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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기대라더니' 40억 선수 김혜성이, 224억 베테랑 밀어낸 초대형 사건… 이유는? “다저스에 부족한 것 가져왔다”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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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기대라더니' 40억 선수 김혜성이, 224억 베테랑 밀어낸 초대형 사건… 이유는? “다저스에 부족한 것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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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는 비즈니스의 논리가 강하게 작동하는 세계다. 연봉이 곧 권력이다. 고액 연봉자들은 아무리 못해도 부진해도 한 자리가 보장되는 경우가 많다. 뭔가 선택을 해야 할 때도 마찬가지다. 고액 연봉자가 우선권을 얻는다. 야구 잘하고, 돈 많이 버는 선수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다. 반대의 경우는 억울한 사례가 많다.

그런데 19일(한국시간) LA 다저스에서는 그 반대의 사례가 일어났다. 다저스는 19일 발목 부상에서 회복한 토미 에드먼을 26인 현역 로스터에 등록하면서 크리스 테일러(35)를 양도선수지명(DFA)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많은 이들이 ‘설마설마’하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에드먼이 돌아오면서 26인 엔트리에서 한 명을 제외할 필요가 있었는데, 다저스는 마이너리그 옵션이 많이 남아 언제든지 강등시킬 수 있는 김혜성(26·LA 다저스)을 지키기 위해 테일러를 포기했다.

메이저리그의 생리를 생각하면 쇼킹한 사건 중 하나였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4년 총액 6000만 달러에 계약한 테일러는 올해 연봉이 1600만 달러(약 224억 원)에 이르는 베테랑이다. 반대로 올해 다저스와 3년 보장 1250만 달러, 3+2년 최대 2200만 달러에 계약한 김혜성의 올해 보장 연봉은 약 283만 달러(약 40억 원)이다. 테일러의 20% 수준도 안 된다. 하지만 다저스는 이 선택에서 테일러를 지웠다.

물론 다저스도 테일러의 오랜 공헌, 기본적인 기량, 그리고 연봉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시즌 막판이라면 잔여 연봉이 얼마 되지 않기에 고액 연봉자들을 양도지명하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지금은 아직 시즌이 중반도 이르지 않은 초반이다. 하지만 다저스는 테일러의 잔여 연봉 1250만 달러(약 174억 원)를 모두 부담하면서까지 강수를 뒀다. 지금 팀에는 김혜성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테일러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외야 세 포지션을 모두 볼 수 있고, 내야에서는 2루·3루·유격수를 모두 소화했다. 어디든 맡겨두면 평균은 하는 선수였다. 다저스의 로스터 운영에 큰 힘이었다. 4년 6000만 달러라는 꽤 큰 계약이 이를 상징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모든 게 내리막이었다. 부상이 겹치면서 신체 능력이 떨어졌고, 공·수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테일러는 지난해 87경기에서 타율 0.202, 출루율 0.298, 장타율 0.300, OPS(출루율+장타율) 0.598, 4홈런, 23타점에 머물렀다. 베이스볼 레퍼런스가 집계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0.1이었다. 올해도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출전한 28경기에서 타석 수는 단 35타석에 불과했다. 로스터 맨 끝에 있는 선수였다. 타율 0.200, 출루율 0.200, 장타율 0.257, OPS 0.457에 머물렀다. 홈런도 없었고, 도루도 없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에드먼의 부상을 틈타 올라온 김혜성이 대활약을 펼치면서 다저스가 고민에 빠졌다. 바뀐 타격 메커니즘과 미국 야구, 그리고 다양한 수비 포지션에 적응하기 위해 시즌 전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인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로 내려간 김혜성은 에드먼이 빠지자 비슷한 유형이라는 이유로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감격의 데뷔전을 치렀다. 당초 에드먼이 돌아오면 당연히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선수로 여겼지만, 김혜성이 뛰어난 활약으로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모든 양상이 바뀌었다. 말 그대로 지각 변동이었다.


김혜성은 19일까지 시즌 14경기에서 타율 0.452, 출루율 0.485, 장타율 0.581, OPS 1.066, 1홈런, 5타점, 3도루를 기록하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다저스에 없는 유형의 에너지를 불어넣는다는 찬사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선이 굵은 야구를 하는 다저스 타선인데, 김혜성은 재간과 스피드, 역동성을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부진한 테일러와 극명하게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다저스는 정 들었던 테일러를 포기했다. 다 김혜성 때문이었다.

현지 언론에서도 테일러의 방출 이유는 단 하나, 김혜성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번 경우가 굉장히 특이하다고 보고 있다. 다저스는 앞서 유망주 포수인 달튼 러싱을 등록하기 위해 오랜 기간 백업 포수를 봤던 오스틴 반스를 양도선수지명했다. 다만 반스는 연봉이 350만 달러 정도였다. 테일러는 1300만 달러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19일 테일러의 소식을 전하면서 “LA 다저스가 반창고를 뜯어냈다. 5억 달러에 가까운 팀 연봉을 보유한 다저스는 감성과 인내심을 선택하기보다는 베테랑 선수들을 계속해서 명단에서 제외하고 있다”면서 “다저스는 일요일 테일러를 방출하며 토미 에드먼과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부상 복귀 후에도 한국인 내야수 김혜성을 빅리그 로스터에 남길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부상은 34세의 테일러를 다저스 로스터에서 어색하게 만들었고, 거의 뛰지 못했다. 다저스가 시즌 46경기를 치르는 동안 테일러는 단 35번만 타석에 들어섰다. 1600만 달러가 보장된 4년 6000만 달러 계약의 마지막 해에 접어들면서 팀은 그를 로스터에 올려놓고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겨울 3년 계약을 체결하고 스프링트레이닝에서의 스윙 변경 후 김혜성은 다저스의 소박한 기대를 뛰어 넘었고 이 등장은 테일러를 소모적인 존재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디 애슬레틱’은 “김혜성은 다저스가 수년간 부족했던 스피드로 색다른 역동성을 가져왔다”면서 “에르난데스와 에드먼이 로스터에 합류하면서 김혜성의 출전 시간은 다소 복잡해졌지만, 그는 자신이 여전히 유용한 기여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디 애슬레틱’은 “각 움직임(반즈의 DFA, 테일러의 DFA)은 예측이 가능했다. 하지만 타이밍은 그렇지 않았다”고 다소 놀라워했다.

앤드루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부문 사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배우고, 변화하고, 또 상황에 따라 진화한다. 5월이 되면 시즌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서 시즌 전 구상과 지금 상황에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결국 팀이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했고, 이것 중 하나가 김혜성이었다는 것이다. 김혜성에 대한 구단의 기대를 엿볼 수 있는 가운데 특별한 부진이 없다면 당분간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계속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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