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홍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산업 전반의 운영 방식과 가치 창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실제로 AWS가 최근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생성형 AI 도입 지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54%가 올해 IT 예산 집행 시 생성형 AI 관련 투자를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이제는 AI 시대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금융투자업계 역시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적극적으로 합류하고 있다. 초개인화된 서비스 제공, 운영 효율성의 극대화, 새로운 금융 상품 및 서비스 개발 등 AI가 제시하는 무한한 가능성이 이제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나치게 공격적인 AI 도입은 안정을 지향하는 금융투자업계의 오래된 신뢰를 흔들 수 있는 '악수(惡手)'가 되기도 한다. '돈'이 움직이는 믿음과 신용의 벽이 업의 본질인 곳에서 자칫 신기술만 맹신하다 패가망신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금융투자업계 역시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적극적으로 합류하고 있다. 초개인화된 서비스 제공, 운영 효율성의 극대화, 새로운 금융 상품 및 서비스 개발 등 AI가 제시하는 무한한 가능성이 이제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나치게 공격적인 AI 도입은 안정을 지향하는 금융투자업계의 오래된 신뢰를 흔들 수 있는 '악수(惡手)'가 되기도 한다. '돈'이 움직이는 믿음과 신용의 벽이 업의 본질인 곳에서 자칫 신기술만 맹신하다 패가망신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 트렌드를 따라야 하지만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과감하면서도 신중해야 하며, 확신에 찬 상태에서도 진중해야 한다. 지뢰밭을 개척하며 평화의 땅을 일궈야하는 지뢰탐지병의 심정이 아닐까. 카카오페이증권 혁신과 안정 선봉에 나서는 김성민 카카오페이증권 팀장을 15일 AWS 서울 서밋 2025 현장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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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내재화'와 '생산성 우선' AI 비서 춘시리의 증명
카카오페이증권은 금융의 혁신을 추구하면서도 다소 보수적인 금융업의 본질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AI를 공격적으로 도입해 업의 본질을 진화시키면서도 신의를 지키는 금융업 자체의 뿌리를 더욱 단단히 내리 박았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카카오페이증권이 택한 AI 도입 전략의 핵심은 '단계적 접근'과 '내부 생산성 강화 우선'라는 설명이다.
김성민 팀장은 "너무 급진적으로 기술을 도입하기보다는, 신뢰 기반의 경험을 내부적으로 충분히 축적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AI 기술 도입의 초기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조직 내 AI 활용 문화를 조성하며 실질적인 운영 노하우를 축적한 뒤 이를 고객 서비스로 확장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침"이라고 말했다.
단계적 로드맵이다. 먼저 AI 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자각하는 단계다. 김 팀장은 "생성형 AI 시대에 금융 기반의 핀테크 영역 역시 AI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AI는 이제 선택의 문제를 넘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적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진화하는 고객의 디지털 경험 기대치, 정교한 리스크 모델링의 필요성, 그리고 고객 확보 및 유지를 위한 새로운 경쟁의 장이 AI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금융업에도 AI라는 거대한 변화의 파도가 몰아쳐야 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다음은 금융업에 어울리는 AI 적용을 위한 국지적 적용이다. 김 팀장은 "특히 금융처럼 규제가 강하고 고객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산업에서는 리스크 관리 기반의 보수적인 접근과 동시에 혁신적인 실험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며 "민첩성과 엄격한 컴플라이언스 준수, 데이터 프라이버시(개인정보보호법, 마이데이터 등) 보호, 그리고 금융 판단에 대한 설명 가능한 AI(XAI)의 필요성 등 금융권 AI 도입의 독특한 도전 과제들을 균형 있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카카오페이증권이 자체 개발한 AI 기반 업무 보조 챗봇 '춘시리'다. AI 진화를 내재화한 후 다양한 잠재력을 타진하는 전략적 접근이다.
