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콘서트홀서 라스칼라 음악감독 선임 회견
"이탈리아-한국 노래 사랑 비슷, 서로 잘 맞아
라 스칼라 단원들 적극 원해, 노할 수 없었다"
오페라 제작 선진 노하우 국내 전수 기대도
"이탈리아-한국 노래 사랑 비슷, 서로 잘 맞아
라 스칼라 단원들 적극 원해, 노할 수 없었다"
오페라 제작 선진 노하우 국내 전수 기대도
1778년 문을 연 세계적인 오페라 하우스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의 동양인 첫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정명훈(72)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이 19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송봉근 기자 |
" “라 스칼라와 첫 연주한 게 1989년인데, 시작부터 놀라울 정도로 잘 맞았다. 36년간 서로 사랑스럽게 지내다 갑자기 결혼하게 된 격이다. 이젠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 돼 버렸으니 책임이 커졌다.” "
오는 2027년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 감독에 취임하는 지휘자 정명훈(72)의 소회다. 247년 역사의 ‘오페라 메카’에서 첫 동양인 지휘자가 된 그는 19일 부산 연지동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무리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초대를 받아도 ‘too late’(너무 늦었다)라고 하는데, 라 스칼라만큼은 노(NO) 할 수가 없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72)를 이어 2030년까지 이끌게 된 정 감독은 라 스칼라와 1989년부터 9편의 오페라 공연 84회, 콘서트 141회를 함께 했을 정도로 끈끈한 사이다. 2023년엔 이 극장의 소속 오케스트라인 라 스칼라 필하모닉의 명예 지휘자에 위촉됐다. 특히 정 감독이 부산콘서트홀(오는 6월 21일 개관)과 부산오페라하우스(2027년 개관)를 운영하는 클래식 부산의 예술감독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양 기관의 시너지 상호작용이 기대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정 감독은 이날 27년 시즌 밀라노와 부산을 잇는 프로젝트를 깜짝 공개했다. 그는 “라 스칼라 음악감독으로서 공식 연주하는 첫 날짜가 내년 12월 7일인데, 베르디의 ‘오텔로’를 할 것”이라며 “부산에서도 27년 9월 오텔로, 라 스칼라(를 할 것)”라고 밝혔다. 27년 9월 개관을 목표로 하는 부산 오페라하우스에서 라 스칼라 초청 공연이 예상되는 발언이다.
1778년 문을 연 세계적인 오페라 하우스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의 동양인 첫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정명훈(72)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이 19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송봉근 기자 |
그는 이날 이탈리아와의 50년 인연을 ‘파스타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꺼냈다. “1975년 시에나에 가서 이탈리아 음식, 특히 파스타에 빠져서 나중엔 ‘로마 1년 살기’까지 했다”면서 “1989년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현 파리 국립오페라)를 맡았을 때부터 파리-로마를 오가며 살았고 지금도 이탈리아인보다 뽀모도로(토마토)를 많이 먹는다. 직접 만든 퓨레를 1년에 1000병은 먹는다”며 웃었다.
“이탈리아와 한국이 닮은 게 많다. 나라(국토) 생김새부터 사람들 감정 표현, 특히 노래를 좋아하는 면까지 한국인이 유럽 가운데 이탈리아와 가장 가깝다고 생각힌다. 한국은 음악 뿐 아니라 특별히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라 스칼라와 하면서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라 스칼라 음악감독 수락까진 지난 2월 취임한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65) 총감독에 대한 신뢰도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정 감독은 오르톰비나가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 총감독으로 일할 때 17년간 주요하게 협업한 바 있다. “오르톰비나가 내게 캐스팅, 리허설, 스케줄 등 모든 걸 맞춰줘서 일하기가 굉장히 편했다. 무엇보다 라 스칼라 단원들은 물론 극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내가 오는 걸 매우 원했다고 한다.”
세계적 권위의 오페라 극장인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차기 음악 감독에 선임된 정명훈 지휘자가 19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 대공연장에서 라 스칼라 극장 음악 감독 선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라 스칼라 극장에서 아시아인이 음악감독을 맡는 것은 247년 극장 역사상 정명훈이 최초다. 임기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다. 뉴스1 |
첫 공연을 베르디로 잡은 것과 관해선 “오페라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가 베르디이고 베니스에서도 17년 간 베르디를 많이 했다”면서 “사실 30여년 전 파리 오페라 시절 플라시도 도밍고와 베르디 녹음까지 했다. 그때보타 훨씬 더 잘해야 하는데, 더 깊이 음악을 파고 들어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또 “해외 생활을 오래 해서인지 ‘아시아인 처음’이라는 덴 별다른 감흥이 없다”면서도 “나라를 빛내줄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라 꼭 (잘)해야 한다고 느낀다”고 부연했다.
클래식부산의 박민정 대표는 정 감독의 라 스칼라 겸직에 대해 “성악가·음악가들 간의 예술적 교류뿐 아니라 연출, 무대미술, 무대기술 등 이탈리아의 앞선 제작기술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한편 정명훈은 6월 27~28일 부산콘서트홀 개관페스티벌에서 베토벤 ‘피델리오’를 콘서트오페라 형태로 선사한다. 유럽무대에서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춘 소프라노 흐라추히 바센츠, 테너 에릭 커틀러가 함께 한다. 11월 18일엔 라 스칼라 필하모닉과 같은 무대에 오른다(11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
☞라 스칼라 극장=1778년 개관한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오페라 극장. 벨리니의 ‘노르마’, 베르디의 ‘나부코’, 푸치니의 ‘나비부인’ ‘투란도트’ 등 숱한 걸작이 초연됐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클라우디오 아바도, 리카르도 무티와 같은 이탈리아 지휘자들이 음악 감독을 맡아왔고, 비이탈리아인으로는 아르헨티나 출신 다니엘 바렌보임(재임 2007~2014) 외에 정명훈이 처음(동양인 최초)이다.
부산=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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