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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바오 NOW]"우승 보러 왔다" 5만 영국인이 몰려 온다…숙박 요금 7~10배 올랐지만 상관 없다

스포티비뉴스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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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바오 NOW]"우승 보러 왔다" 5만 영국인이 몰려 온다…숙박 요금 7~10배 올랐지만 상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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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빌바오(스페인), 이성필 기자] 5만 영국인이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스페인 빌바오로 몰려 온다.

18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낮 기온은 영상 36도까지 올라갔다. 예보는 28도였지만, 거리마다 현재 기온을 알려주는 온도탑은 36도로 표기되어 있었다. 그늘 안으로만 들어가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 스페인 기후의 특성상 태양만 잘 피하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긴 옷과 짧은 옷이 서로 교차하는 가운데 사람들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거리를 걸었다. 적어도 빌바오의 일요일은 평안함 그 자체였다.

가장 바빠 보였던 곳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상위권을 오가는 아틀레틱 빌바오의 홈경기장은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 근처였다. 오는 22일 2024-25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결승전 토트넘 홋스퍼-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의 성사로 관련 종사들이 바쁘게 경기장 안팎을 오가는 모습이었다.

빌바오는 애석하게도 4강에서 맨유에 크게 얻어맞으며 탈락했다. 홈 1차전에서 0-3으로 패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원정 2차전에서도 1-4로 패하며 장렬하게 퇴장했다.

그렇지만, 빌바오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이날 발렌시아 원정에서 1-0으로 승리하며 프리메라리가 4위를 달렸다. 4위를 사실상 확보하며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 확보에 성공했다. 시내 중심부 펍에는 발렌시아전을 틀어 놓은 곳으로 가득했고 저마다 환호했다.


물론 빌바오 사람들이 두 영국팀의 결승전에 관심을 놓은 것은 아니다. 빌바오 시민들에게 약 1만 4,000장의 표가 뿌려졌다고 한다. 토트넘과 맨유 팬들이 3만 6,000여장을 나눠 받았고 예매 경쟁률이 치열했다. 표 없이 빌바오에 오는 팬들까지 더하면 5만 명 정도는 될 것으로 스페인 매체 'Tve'는 내다봤다.

기자가 투숙한 시내 한 호텔 직원 이나시오 코르테니오 씨는 "내일(19일)부터 영국인들 대부분이 숙소를 예약했다. 당신이 내일 숙소를 퇴실하는 것도 다 토트넘과 맨유 팬들 덕분이지 않나"라며 웃었다.

직원의 말대로 빌바오 시내 대부분의 숙소는 평소 우리 돈으로 8~15만 원대 숙소 요금이 경기 이틀 전부터는 60~120만 원으로 치솟았다. 이마저도 만실이 됐다. 축구 한 경기가 빌바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셈이다.







물론 바가지 요금은 메가 이벤트를 유치하면 늘상 있는 일이라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챔피언스리그(UCL) 하위 대회지만, 결승 대진이 프리미어리그급이라 상황이 달라졌다. 덕분에 기자도 19일부터는 빌바오에서 차량으로 40분 벗어난 어촌 마을로 이동해야 한다. 그나마 이곳은 숙소 요금이 꽤 정상적이지만, 경기가 임박하면서 역시 가격이 치솟고 있다.

경기장 바로 앞 버스터미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었다. 빌바오 버스터미널에는 벨기에 브뤼셀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 이동해 오는 장거리 버스들이 있다. 생각처럼 영국인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배낭을 메고 있는 사람에게 "영국에서 왔느냐"라고 물으면 "독일 사람이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가물에 콩이 나듯이 영국인, 정확히는 토트넘 팬이 보였다. '나 토트넘 팬이요'라고 자랑이라도 하듯이 흰색 유니폼을 입은 미치 스미스 씨에게 말을 걸자 "당신 한국인이 맞다면, 쏘니(손흥민) 우승 보려고 여기까지 온 것 아닌가. 나도 토트넘의 우승을 보고 싶어서 왔다"라며 웃었다.


런던에서 온 방법을 물으니 '산 넘고 물 건너'였다. 런던에서 기차(유로스타)로 출발해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 해협을 건너 프랑스 파리까지는 쉽게 넘어왔다. 하지만, 파리에서 빌바오로 향하는 가장 인접 도시인 보르도까지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버스를 타고 두 번이나 갈아타서 총 27시간이나 걸렸다고 한다. 서울 김포-중국 베이징-독일 뮌헨을 거쳐 빌바오까지 25시간이 걸려서 온 기자와 거의 맞먹는 시간이었다.

그나마도 2018-19 시즌 UEL 결승에서 만난 첼시-아스널 팬들보다는 낫다는 평가다. 당시는 결승전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렸었다. 스페인 이동이 아제르바이잔이라는 동유럽보다는 괜찮은 것이다.

경기장은 물론 시내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명소인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이동하니 양팀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조금씩 보였다. 적어도 승부가 갈리기 전까지는 흔히 유럽 여행에서 볼 수 있는 유니폼 입은 관광객이었다.

인근에 20일부터 팬 페스트가 열리는 광장이 펼쳐지고 UEFA가 지정한 전설적인 선수 1명과 빌바오가 위치한 바스크 지역의 전설이 레전드 매치도 갖는다.

항공이나 육로 등 다양한 방법으로 팬들이 몰리기 때문에 경기 이틀 전부터는 영국인들로 빌바오 시내가 가득 찰 것으로 예상된다. 누구도 토트넘-맨유가 만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뜨거운 한 판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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