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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계엄 침묵’ 안창호, ‘인권위 등급 강등’ 모면 시도하며 국제규정 왜곡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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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계엄 침묵’ 안창호, ‘인권위 등급 강등’ 모면 시도하며 국제규정 왜곡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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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인권위원장이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민주의 문에서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5·18 기념식장에 입장하려다가 거센 항의를 받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이날 안창호 위원장은 5·18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공동취재사진

안창호 인권위원장이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민주의 문에서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5·18 기념식장에 입장하려다가 거센 항의를 받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이날 안창호 위원장은 5·18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공동취재사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간리) 특별심사를 앞두고 간리 승인소위(SCA)에 내기로 한 답변서 내용과 안건 처리 과정을 규정에 따라 비공개한다고 설명했으나, 실제로는 10여년 전부터 상당수 해당 내용을 공개 심의·의결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간리 승인소위 내부 회의 규정을 왜곡해서 해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겨레가 19일 과거 전원위원회에 올라온 간리 승인소위 보고자료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인권위는 그동안 관련 안건 중 절반 가까이 공개 심의·의결 처리했다. 한겨레가 회의 공개를 확인한 보고서는 ‘2013년 ICC 승인심사 소위 정기심사자료 보고’, ‘2014년 하반기 ICC 승인소위 권고사항에 대한 인권위 답변서(안)제출의 건’, ‘간리 승인소위 2021년 10월 등급심사 제출자료(안)의 건’ 등이다. 특히 현병철 위원장 시절 ICC(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 옛 간리) 승인소위가 한국 인권위에 대한 등급 재승인 심사를 실시하고 이에 대한 설명 및 답변 요청을 했던 2014년 상황은 이번 특별심사 답변서 제출 때와 같다.



인권위는 최근 간리 특별심사에 대비한 ‘간리 티에프’의 답변서 초안과 안건 심의에 대해 비공개가 원칙인 것처럼 밝혀왔다. 인권위 홍보협력과는 지난 16일 공지에서 “(간리) 답변서 초안의 세부 내용에 관해서는 심사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간리 승인소위의 규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고, 안건이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해당한다고 보아 공개하지 아니하고 있다”고 밝혔고, 안창호 위원장도 지난 15일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남규선 상임위원이 해당 안건의 공개를 주장하자 “간리의 규칙상 원칙적으로 비공개로 돼 있기 때문에 그 내부 절차를 지키는 게 옳다”고 답변했다.



인권위가 비공개 근거로 지목한 건 ‘간리 승인소위 절차규정’으로 보인다. 이 규정은 ‘기밀’ 조항에서 “모든 간리 승인소위(SCA) 회의 참석자는 회의 내용을 기밀에 부쳐야 한다”(All participants at SCA meetings are required to respect the confidentiality of the proceedings)​고 해 놓았다. 하지만 이는 간리 승인소위 회의가 비공개라는 뜻이지, 여기에 제출하는 자료를 논의하는 것도 반드시 비공개라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게 인권위 다수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동안 인권위가 간리 승인소위 관련 답변서 제출 등에 관해 내부 논의를 거쳐 공개하거나 비공개로 의결해온 이유도 같았다.



지난 15일 인권위 한 직원은 내부망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려 “담당 부서에서는 간리 승인소위 규정을 찾아보고 비공개라고 주장하는 모양인데 그것은 간리 승인소위 운영에 적용되는 내용”이라며 “우리 위원회가 진정 사건을 비공개로 심의한다 하여 그 규정이 피진정 기관을 구속하는 효력을 발생시킵니까?”라고 적었다. 이어 “예를 들어 서울시 관련 사건이 접수돼 인권위가 서울시에 답변서 요구했는데 서울시가 그 사안을 공개로 논의하든 비공개로 논의하든 답변서를 보도자료로 뿌리던 그것은 서울시 마음 아닌가요?”라고 덧붙였다. 간리 회의는 비공개지만 거기에 제출하는 자료 공개 여부는 인권위가 정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안건 심의도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창호 위원장은 간리 답변서 초안을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던 지난 15일 상임위에서 심의를 하지 않고 제출 마감(6월1일)이 임박한 오는 26일 전원위 안건으로 회부하기로 했다. 15일 한겨레가 첫 보도한 답변서 내용에 따르면, 대부분 인권위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었지만 상임위에서 의견을 반영해 수정하는 절차는 아예 거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상임위 심의를 거친 뒤 전원위에서 심의·의결을 한 2021년 상황과도 다른 모습이다. 당시에는 상임위·전원위에서 모두 공개안건으로 다뤘다. 인권위 한 직원은 “(안창호 위원장이) 사안의 심각성을 회피하는 것이다. 밀실에서, 위원장 주도로 빠져나갈 방법을 강구하는 것으로는 문제 해결이 되기는커녕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 위원장은 이번 간리 심사 과정에서 주심 상임위원도 두지 않았다. 2013년 간리 승인소위 정기심사자료 보고를 할 때는 김영혜 상임위원이 실무그룹의 주심을 맡아, 답변서의 기조를 잡고, 보고서의 내용과 관련해 의견을 내며, 최종 보고서를 검토했다. 그러나 안 위원장은 지난달 9일 출범한 간리 티에프 팀장에 안성율 정책교육국장을 겸임 발령하면서 위원장이 직접 지휘를 하며 보고 받는 체제를 꾸렸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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