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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퇴임 4개월 만에 말기 암… '정적' 트럼프 "쾌유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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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퇴임 4개월 만에 말기 암… '정적' 트럼프 "쾌유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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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도 지표 10점 중 9점…뼈로 전이
“효과적 관리 가능”… 5년 생존율 37%
진영 막론 격려 쇄도… 오바마도 응원


1월 9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로스앤젤레스 산불 대응에 관한 브리핑을 받고 있다. 옆에서 그를 바라보는 이는 카멀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1월 9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로스앤젤레스 산불 대응에 관한 브리핑을 받고 있다. 옆에서 그를 바라보는 이는 카멀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말기 전립선암 선고를 받았다. 백악관을 떠난 지 4개월 만이다. 재임 시절 그를 거친 언사로 비난하던 정적들도 쾌유를 빌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그중 하나였다.

바이든 전 대통령의 개인 사무실은 1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지난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배뇨 증상이 악화한 뒤 전립선 결절이 새로 발견돼 진료를 받았고, 금요일(16일)에 전립선암 진단이 내려졌다”며 그의 암은 ‘글리슨 점수(Gleason score) 9점’과 ‘뼈로의 전이’가 특징이라고 밝혔다. 글리슨 점수는 전립선암의 악성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2~6점이면 예후가 좋은 저위험군, 7~10점이면 예후가 나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기 암”이라고 전했다.

“10년 넘게 살 수 있다”


다만 비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무실은 “이는 더 공격적인(aggressive) 형태의 질병이라는 뜻이지만, 해당 암이 호르몬에 민감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며 “(바이든 전) 대통령과 가족들은 주치의와 함께 치료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렸다. 공격적인 암은 형성·성장·전이가 빠른 암을 가리킨다.

미국암학회(ACS)에 따르면 전이성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이가 5년 뒤 생존할 확률은 약 37%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립선암의 경우 통상 성장 속도가 느리다”며 “바이든의 연령(82세 6개월)과 암이 이미 뼈까지 전이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가 수술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듀크대의 전립선암 전문가인 저드 몰 박사는 NYT에 “지난 10년간 남성 전립선암 환자의 생존율이 거의 세 배가 됐다. 전이됐더라도 10년 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올 1월 퇴임 때 바이든 전 대통령 나이는 83세(82세 2개월)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고령이었다. 고령에 따른 그의 건강 상태는 집권 기간 내내 민주당의 걱정거리이자 공화당의 공격거리였다. 특히 지난해 6월 대선 토론에서 어눌하고 늦은 답변 등으로 약점이 부각되자 결국 재선 도전을 포기했다.

최근에도 재임 당시 그의 인지 능력 저하가 심각했다는 폭로가 잇따랐다. 미국 CNN방송 앵커 제이크 태퍼와 미 온라인매체 액시오스 기자 알렉스 톰슨의 저서로 20일 출간 예정인 ‘오리지널 신(Original Sin·원죄)’에 지난해 6월 모금 행사에서 바이든 당시 대통령이 15년간 알고 지낸 배우 조지 클루니를 알아보지 못한 일화가 소개됐다는 사실이 미리 알려졌다. 16일 액시오스가 공개한 로버트 허 전 특별검사의 2023년 인터뷰 녹음 파일에는 ‘팩스’, ‘게시판’ 같은 단어도 떠올리지 못해 변호인 도움을 받아야 했던 바이든 전 대통령의 모습이 담겼다.


1월 20일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행사 참석을 위해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원형 중앙홀)에 도착한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1월 20일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행사 참석을 위해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원형 중앙홀)에 도착한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막상 그의 암 진단 사실이 알려지자 진영을 막론하고 위로와 격려가 쏟아졌다. 줄기차게 바이든 전 대통령을 비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글을 통해 “멜라니아(트럼프 배우자)와 나는 조 바이든의 최근 의료 진단 소식을 듣고 슬퍼하고 있다. 우리는 질(바이든 배우자)과 가족에게 우리의 가장 따뜻하고 정성 어린 안부를 전하며 조가 빨리 성공적으로 회복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마가(MAGA·트럼프 극렬 지지층)’로 분류되는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 마조리 테일러 그린도 SNS 엑스(X)에 “암은 정말 끔찍하다. 내 부친 역시 2021년 암으로 돌아가셨다. 조 바이든과 그의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고 썼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누구보다 암 퇴치에 힘썼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 시절인 2015년 장남 보를 뇌암으로 잃고 이듬해 ‘암 문샷(moonshot·대혁신) 프로젝트’를 이끈 데 이어 대통령이 된 뒤인 2022년에는 25년 내 미국 암 사망률 절반 감축을 목표로 암 검진 사업 등을 추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X에 “획기적인 암 치료법을 찾는 데 조보다 큰 노력을 기울인 사람은 없다”며 “바이든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결의와 우아함으로 이 도전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응원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도 “다른 가족들을 암으로부터 구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인 바이든 부부가 암과 맞서게 됐다. 빠른 완쾌를 기원한다”고 X에 적었다.


바이든 행정부 부통령을 지낸 카멀라 해리스는 X를 통해 “조는 투사다. 나는 그가 자기 삶과 리더십을 항상 규정해 온 힘, 회복력, 낙관주의로 이 도전을 마주할 것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