할 수 없다. 더욱이 지난 해엔 시즌 시작부터 ‘오재원 마약 사건’이 터져 유망주 8명을 묶어 두고 시즌을 치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곤 공-수의 핵인 허경민과 김강률을 FA로 떠나보냈다. 만년 주전 유격수였던 김재호는 은퇴했다. 주전들의 노쇠화 기미가 뚜렷하지만 전력 보강은 미미했다. ‘화수분 야구’는 옛 말이다. 끈끈한 팀 컬러도 많이 퇴색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경기를 앞두고 뭔가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 이승엽 감독은 2025시즌이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다. /뉴시스

이승엽 두산 감독이 경기를 앞두고 뭔가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 이승엽 감독은 2025시즌이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다. /뉴시스


4월 26일 잠실 롯데전에서 3-0에서 4-7로 역전패하자 이승엽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눈물을 훔쳤다. 그의 성격상 누구에게 하소연하거나 변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책의 눈물로 짐작된다. 지금까지 나타난 이승엽 감독의 야구는 ‘기본기 야구’, ‘빠른 야구’다. 굳이 따지자면 ‘스몰 볼’에 가깝다. 정답은 없다. 선수 구성에 맞게 팀 색깔을 입히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중요한 건 주변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자신의 야구를 펼쳐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승엽 감독이 아니었다면 9위 팀을 단번에 중위권으로 올려놓지 못했을 것이다. 빈약한 불펜 투수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잘게 썰어 가는 수밖에 없다.


이승엽 감독의 계약 마지막 해인 2025시즌도 중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아직 기회는 충분하다. 이럴 때 주변 목소리에 휘둘리면 안된다. 지금 이승엽 감독에게 가장 필요한 건 소신껏, 그리고 자신 있게 자기 야구를 하는 것이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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