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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유지한 채 용량 늘린 '역 슈링크플레이션' 경제학 [경제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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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유지한 채 용량 늘린 '역 슈링크플레이션' 경제학 [경제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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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자]
최근 유통업계에서 ‘역 슈링크플레이션’이 확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근 유통업계에서 ‘역 슈링크플레이션’이 확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역逆슈링크플레이션 = 기존 가격을 유지한 채 용량을 늘리거나 가격을 인하해 가성비를 높이는 방식을 뜻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이 활용해온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을 뒤집은 것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든다'는 뜻을 가진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기업들이 원가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는 대신 제품 용량을 줄이는 꼼수를 꼬집은 신조어다.

역逆슈링크플레이션은 슈링크플레이션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언급했듯 기존 가격을 유지한 채 용량을 늘리거나 가격을 떨어뜨리는 행태를 의미한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층을 겨냥한 전략이다.

최근 유통업계에는 역逆슈링크플레이션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업종은 편의점이다. GS25(운영사 GS리테일)는 최근 중량을 180g에서 250g으로 늘린 '리얼메카통통소시지' 2종을 기존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부터는 선양소주의 '선양 오크'를 일반 소주보다 큰 대용량(640mL)으로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파는 일반 소주는 1mL에 대략 6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대용량 선양소주 제품은 이보다 낮은 4.7원 정도다.

CU(운영사 BGF리테일)도 지난 2월 PB 브랜드 '델라페' 커피 메뉴 5종의 가격을 100~200원 인하했다. 이마트24는 지난 3월 '1000블랙커피'를 출시해 역逆슈링크플레이션 경쟁에 뛰어들었다. 기존 파우치음료보다 용량(500mL)은 더 늘리고, 가격은 낮췄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최근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해 1g, 10원 단위까지 살피는 고객이 늘고 있어 가격을 낮추거나 용량을 늘리는 가성비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24 관계자 역시 "소비자들이 고물가 속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며 "차별화한 역슈링크플레이션 상품을 선보여 고객 만족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유통업체들의 이런 행보는 단순한 홍보 전략을 넘어 소비자와의 '심리적 거리'를 좁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선제적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서지용 상명대(경영학) 교수는 "역逆슈링크플레이션은 가격 대비 가치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을 겨냥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며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정직한 브랜드'를 향한 선호가 높아지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확산되기 위해선 안정적인 원가 구조와 공급망 체계가 밑바탕에 깔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교수는 "일시적 원가 안정에 기댄 역逆슈링크플레이션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원자재 수급, 환율 변동성 등을 고려한 중장기적 가격ㆍ상품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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