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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제? 중임제? 한 글자 차이 '개헌 공방'... "총임기 횟수 규정해야 독재 우려 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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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제? 중임제? 한 글자 차이 '개헌 공방'... "총임기 횟수 규정해야 독재 우려 불식"

속보
李대통령 "공평한 소비승수와 경기진작 잘 고려한 추경안"
이재명 '4년 연임'에 "장기집권 플랜" 의혹
'연임'보단 '중임'이 일반적으로 넓은 의미
'푸틴 시나리오' 가능성 없진 않지만 과장
해석 논란 해결책 '총임기 횟수 제한'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연임이냐, 중임이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띄운 '4년 연임제'를 두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년 중임제'로 맞불을 놓으며 정치권의 개헌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양측 공히 대통령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데는 인식은 같지만, 한 글자 차이를 두고 신경전이 치열하다. 대선 판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샅바 싸움이다. 이재명 독재 리스크를 우려해 개헌 이슈를 먼저 치고 나온 이 후보 입장에선 자신의 진정성을 어필하는 게 관건이다. 반면 선수를 빼앗긴 김 후보 입장에선 이 후보의 '장기 독재' 포비아를 부각시키려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두 방안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 후보의 개헌안이 실제 '장기 독재' 위험이 있는지 살펴봤다.

국힘 "이재명 장기독재 우려" 민주 "연임 적용 안돼"


법제처 해석에 따르면 연임(連任)은 "직위 임기가 만료된 후 새로운 임기의 시작과 함께 연이어 취임하는 것"을, 중임(重任)은 "직위 임기가 만료된 후 바로 이어서 또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다시 취임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연임은 연속해서 임기를 수행하는 것을 뜻하지만 중임은 횟수와 시기의 제한이 없다. 연속 수행 외에 임기를 건너뛰어 다시 수행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를 향해 "'연임제' 표현 속에 장기 집권 여지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지만, 언제든 다시 도전해 권력을 잡을 수 있는 중임제가 더 큰 개념이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후보 개헌안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식 재임 시나리오"에 빗댄 건 다소 과장됐지만 가능성이 없진 않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대통령 3연임이 불가능하던 2000년과 2004년 2번 연속 임기를 수행한 다음 2008년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에 올리고 2012년부터 다시 2번의 임기를 수행했다. 3연임 제한을 피해 징검다리식 장기집권을 한 건데 명시적 횟수 제한 없는 '4년 연임제' 개헌안에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다만 윤호중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들에게 "4년 임기 뒤 '한 번 더' 재도전할 수 있는 제도"라고 연임은 한 번으로 제한한다고 분명히 못 박았다. 연임을 무한정 허용하겠다는 게 아니란 것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2020년 아예 3연임이 가능하도록 개헌하고 특별조항을 넣어 과거 당선기록을 백지화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총임기 횟수 제한으로 '장기 독재' 우려 불식


결국 4년 연임제의 장기집권 가능성은 총임기를 몇 번까지 허용하느냐에 달렸다.

예를 들어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자체장의 연임을 3기까지로 제한할 뿐 총횟수는 제한하지 않아 징검다리 4선도 가능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렇게 제33·34·38·39대 서울시장 선거에 당선돼 4번째 시장 임기를 치르고 있다. 다만 이 후보가 당선돼 개헌하더라도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개정 제안 당시 대통령에 대해선 효력이 없다"는 헌법 제128조에 따라 본인이 장기 집권할 순 없다. 이 후보 역시 "개헌은 재임 당시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인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는 대통령의 향후 임기 연장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전망에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법조계는 새 헌법에 총임기 횟수를 규정하면 향후 해석 논란을 피할 수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발의한 개헌안에서 "대통령 임기는 4년으로 하되, 연이어 선출되는 경우 한 번 중임할 수 있다"고 명시해 해석의 여지를 없앴다. 감사원장은 헌법에서 "임기 4년, 1차에 한해 중임", 5·18 민주화운동 보상지원위원회 위촉위원은 관련법 시행령에서 "임기 2년, 한 차례만 연임"으로 규정하는 등 이미 법률로 총임기 횟수를 정하는 자리도 많다. 승이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누구도 미국 대통령에 2회를 초과해 당선될 순 없다'는 미 수정헌법 22조와 같은 규정을 마련하면 '장기 독재' 우려는 쉽게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