성과는 탁월하다. 춘시리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 도구를 넘어 회사 내에 'AI 네이티브' 문화를 구축하고 직원과 개발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AI 학습의 장을 제공하는 중요한 첫걸음으로 평가받는다. 카카오의 인기 캐릭터 '춘식이'를 모티브로 한 친근한 이름의 이 AI 챗봇은 사내 메신저 '슬랙(Slack)'을 통해 단순 정보 검색은 물론, 방대한 회의록이나 업무 자료의 핵심을 간추리는 요약 기능, 주간 보고서 초안 자동 생성 등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업무까지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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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반복적인 문의나 자료 검색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보다 핵심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창의적인 업무(전략 구상, 복잡한 문제 해결, 고객 심층 이해 등)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챗 GPT와 같은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민감한 내부 정보 유출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금융기관의 최우선 가치인 데이터 주권 확보와 고객 신뢰 구축이라는 맥락에서 매우 중요한 결정이다.
김 팀장은 "기술적으로 춘시리는 최신 거대언어모델(LLM)과 검색 증강 생성(RAG, Retrieval Augmented Generation) 기술을 효과적으로 결합하여 구현되었다"면서 "RAG 아키텍처는 LLM의 강력한 언어 생성 능력과 사내 방대한 문서 데이터베이스의 사실 기반 정보를 결합해 AI가 생성하는 답변의 정확도를 높이고 '환각 현상(Hallucination)'을 최소화한다"고 설명했다.
업무 활용에 있어 신뢰성이 핵심인 금융 환경에 매우 적합한 기술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춘시리는 1시간마다 사내 문서를 스캔해 업데이트된 내용을 벡터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고, 사용자의 질문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가장 연관성 높은 최신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한다"면서 최근에는 직원들의 주간 업무 티켓을 취합·분석해 보고서 초안을 자동 생성하는 기능까지 탑재하며, 과거 수동으로 이루어지던 번거로운 작업들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내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춘시리 도입 이후 직원들이 정보 검색과 같은 부수적인 업무에 들이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고, 핵심 업무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며, "이는 단순한 시간 절약을 넘어 업무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춘시리'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여 금융 업무의 혁신을 이끌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지점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춘시리의 등판이 시사하는 키워드다.
김 팀장에 따르면 춘시리의 등판은 AI의 단계적 혁신 중 첫 단추인 '단계적 접근'과 '내부 생산성 강화 우선'을 극적으로 상징한다. 그는 "춘시리는 금융에 어울리는 AI를 내부에 전격 도입, 생산성을 키우는 첫 단계"라며 "보수적으로 운영되는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처럼 AI를 내부에 우선 도입해 점진적으로 그 활용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렇게 확보된 생산성 향상과 축적된 기술적 노하우, 그리고 AI 활용에 대한 조직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향후 더욱 복잡하고 야심 찬 대고객 AI 서비스 개발의 초석을 다진다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조만간 AI 기반의 다양한 고객 대상 주식 시장 요약 서비스, 예를 들어 '어제 주식 시장 어땠지?'와 같은 직관적이고 유용한 서비스들이 곧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히며 "해당 서비스는 단순히 시장 정보를 요약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투자 포트폴리오나 관심 종목과 연동되어 개인에게 고도로 맞춤화된 형태로 제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복잡한 금융 정보를 대중이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투자 정보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초기 서비스를 시작으로 향후 AI는 더욱 정교한 형태로 고객 경험에 통합될 전망이다. 김 팀장은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차세대 로보-어드바이저, 고객의 거래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잠재적 위험을 사전에 경고하거나 맞춤형 투자 기회를 제안하는 AI, 심지어는 개인의 금융 이해도 수준에 맞춰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AI 기반 금융 리터러시 도구 등도 상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카카오페이증권은 AI를 통해 '기술적으로 트렌디하면서도 안정성을 갖춘 좋은 금융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서 '트렌디함'은 최신 AI 기술을 활용해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새롭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며, '안정성'은 단순히 시스템의 무중단을 넘어, AI가 제공하는 정보와 판단의 신뢰성, 투명성, 그리고 윤리적 사용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AI에 대한 자각, 내부의 생산성을 키울 수 있는 춘시리 프로젝트와 같은 과감한 적용, 이를 바탕으로 고객 경험에 AI를 확대하는 전략을 추구하며 금융업의 안정성과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설명이다.
