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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美 신용 강등에 일제 하락…국채·달러까지 '셀 아메리카' 재점화

아시아경제 뉴욕(미국)=권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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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美 신용 강등에 일제 하락…국채·달러까지 '셀 아메리카'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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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 美 신용등급 Aaa→Aa1 하향
美 주식·국채·달러 등 3대 자산 동반 매도
국채 금리 10년물 4.5%·30년물 5% 돌파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하면서 1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국채 가격과 미 달러화도 동반 하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투매)' 현상이 재점화 되는 양상이다.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금리가 치솟으면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5%, 30년물은 5%를 돌파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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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뉴욕 주식 시장에서 오전 9시31분 현재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8.4포인트(0.7%) 내린 4만2356.34를 기록 중이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59.18포인트(0.99%) 하락한 5899.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46.28포인트(1.28%) 미끄러진 1만8964.82에 거래되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 16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 'Aaa'에서 'Aa1'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로써 미국은 피치, 스탠다드앤푸어스(S&P)에 이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최고 신용등급 지위를 잃었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 원인은 미 연방정부의 부채 급증이다. 무디스는 "이번 (신용등급) 한 단계 강등은 정부 부채와 이자 지급 비율이 지난 10년 이상에 걸쳐 유사한 등급의 국가들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증가한 것을 반영한 조치"라며 "우리는 미국의 상당한 경제적·재정적 강력함을 인정하지만, 이는 더 이상 재정 지표 악화를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팔아치우면서 장기물 중심으로 국채 가격은 내리고 수익률은 치솟고 있다. 이론상 한 국가의 신용이 하락하면 해당국이 발행하는 채권의 부실 위험이 높아지고, 투자자들은 그만큼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2bp(1bp=0.01%포인트) 뛴 4.55%,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일 보다 13bp 급등한 5.02%를 기록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에 이어 신용등급 하락까지 겹치며 국채 시장 불안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감세안이 하원 예산위원회를 통과한 것도 국채 가격을 짓누르고 있다. 공화당 강경파는 앞서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추가 삭감을 요구하며 감세안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전날 재표결에서 마음을 돌렸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소득세-법인세 감세 공약이 연방정부 재정 적자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 가치도 미 주식, 국채와 함께 동반 약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전 거래일 보다 0.81% 하락한 100.13을 기록 중이다.


블리클리 파이낸셜 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은 "미국의 압박받는 부채와 적자 문제를 신용평가기관이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라며 "외국인의 국채 수요가 줄어들고 (미국이) 차환 발행해야 하는 부채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근본적인 요인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미즈호 인터내셔널의 조던 로체스터 EMEA 거시경제 전략 수석은 "이번 하향 조정의 중요성을 과장하고 싶진 않지만 이는 이미 자리잡은 탈달러화에 더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무디스 조치로 인한 시장 충격은 일시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보케 캐피털 파트너스의 킴 포레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경고음일 순 있지만, 처음은 아니다"라며 "채권 투자자들은 부채 이슈를 모두 알고 있다"며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종목별로는 월마트가 1.5% 약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담으로 인한 가격 상승을 예고한 월마트에 중국과의 협의를 통해 관세를 흡수하라며 가격 인상 계획 철회를 촉구한 여파다. 넷플릭스는 JP모건이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한 뒤 0.88% 내리고 있다. 투자자들의 위험 자산 회피 성향이 짙어지면서 기술주도 약세다. 엔비디아와 테슬라는 각각 1.87%, 4.53% 하락 중이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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