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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라스칼라 이끌 정명훈 "나라 빛낼 기회죠"

아시아투데이 전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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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라스칼라 이끌 정명훈 "나라 빛낼 기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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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년 역사 오페라극장, 첫 동양인 음악감독 선임…"이제 가족 돼 책임감 커"

19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정명훈 예술감독이 기자의 질문에 답변 하고 있다. /부산콘서트홀

19일 오후 부산콘서트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정명훈 예술감독이 기자의 질문에 답변 하고 있다. /부산콘서트홀



아시아투데이 전혜원 기자 = "36년간 서로 사랑스럽게 지내다가 갑자기 결혼하게 됐어요." 아시아인 최초로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을 맡게 된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이 19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임된 의미를 이렇게 비유했다.

라 스칼라 극장은 1778년 개관해 247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오페라 극장이다. 베르디의 '나부코', 푸치니의 '나비부인'과 '투란도트' 등 현재까지 널리 사랑받는 오페라 걸작들이 초연된 곳이다.

정명훈은 이 극장의 음악감독을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맡게 됐다. 이탈리아 출신이 아닌 음악감독이 임명된 것은 다니엘 바렌보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임기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다.

그는 "평생 외국 생활을 해온 내게 크게 의미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나라를 빛낼 좋은 기회이고 꼭 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라 스칼라와)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 됐으니 책임이 커졌다"며 "제가 원하는 것은 도움 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라 스칼라의 음악가들을 도와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도와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명훈은 라 스칼라 극장과 36년간 함께해왔다며 긴밀한 사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라 스칼라 극장과 1989년부터 84회의 오페라와 141회의 콘서트를 함께했는데 이는 극장의 상임 지휘자를 제외하면 가장 많이 공연한 횟수다. 정명훈은 과거 라 스칼라 필하모닉 역사상 처음으로 명예 지휘자로도 임명됐다.

그는 현재 라 스칼라의 극장장인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와의 인연도 언급했다. 오르톰비나는 이사회에 정명훈의 음악 감독 선임안을 공식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명훈은 "아무리 잘하더라도 서로 통하는 게 없으면 (같이) 안 한다"라며 "라 스칼라는 36년 동안 나의 제일 친한 친구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좋았다"며 "이탈리아어를 지금보다 못할 때인데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단원들이) 잘 알아들었다"고 떠올렸다.


정명훈은 이탈리아와 친숙하다고도 했다. 50년 전 공부하러 처음 이탈리아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점점 이탈리아와 사랑에 빠졌다고 돌아봤다. 그는 "음악만이 아니라 이탈리아 음식, 특히 파스타에 완전히 빠졌다"며 "이탈리아 친구들에게 농담으로 내가 '이태리 사람보다 더 이태리를 사랑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라고 웃음 지었다.

그는 향후 라 스칼라 극장의 방향성에 관해서는 "디테일하게 말할 때는 아니다"라면서도 "제가 제일 사랑하는 오페라 작곡가가 주세페 베르디다. 베르디의 곡을 꽤 많이 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명훈은 베르디의 오페라 중 '돈 카를로'와 '시몬 보카네그라'를 좋아하는 곡으로 꼽았다. 그는 베르디가 이탈리아 밀라노에 은퇴한 음악가들을 위한 양로원을 지은 점을 언급하며 "인간적인 요소가 그의 음악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정명훈은 내년 12월 7일 라 스칼라 음악감독으로 첫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정명훈이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총괄하는 클래식부산의 예술감독을 병행하게 되면서 라 스칼라 극장과 부산오페라하우스 간의 시너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2027년 개관할 예정이다.

정명훈은 "많이 도움은 될 것"이라며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처음 시작하는 곳인데 (라 스칼라는) 제일 높은 수준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어서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첫 공연도 라 스칼라와 함께 할 가능성이 높다며 베르디의 '오텔로'를 레퍼토리로 언급했다. 정명훈은 라 스칼라와의 협업뿐만 아니라 부산에서 클래식 음악의 기반을 다지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좋은 씨를 뿌리는 일이라고 빗대며 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했다.


그는 "부산에선 일단 음악과 오페라 청중을 키워야 한다"며 "제가 일평생 배운 것들이 (여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 오페라에 관해선 아시아에서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대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정명훈은 두 오페라 극장에서 감독 직을 수행하며 부산을 넘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도 피력했다. "우리나라가 어떤 면에서는 덜 날카로워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노래를 더 했으면 좋겠고 여기에 라 스칼라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누군가) 한국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물었을 때)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다'라는 대답이 처음 나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부산과 라 스칼라에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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