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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였던 김혜성 기적의 역전 드라마! 사장도 “팀에 다양성을 주는 선수” 극찬, 결국 840억 베테랑 밀어냈다, 이제 풀타임 메이저리거 보인다 [종합]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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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였던 김혜성 기적의 역전 드라마! 사장도 “팀에 다양성을 주는 선수” 극찬, 결국 840억 베테랑 밀어냈다, 이제 풀타임 메이저리거 보인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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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로스터 정비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던 LA 다저스가 결국 김혜성(26·LA 다저스)을 선택했다. 대신 팀 내 최장수 야수였던 크리스 테일러(35)와 오랜 인연을 정리했다. 테일러를 포기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 팀이 김혜성에게 받은 강한 인상을 실감할 수 있다. 앤드루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 또한 김혜성이 그간 팀에 없었던 공헌도를 보여주는 선수라며 칭찬에 나섰다.

다저스는 19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프리웨이 시리즈’를 앞두고 테일러를 양도선수지명(DFA)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발목 부상을 털어내고 26인 현역 로스터에 들어온 토미 에드먼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테일러를 제외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이 되어 있는 테일러를 26인 로스터에서 빼기 위해서는 DFA 과정이 필요했다.

당초 현지 언론은 마이너리그 강등이 자유로운 김혜성이 에드먼 복귀시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다저스는 최근 절정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던 김혜성을 외면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김헤성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생존했고, 테일러가 유탄을 맞은 셈이 됐다. 테일러는 2016년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올해까지 뛴, 현재 현역 로스터 야수 중에서는 최장수 선수였다. 하지만 김혜성에 밀려 결국 다저스와 작별을 앞두게 됐다.

앤드루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부문 사장은 결국 김혜성을 살리기 위해 테일러를 포기했음을 시사했다. 프리드먼 사장은 19일 경기를 앞두고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김혜성은 팀에 에너지와 스피드, 그리고 다양성을 가져다주는 선수”라면서 “(현재 팀 로스터에서) 다른 방면의 활약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혜성은 메이저리그 콜업 이후 팀에 콘택트와 주력을 선물하며 현지 관계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결국 이 장점을 다저스는 포기할 수 없었고, 올 시즌 활약이 좋지 않았던 테일러를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


다저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3년 보장 1250만 달러, 3+2년 최대 2250만 달러에 김혜성과 계약했다. 다저스는 오랜 기간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가치를 알고, 그 유틸리티 플레이어를 최대한 로스터에 확보하려던 팀이었다. 팀 주전 중견수로 개막전에 나선 토미 에드먼은 내야 여러 포지션과 외야수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슈퍼 유틸리티 플레이었었다. 백업인 크리스 테일러, 엔리케 에르난데스, 미겔 로하스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볼 수 있는 선수들이 로스터에서 차고 넘쳤다.

다만 다저스는 김혜성과 계약 이후 엔리케 에르난데스와 1년 계약하며 김혜성을 당장이 아닌, 추후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시즌 시작도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인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에서 시켰다. 다저스는 김혜성과 계약할 당시부터 메이저리그 수준의 투구에 적응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우타자의 커터와 체인지업을 치기 위해서는 타격 메커니즘의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스프링트레이닝부터 타격폼 교정이 시작됐고, 중견수 수비 포지션도 적응의 시간을 주기 위해 김혜성을 개막 로스터에서 제외했다.


김혜성은 개막 이후 줄곧 트리플A에 머물렀다. 이곳에서 타격 메커니즘을 교정하고, 2루수·유격수·중견수로 뛰며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다. 김혜성은 트리플A 28경기에서 타율 0.252, 출루율 0.328, 장타율 0.470, OPS(출루율+장타율) 0.798, 5홈런, 19타점, 13도루를 기록하며 미국 야구에 적응해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변수가 생겼다. 4일(한국시간) 팀의 주전 중견수로 활약한 토미 에드먼이 도루를 하다 발목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것이다.


이를 대체할 선수가 필요했고, 중견수와 2루수를 모두 볼 수 있으며 발이 바르다는 비슷한 활용도를 가진 김혜성이 전격적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콜업됐다. 다만 올라올 때까지만 해도 에드먼이 돌아오면 김혜성이 다시 마이너리그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에드먼의 부상이 아주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은 아니었기에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생활은 시한부로 느껴졌다. 이미 베테랑 유틸리티 플레이어들이 많은 다저스고, 김혜성은 마이너리그로 보내기에 제약이 없었다. 반대로 다른 선수들은 방출을 각오해야 했다.