금융업의 AI 적용을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있어 훌륭한 모범사례이자 예시다. 김 팀장은 "카카오페이증권은 안정적으로 고객들에게 좋은 금융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기술적이고 기술 트렌디하면서도 안정성을 같이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으니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며,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서비스 개선을 통해 고객의 신뢰에 부응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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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록"
카카오페이증권은 변화의 최전선에서 AI 기술의 단계적 내재화와 서비스 혁신을 동시에 추진하며,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AWS(아마존웹서비스)의 완전 관리형 파운데이션 모델(FM) 서비스인 '베드록(Bedrock)'이 카카오페이증권의 야심찬 AI 여정에 핵심적인 기술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내부적으로 춘시리와 같은 성공 사례를 통해 AI 역량을 체계적으로 축적하는 한편, 더욱 광범위하고 고도화된 AI 기술 활용 및 혁신적인 대고객 서비스 개발을 위해서는 강력하고 유연한 외부 기술 플랫폼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 팀장은 "그 여정을 AWS와 함께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AWS 베드록이 카카오페이증권의 AI 전략을 한 단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AWS 베드록은 Amazon Titan과 같은 AWS 자체 고성능 모델뿐만 아니라 AI21 Labs, Anthropic, Cohere, Meta, Mistral AI, Stability AI 등 세계 유수의 AI 기업들이 개발한 다양한 특성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단일 API를 통해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모델 선택의 폭은 카카오페이증권에게 엄청난 전략적 이점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특정 모델은 창의적인 마케팅 문구 생성에 뛰어날 수 있고, 다른 모델은 복잡한 시장 데이터 분석 및 요약에, 또 다른 모델은 코드 생성이나 챗봇 대화 흐름 설계에 강점을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베드록을 통해 각 금융 서비스의 구체적인 요구사항과 목적(시장 분석 자동화, 금융 사기 탐지 패턴 고도화, 개인 맞춤형 금융 자문 챗봇 개발 등)에 가장 최적화된 모델을 유연하게 실험하고 선택, 조합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금융권에서 생명선과도 같은 데이터 보안 및 규정 준수 측면에서도 베드록은 강력한 기능을 제공한다. 고객 데이터를 외부로 전송하지 않고도 카카오페이증권 자체의 민감한 데이터나 독점적인 시장 분석 자료를 활용해 파운데이션 모델을 안전하게 미세 조정(fine-tuning)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이를 통해 일반적인 모델로는 제공할 수 없는, 카카오페이증권만의 독창적인 인사이트를 담은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면서도 "금융 상품 추천 및 고객 응대의 정확성과 개인화 수준을 극대화하여 실질적인 경쟁 우위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베드록의 서버리스 아키텍처는 인프라 관리 및 유지보수에 드는 시간과 자원을 최소화하고 AI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신속한 배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변화의 속도가 빠른 핀테크 기업이 시장의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다양한 AI 실험을 효율적인 비용으로 수행하며 '혁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핵심 요소다.
안정성에도 베드록의 파괴력은 정평이 났다. 김 팀장은 "보수적인 금융의 AI 혁신을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했다"면서 "수 많은 파트너들을 고민한 바 있으나, 이 안정성을 담보하려면 AWS 베드록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페이증권의 AI 도입 전략과 AWS 베드록과의 협력은 급변하는 금융투자업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특히 춘시리와 같은 성공적인 내부 혁신을 발판 삼아 AI 역량을 내재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외부 기술 플랫폼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이들의 접근 방식은 대한민국처럼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다른 금융기관들에게도 의미 있는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카카오페이증권은 책임있는 대한민국의 혁신 기업으로서 다양한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AWS와 함께 더욱 새로운 금융의 혁신을 제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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