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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평발인 사람이 달리기할 때 신기 좋은 운동화를 추천해줄래?”
최근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김아무개(33)씨는 19일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지피티-4오’(GPT-4o)에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챗지피티는 “평발인 사람들은 아치가 낮거나 없기 때문에, 운동화 선택 시 발의 아치를 잘 지지해주고 과내전(발목이 안쪽으로 무너지면서 힘이 실리는 형태)을 방지해주는 기능이 중요하다”는 답을 내놨다. 이어 “혹시 주로 하는 운동이나 달리기 거리가 정해져 있으면 맞춤 추천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챗지피티가 정리한 ‘5~10km 평발 러너들에게 추천하는 러닝화 3종류’를 비교해본 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운동화를 구매했다.
인공지능에 뭘 살지 묻는다
챗지피티 등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검색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소비자의 온라인 쇼핑 과정 또한 변하고 있다. 기존에는 특정 제품의 이름을 검색해 가격이나 판매순으로 제품 정보를 얻었지만, 챗지피티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등장한 뒤론 대화형 질문을 통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쇼핑 정보를 얻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소비자가 대화하듯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정보를 찾아가는 ‘탐색’식으로 쇼핑 정보 수집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쇼핑 전 정보 취합용으로 챗지피티를 주로 사용한다는 권아무개(33)씨는 “네이버나 구글은 판매순이나 가격에 따라 제품을 나열해주는 반면, 챗지피티는 내가 원하는 것, 필요한 것에 맞춰서 제품을 일목요연하게 추천해줘서 자주 사용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요즘 가장 힙한 운동화는 뭐야?’,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이 자주 방문하는 맛집은 어디야?’, ‘노트북 사양별로 비교해줘’ 같은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맞춤형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권씨는 “대화 맥락을 통해 내 필요에 맞춰 순위까지 매겨달라고 하면 이를 매겨줘 쇼핑할 때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챗지피티를 이용해 쇼핑 정보를 수집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는 지난달 오픈에이아이가 챗지피티에 추가한 ‘쇼핑 기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기능은 이용자가 ‘서치(검색)’ 기능을 활성화한 뒤 특정 제품을 검색하면, 추천 제품의 이미지·가격·별점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용자가 마음에 드는 제품을 선택해 오른쪽에 표시되는 ‘구매하기(Buy)’ 버튼을 누르면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누리집으로 바로 연결된다. 오픈에이아이 쪽은 사용자의 과거 대화 맥락을 바탕으로 제품을 추천해줄 수 있다는 점을 구글 등 기존 검색 엔진과의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검색 쇼핑은 쌓여있는 리뷰·신뢰도 등이 강점
다만 챗지피티의 쇼핑 기능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실질적인 ‘쇼핑 채널’로 자리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추천 기준이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고, 제품 리뷰 수, 상세 페이지 품질, 브랜드 신뢰도 등 핵심 판단 요소가 반영되지 않아 구매로 이어지는 의사결정을 유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쿠폰, 멤버십 포인트 적립 등 혜택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동하거나 비교하는 기능이 없어 동일 제품의 최종 구매 조건을 파악하는 데 제약이 있다”고도 했다.
국내 검색·이커머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네이버 역시 ‘개인화된 탐색’을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 기반 쇼핑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사용자의 숨은 탐색 의도와 맥락, 쇼핑 이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구체적인 상품 정보를 입력하지 않은 경우에도 원하는 상품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던 곳에서 쇼핑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과 쇼핑을 해왔던 기업이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는 건 접근법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챗지피티는 대화·탐색을 통해 이용자의 맞춤형 취향을 파악하는 방식이지만, 네이버는 좋은 브랜드를 유치하고 쇼핑 데이터를 확보해 맞춤형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는 “챗지피티의 쇼핑 기능이 유의미할지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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