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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때문에 화가 나는지의 판단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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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때문에 화가 나는지의 판단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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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열며] 송남용 심리상담사

인지정서행동치료 이론과 심리도식치료 이론에 의하면 분노 등의 감정은 사태(상대방, 상황) 때문이 아닌 사태를 인지(해석, 지각, 추론)하는 자신의 인지방식 또는 인지도식(틀, 안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상대방이 어떠하다 해도 반응(인지, 해석, 지각)하지 않으면 그 어떤 감정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지난 호에서 언급했듯 인간은 신과 같이 완전한 존재가 아닌 불완전 존재이기에 심한 자극을 받을 경우 압박을 받아 반응(인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대방(사태)으로 인해서도 분노 등의 감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 때문에 화가 났는지에 대한 언쟁이 벌어지게 되고 또 특히 화를 잘 내는 사람의 경우는 '왜 나를 화나게 해!'라고 늘 상대방 때문에 화가 났다고 생각하여 분노를 치유하지 못하고 틀에 갇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누구 때문에 분노 등의 감정이 발생하는가에 대한 어떤 기준이 있다면 그에 관한 판단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지만 필자가 알기로는 딱히 그런 기준은 없다.

그런 연유로 필자는 누구 때문에 화가 났는가에 대한 판단기준을 나름 두 가지로 생각해보았다. 한 가지는 자신의 과거 전력이다. 과거 전력이란 특정 사건으로 인해 화가 자주 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예컨대 지레짐작으로 인해 화가 자주 난 경우, 예의‧겸손‧책임감 등으로 인해 화가 자주 난 경우, 인정받는 문제로 인해 화가 자주 난 경우, 특별한 대우를 받는 문제로 인해 화가 자주 난 경우, 자신의 의견이나 말을 조금이라도 반박하거나 부정하거나 토를 달 때 화가 자주 난 경우, 야단하거나 통제하려 할 때 화가 자주 난 경우, 행동이 굼뜰 때나 청소 등을 완벽하게 하지 않을 때 화가 자주 난 경우, 변명하거나 합리화할 때 화가 자주 난 경우, 다른 사람 편을 들거나 차별할 때 화가 자주 난 경우 그리고 권위자에게 화가 자주 나는 경우라면 상대방(말, 행동) 때문이 아닌 자신(인지방식, 인지도식)으로 인해 화가 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거라는 것이다. 여기서 강조되는 말은 '자주'라는 말이다. 자주 그렇다는 것은 상대방 때문이 아닌 자신 때문일 가능성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의 기준은 가족력이다. 가족력이란 가족들이 화를 자주 내는 성향이 있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그럴 경우 역시 상대방 때문이 아닌 자신(인지, 인지틀) 때문에 화가 났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가족력이 있다고 하여 반드시 본인도 그렇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가족력은 누구 때문에 화가 나는지에 대한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심리는 주로 부모, 형제라는 환경에 의해 형성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족력도 판단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혹자는 누구 때문에 화가 나는지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것을 굳이 구분하고자 하는 것은 치유 때문에 그렇다. 즉 자신 때문에 화가 난 경우라면 자신의 인지방식과 인지도식을 변화시켜야 할 것이지만 상대방(말, 행동)으로 인해 화가 난 경우라면 자신(인지방식, 인지도식) 때문이 아니기 때문에 곧 살펴보게 될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대한 대처행동방식만을 변화시키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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