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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통장 가로채고 청년들 월급 떼먹고···체포되자 즉시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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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통장 가로채고 청년들 월급 떼먹고···체포되자 즉시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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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임금체불 강제수사 504건
장애인·청년 월급 안준 사례나
갑자기 폐업 후 해외 도피 시도
"반의사 불벌조항 폐지" 요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임금체불 강제수사' 실적이 504건을 기록, 1년 전 대비 34.4% 증가했다고 19일 밝혔다. 2년 전인 2023년 4월 193건과 비교하면 2.6배 증가한 수치다.

이번 강제수사에선 지적장애인이나 외국인근로자, 청년 등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악의적 임금체불이 여러 건 드러났다.

고용부 양산고용노동지청은 병원 의류 세탁업체를 운영하면서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은 장애인 명의로 '대포 통장'을 만들어 장애인에게 줘야 할 임금을 지속적으로 착취한 사업주를 구속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편의점 여러 개를 운영하면서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에게 월급을 주지 않고 연락을 끊어버리는 수법을 사용해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편의점 업주를 구속했다.

체포영장이 집행되자 체불임금을 즉시 지급한 사업주들도 있었다. 고용부 창원지청에서는 근로자 5명 임금 270여만 원을 체불한 창호 제조업체 사업주를 근로감독관이 체포하자 즉시 체불임금을 청산했다. 포항지청은 포항과 경주 일대에서 건설근로자 6명 임금 150만 원을 8개월 넘게 지급하지 않았던 개인건설업자가 근로감독관에 체포되자 당일 모든 체불 임금을 지급했다. 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임금을 체불한 사례로 분석됐다.

임금을 체불하고 해외로 도피하려다 저지된 경우도 있었다. 서울 소재 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서는 미국 국적 사업주가 직원 50명 임금 5억8,000만 원을 체불한 채 갑작스럽게 폐업을 결정했다. 고용부 서울강남지청은 사업주의 해외도피 가능성을 감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고, 사업주는 약 한 달 후 체불임금 전액을 청산했다. 고용부는 향후 강제수사 등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대응 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다.

노동계에선 임금체불 '반의사 불벌조항' 완전 폐지 등 더욱 강력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임금체불의 경우 근로자가 원치 않을 경우 사업주 처벌이 어려운데, 이를 악용해 임금을 줄 여유가 있음에도 고의로 임금을 내주지 않는 사업자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9월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39.4%는 임금체불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고, 55%는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으로 '반의사 불벌조항 완전폐지'를 꼽았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