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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저길 사람이 오르겠어?"…숙련공 20년 기술 K-조선의 비밀 병기

머니투데이 김도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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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저길 사람이 오르겠어?"…숙련공 20년 기술 K-조선의 비밀 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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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전남 영암에 위치한 HD현대삼호 조선소 판넬공장에서 용접로봇이 배의 중간부분에 들어가는 철판을 용접하고 있다./사진제공=HD현대

지난 14일 전남 영암에 위치한 HD현대삼호 조선소 판넬공장에서 용접로봇이 배의 중간부분에 들어가는 철판을 용접하고 있다./사진제공=HD현대



"그 어려운 데를 사람이 올라가게 해야겠어요?"

조선업은 노동집약 산업이다. 평소에는 배 안에서, 강판 뒤에서 일하고 있어 잘 보이지 않지만 점심시간이면 식당으로 향하는 수천대의 자전거 행렬이 이 말을 실감하게 해준다. 하지만 그 작업은 결코 노동자 친화적이지 않다. 최소 단위인 철판 하나가 사람보다 수십배는 크고 수백배는 무겁다. 배의 골격이 어느 정도 갖춰진 후 수행되는 '외업'은 고층 빌딩 높이에 매달려 작업해야 한다. 류상훈 HD현대삼호 자동화혁신센터 상무는 사람이 귀한 조선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용접로봇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남 영암군 삼호읍 HD현대삼호 조선소에는 80여대의 용접로봇이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천장이 갖춰진 쉘터 안에서 수행하는 '내업'의 70% 이상을 담당한다. 평블록이 적용되는 가공부와 판넬조립부에서 주로 쓰인다. 현장에서 인명 피해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공정기일 단축으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개발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조선업의 노동 강도를 용접로봇이 감당하지 못하고 망가져버리기 일쑤였다. 류 상무는 "4개월 정도 기계를 돌리니까 감속기쪽이 마모되면서 용접의 오차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며 "로봇의 감속기를 자체적으로 교체하고 나서야 내구성이 개선됐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용접로봇의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일이었다. 류 상무는 "용접로봇이 사람의 90% 수준을 수행한다면 나머지 10%를 위해 사람이 또 들어가야 해 자동화 혹은 무인화의 의미가 없다"며 "숙련공의 99%를 구현하는 게 목표였다"고 했다.

HD현대삼호 자동화혁신센터 담당임원 류상훈 상무./사진제공=HD현대

HD현대삼호 자동화혁신센터 담당임원 류상훈 상무./사진제공=HD현대



류 상무와 혁신센터는 숙련공들의 작업 패턴을 분석, 알고리즘으로 구현해나가기 시작했다. 조선소가 용접사 중에서도 최고라 불리는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이 손을 언제 돌리는지, 어떤 상황에 어느 부위를 용접하는지 등을 분석해냈다. 덕분에 현재는 20년 정도 숙련된 사람 수준의 용접이 가능해졌다.

용접로봇이 도입되면서 조선소의 생산능력이 향상됐다. 가장 먼저 공정기일이 줄었다. 아무리 숙련된 용접사라 해도 근무시간 8시간 기준 집중해서 용접할 수 있는 시간은 2~3시간이다. 하지만 용접 로봇은 5~6시간까지 가능하다. 용접 후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그라인딩' 과정도 필요없어졌다. 덕분에 기존 7일이 소요됐던 블럭을 이제는 5~6일 만에 만들 수 있게 됐다.


류 상무는 "용접로봇이 시간을 줄이면서 노동자들이 빠지는 게 아니다"라며 "원래 10척 만들 시간에 지금 이 인원으로 15척, 20척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제는 두 가지다. 먼저 야외에서 하는 '외업'에 용접로봇을 투입하는 일이다. 외업의 경우 내업과 달리 곡선 형태의 패널을 용접해야 해 현재의 알고리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 HD현대삼호는 숙련공들로 전문 조직을 구성해 알고리즘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그 이후에는 용접로봇을 HD현대 그룹의 다른 조선사로 전면 확대한다는 목표다.

류 상무는 "현재 그룹에서 자동화 혁신 협의체를 분기별로 각사에서 돌아가며 진행함으로써 자동화 기술을 공유하고 동일하게 적용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며 "이를 위한 장비 사양·소프트웨어 통폐합을 위한 정보 공유 등 전 계열사가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HD현대삼호 제2돌핀안벽./사진제공=HD현대

HD현대삼호 제2돌핀안벽./사진제공=HD현대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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