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규모 증가 폭 줄어⋯10.8->4.8%
올해 중소기업 자금 사정 악화 전망에
“정부·민간 금융기관 효율적 대출 운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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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 은행이 빌려준 돈의 이자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부실채권 규모가 4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 여파로 대출 원리금 상환 여력이 떨어진 부실 기업이 늘어난 탓으로 풀이된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 1분기 말 무수익여신 잔액은 3조965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2조9700억 원보다 33.5%(9958억 원) 증가한 수준이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의 무수익여신이 1조3680억 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신한은행(9181억 원)·하나은행(8843억 원)·우리은행(7954억 원) 순으로 집계됐다. 1년 새 증가 폭은 국민 57.8%, 신한 33.7%, 우리 29.8%, 하나 10%로 나타났다.
무수익여신은 은행 등 금융기관 대출 중에서 3개월 이상 이자를 받지 못하거나 원금 회수가 불투명해진 ‘부실 대출’이다. 금융사의 ‘5단계 대출 건전성’ 중 고정이하여신(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의 합계를 의미한다.
무수익여신 잔액 증가에는 기업 부문 영향이 컸다. 4대 은행의 올 1분기 기업 부문 무수익여신 잔액은 2조7438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3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 부문 무수익여신 잔액 증가 폭 28.9%보다 6.8%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이는 기업의 재무안정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올해 2월 0.84%로 6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체채권 관리를 분기 말에 강화하는 탓에 연체율이 통상 분기 중 상승했다가 분기 말에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상승 폭이 크다. 1년 전인 지난해 2월 0.70%보다도 0.14%p 올랐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도 올 2월 0.1%로 지난해 5월 이후 오름세다.
전망도 좋지 않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5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향후 실적에 대한 기업의 판단, 예측, 계획을 관찰·지수화한 경기지표 BSI가 100보다 낮으면 전월 대비 부정 경기를 전망한다는 의미다. 한경연은 글로벌 관세 및 환율 등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연초부터 위축된 기업 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사정이 녹록지 않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5인 이상 중소기업 216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 자금 사정이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은 43.1%로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16.6%)보다 2.6배가량 컸다.
은행들이 무수익여신 관리에 돌입하면서 은행들의 기업대출 규모는 축소되고 있다. 올 3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678조648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했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1년 사이 10.8% 증가했던 것과 대비된다. 이 중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올 3월 말 기준 540조7312억 원으로 1년 새 3.3%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 폭인 6.9%의 2분의 1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민간 금융기관이 효율적인 자금공급을 통해 기업의 재무개선을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윤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만성적 한계기업과 부실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전환을 촉진하고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한 자금 지원 확대 등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두영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중장기적으로 기업대출이 높은 생산성과 국내외 소비 수요가 높은 곳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한정된 기업대출이 기업 경쟁력 강화 및 산업 체질 개선에 사용될 수 있도록 정책을 개발하거나 경제의 구조 개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투데이/유하영 기자 (haha@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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