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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 붕괴 초읽기…금융위기 때보다 참혹, 돌파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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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 붕괴 초읽기…금융위기 때보다 참혹, 돌파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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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수주·건축착공면적·미분양 등 주요 지표 '뚝'
정책적 지원·중장기적 산업 체질 전환 필요


최근 건설경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깊은 침체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최근 건설경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깊은 침체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이중삼 기자] 공사판이 멈췄다. 일감·자금줄도 말랐다. 건설업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깊은 침체에 빠졌다. 금리·물가·재정 등 정책 수단은 제한된 상태다. 단기 처방으로는 회복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정책 병행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2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의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한 건설경기 진단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건설수주·건축착공면적·건설기성·건설투자 등 주요 실물 지표가 당시보다 큰 폭으로 악화됐다. 미분양 증가·기업 수익성 저하도 이어지고 있다.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경상) 금액은 2023년 207조1000억원으로, 전년(248조4000억원)보다 16.6% 감소했다. 2008년(-6.1%)보다 낙폭이 크다.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건설수주(불변) 금액은 171조9000억원으로, 같은 기간(212조원) 대비 18.9% 줄어 금융위기 당시(15.5%)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건축착공면적은 같은 해 31.7% 줄어들며 2008년보다 더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냈다. 건설투자 역시 2년 연속 감소하며 당시보다 나쁜 흐름을 보였다. 미분양(12월 말 기준)은 2022년 6만8107가구로 집계됐다. 2008년(16만5599가구)에 비해 절대량은 적었지만, 증가율은 284.6%에 달했다.

건설사 수익성도 급격히 위축됐다.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2021년 6.2%에서 2023년 3.4%로, 매출액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4.8%에서 3.0%로 각각 떨어졌다. 보고서는 주요 지표를 종합한 결과, 최근 건설경기 침체는 2008년보다 더 빠른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건산연은 건설경기 침체의 원인 중 하나로 한국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빠진 점을 꼽았다. /뉴시스

건산연은 건설경기 침체의 원인 중 하나로 한국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빠진 점을 꼽았다. /뉴시스


◆ 저성장 국면…2025~2026년 GDP 성장률 1%대 전망

보고서는 건설경기 침체의 핵심 원인으로 한국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빠진 점을 지목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3년 1.4%, 지난해 2.0%에 그쳤다. 2025년·2026년에도 각각 1.5%·1.8%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됐다. 저성장이 구조적으로 둔화되고 있어, 건설경기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은 부분도 발목을 잡고 있다. 2008년에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낮아, 환율이나 외화 유출에 대한 우려 없이 빠른 금리 인하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물가상승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가계부채부담이 높아지고 있어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 이는 건설사의 사업 계획뿐만 아니라, 수요자의 매입 결정에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고서는 "과거에는 금리 인하를 통해 빠르게 경기를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지만, 지금은 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되고, 고금리 상태가 장기화되며 회복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라고 짚었다.

공사비 부담이 높아진 점도 경기를 짓누르고 있다. 자재비 외에도 인건비 상승·안전과 품질 기준 강화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미·중 갈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등 외부 리스크까지 겹치며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파트 매매거래량도 2008년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거래 위축은 대출 규제와 고금리 부담, 경기 불확실성 등이 맞물려 수요 위축으로 이어졌다. 준공 후 미분양 확대가 이를 방증한다. 이는 건설사의 분양·사업 계획에 차질을 주고 있다.

보고서는 "과거에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나 빠른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신속한 경기부양이 가능했다"며 "현재는 고물가와 고부채, 미국과의 금리 역전 상황 등으로 통화정책 운용에 제약이 있고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건산연은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해법으로 유동성 공급을 통한 신속 대응과 구조 전환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짚었다. /더팩트 DB

건산연은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해법으로 유동성 공급을 통한 신속 대응과 구조 전환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짚었다. /더팩트 DB


◆ 건설업 위기 극복, "정부·업계 함께 노력해야"

보고서는 회복을 위한 해법으로 유동성 공급을 통한 신속 대응과 구조 전환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도심 복합개발, 물류·교통 인프라, 발전소 등 수요가 예상되는 분야와 노후 인프라 고도화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도심 재정비 사업을 적극 활성화해 주택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한 관련 규제의 합리적 완화와 인허가 절차의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족한 재정을 극복하려면 민간 자본을 유도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간 투자 인센티브 확대, 투자 리스크 분담 구조 개선 등 실질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세제·규제 측면에서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 외에도 심각한 인력 수급 불균형과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 전문인력의 체계적 양성, 기술교육 강화, 외국인력 제도 개선 등의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다. 근로 여건 개선을 통해 청년층의 산업 유입을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마트 건설 기술 도입도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드론 기반 자동화 시공, 인공지능(AI) 기반 공정관리 등 첨단기술의 실질적 도입을 위한 지원 확대를 꼽았다. 건설 데이터의 표준화와 클라우드 기반의 설계·시공 관리체계 구축 등 디지털 기반 인프라 조성도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ESG 대응 역량 강화도 필수적이라고 했다. 탄소 중립형 건설기법 도입, 친환경 자재 사용 확대 등 환경 측면의 실천과 생애주기(LCC) 기반의 ESG 통합 관리체계 확산을 통해 산업 전반의 구조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혜 건산연 연구위원은 "지금의 위기를 산업 구조 전환과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정책적 뒷받침과 업계의 혁신 노력이 함께 이뤄질 때 건설산업이 경제 회복의 견인차로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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