그런데 김혜성이 실력을 보여주고, 실력으로 한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음을 보여주면서 다저스의 머리도 복잡해졌다. 김혜성은 18일(한국시간)까지 시즌 14경기에서 타율 0.452, 출루율 0.485, 장타율 0.581, OPS(출루율+장타율) 1.066의 대활약을 펼치면서 다저스 팬들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홈런도 하나를 기록했고, 도루도 실패 없이 3개를 추가했다. 9타석 연속 출루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는 다저스 신인 선수로는 2015년 9월 코리 시거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도 했다.


올해 다저스는 하위 타순의 폭발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고, 이에 1번 타자인 오타니 쇼헤이의 타점이 거의 없다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김혜성이 9번 타순에서 매일 꾸준하게 활약하면서 오타니 앞에 주자가 쌓였고, ‘김혜성 출루→오타니 타점’이라는 득점 공식이 만들어지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여기에 프리드먼 사장의 말대로 김혜성은 스피드 측면에서는 다소 정적인 다저스에 기동력을 불어넣었다.


이쯤되자 현지 언론에서는 부진한 테일러를 방출하고, 김혜성을 계속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여론도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최근 다저스가 유망주인 달튼 러싱을 계속 메이저리그에서 활용하기 위해 베테랑 백업 포수인 오스틴 반스를 방출하는 등 다른 기조를 보인 것도 변화의 조짐이었다. 다만 반즈에 비해 테일러는 4년 6000만 달러(약 840억 원) 계약을 한 꽤 거물이었고, 올해 연봉도 1300만 달러에 이르는 등 다저스로서는 쉽지 않은 결단이 필요했다. 시즌 중반이라면 미련 없이 정리할 수 있었겠지만, 시즌 초반이라 테일러를 정리하는 것은 꽤 큰 결단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다저스는 결국 돈과 경험을 포기하더라도 김혜성을 계속 쓰기로 했고, 19일 에드먼이 부상자 명단에서 복귀하자 김혜성 대신 테일러를 정리했다. 2016년 이후 10년간 팀에서 활약했던 테일러는 이제 정들었던 다저스를 떠나게 됐다.


테일러는 슈퍼유틸리티 플레이어의 정석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소화하지 않은 포지션이 거의 없었다. 2루수로 1091⅓이닝, 유격수로 2217이닝, 외야수로 4032⅓이닝, 3루수로 506⅓이닝을 소화했다. 큰 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많이 남기기도 해 다저스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 유틸리티 플레이어로는 거금인 4년 6000만 달러에 계약한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성적이 떨어졌다. 테일러는 2023년까지는 OPS 0.746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87경기에서는 타율 0.202, 출루율 0.298, 4홈런, 23타점, OPS 0.598에 그치며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테일러의 굳건한 입지가 흔들렸고 이는 다저스가 김혜성을 영입해 후계자를 준비하게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올해도 28경기에서 고작 35타석에 나가 타율 0.200, 2홈런, OPS 0.457에 그쳤다. 더 반등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다저스는 올해 테일러의 잔여 연봉을 모두 포기하고 결국 그를 양도지명했다.

프리드먼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테일러의 양도지명에 대해 “힘든 결정이었지만 결국은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열면서 “우리 모두에게 정말 감정적이었던 시간들”이었다며 반즈와 테일러를 연이어 정리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프리드먼 사장은 “두 선수(테일러·반즈)는 우리의 중요한 순간마자 함께했던 선수들이다. 또 지금의 선수단 문화를 만든 선수들이며, 우리가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만든 선수들”이라면서도 “지구 선두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고 우리의 로스터 구성 문제 등 모든 면을 고려해야 했다. 이것이 팀이 최대한 많은 승리를 거두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위치에 가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혜성은 이번 결정으로 당분간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계속 남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부상자인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돌아올 예정이지만 제임스 아웃맨이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시한부 인생을 실력으로 되돌려 놓은 김혜성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던 가운데, 이제 롱런을 향한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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