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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주년 맞은 가정위탁... 태어난 가정에서 보호받기 어려운 아이들의 '또 하나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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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주년 맞은 가정위탁... 태어난 가정에서 보호받기 어려운 아이들의 '또 하나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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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유소연]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정위탁 아동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가정위탁'의 다양한 사례를 조명해 제도 보완점과 개선 방안을 찾아보는 '가정위탁, 또 하나의 집'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위탁가정의 이야기와 제도의 현실을 함께 들여다보고, 위탁아동이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과 지지를 모아가고자 합니다. 매주 월요일 가정위탁 제도를 위한 아동, 부모,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초록우산 가정위탁 제도 개선 서명 캠페인 '틈 없이, 함께' ⓒ초록우산

초록우산 가정위탁 제도 개선 서명 캠페인 '틈 없이, 함께' ⓒ초록우산


"나는 죽을 때까지 우리 가족(위탁가족)들과 살고 싶다."

위탁가정에 온 초등학교 2학년 진수(가명)가 일기장에 적은 내용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헤어지고 시설과 두 차례의 위탁가정을 거쳐 현재의 가정에 온 아이는 한동안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이 가정에서의 삶이 쌓이면서 진수는 점점 달라졌다. 마음껏 웃고, 떼도 쓰고,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고, 학급회장으로 선출될 정도로 일상에 스며들었다. 비로소 '가족’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게 된 것이다.

5월 22일은 대한민국 '가정위탁의 날’이다. 올해로 22주년을 맞은 가정위탁 제도는, 태어난 가정에서 보호받기 어려운 아이들이 '또 하나의 가정’에서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되었다. 가정위탁은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제공하며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우리는 이 제도를 통해, 한 아이의 삶을 바꾸는 일이 결국 한 사회를 바꾸는 일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가정위탁 제도는 1990년 시범사업 실시 이래, 2003년 전국 단위의 가정위탁지원센터를 설치하며 본격화되었다. 다양한 사정으로 친부모와 함께 살 수 없는 보호대상아동들이 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자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2019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에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없는 아동을 위한 가정위탁의 질 향상과 확대"를 권고했고, 정부는 제2차 아동정책기본계획(2020~2024)을 수립하며 아동보호의 국가 책무를 명확히 했다. 이를 기반으로 전국 18개 가정위탁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위탁가정 발굴, 지원, 사후관리 체계가 강화돼왔다.

제도의 확대는 실질적 지원 확대로 이어졌다. 양육보조금, 아동용품구입비, 전문아동보호비 등 지원 항목이 다양해졌고, 위탁 유형도 일반, 전문, 일시위탁으로 세분화되었다. 2021년에는 위탁보호기간이 연장되면서 위탁아동의 자립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도 한층 명확해졌다. 단순한 정책 확대를 넘어, 아동을 권리의 주체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보호대상아동의 절반 이상이 시설에서 보호받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위탁아동에 대한 실제적 지원 부족과 제도적 미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가정위탁은 국가만의 힘으로는 운영될 수 없는 제도다. 아이를 기꺼이 품는 위탁부모, 가정위탁지원센터, 그리고 지역사회의 협력이 핵심이 되는 '시민 참여형 아동보호제도’다. 지난 10여 년간 세 명의 아이를 위탁해 키운 한 부부는 "우리 집에 온 아이들은 모두 각자의 상처를 안고 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웃게 돼요. 우리가 훌륭한 부모의 역할은 못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가 가정이라는 환경을 경험하고 자기를 위해서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이처럼 가정위탁은 시민이 협력자로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가는 보호 체계다.

하지만 시민의 선의에만 기댈 수는 없다. 국제사회의 권고와 정부의 방향성은 존재하지만,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지원 수준, 양육지원의 한계, 친권자나 미성년후견인의 부재로 인한 통장 개설·여권 발급·의료 동의 등의 어려움, 위탁양육을 위한 종합적 정책 부족 등 여전히 국가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또한, 우리 사회는 혈연 중심의 문화가 남아있는 만큼 가정위탁 제도에 대한 인식 개선 역시 중요한 과제다. 위탁가정 발굴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더불어 아동과 가정이 안정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가정위탁 제도는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틈 사이에 놓여있는 아이들이 있다. 이러한 아동의 일상을 바꾸기 위해선 가정위탁아동 보호에 대한 국가의 책무가 강화되어야 한다. 가정위탁아동은 단순한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이며, 자신의 삶과 미래를 주체적으로 살아갈 자격이 있다. 이제는 '가정에서 자랄 권리’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의 명확한 책임과 촘촘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모든 아이가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틈 없이, 함께’ 자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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