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원전에 히로시마 때와 같은 소형 원자폭탄이 떨어져도 안전하다’고 말했다. 체르노빌(1986)과 후쿠시마(2011) 참사 때 거듭 확인했듯, 원전 사고는 인간과 자연 모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거대한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후보는 무책임하고 사실에도 맞지 않는 발언을 당장 철회하고, 국가의 미래가 걸린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 마련을 위해 지혜를 보태야 한다.
김 후보는 18일 첫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그 위(원전 위)에서 소형 원자폭탄 같은 게 나가사키,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그런 정도가 떨어져도 원자로 반응을 하는 부분이 파괴되거나 원자력 자체에 고장이 없다. 그래서 굉장히 안전하다”고 말했다. 단 한번의 사고로 인류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도를 넘는 낙관론을 제시한 것이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9·11 테러(2001)가 있은 뒤 보잉 747 비행기가 격납건물(원자로를 감싸고 있는 건물)에 부딪히는 것을 버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기준은 생겼지만 “그 이상의 군사적 위협은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2022년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남부 ‘자포리자 원전’ 주변에서 교전이 이어지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심각한 원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강도 높은 경고를 이어갔다. 김 후보 말대로라면 핵폭탄이 떨어져도 끄떡없는 원전의 안전 문제 때문에 전세계 사람들이 쓸데없는 걱정을 한 셈이 된다.
원전은 우리 사회가 ‘당분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에너지원(지난해 전체 발전량의 31.7%)인 것은 틀림없다. 그와 동시에 사고로 인한 피해가 너무 치명적이고, 발전의 부산물인 ‘사용후 핵연료’의 처분 방법을 찾기가 어려운 결함투성이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2020년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자료를 보면, 미국·인도·유럽의 일부 국가에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에너지균등화비용(LCOE·총발전비용)이 원전보다 더 싼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도 기술 개발을 통해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용을 낮춰가며 ‘원전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를 지향해갈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참사가 발생한 것은 도쿄전력이 최대 높이 15.7m의 쓰나미가 덮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무시하고 방조제 보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전 안전’ 신화에 취한다는 것은 이처럼 무서운 일이다. 원전은 언젠간 없애야 할 ‘필요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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