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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 표지 |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세계는 인구 대비 식량을 30% 더 많이 생산하지만, 그중 3분의 1이 버려지고, 11명 중 1명이 굶주리고 있다."
세계적인 환경과학자인 바츨라프 스밀 캐나다 매니토바대 교수는 신작 '음식은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김영사)에서 인류가 직면한 식량 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을 정면으로 다룬다.
저자는 지구상 모든 인간이 먹을 양보다 더 많은 식량이 생산되는데도 8억명 이상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을 분배와 소비, 자원 활용의 방식에서 비롯된 구조적 위기로 진단한다. 기아는 식량 부족이 아니라, 분배 시스템 실패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먼저 집약적 농업 시스템의 한계를 짚는다. 집약적 농업 시스템은 단위면적 당 수확량을 크게 늘렸지만, 그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 물, 화학비료가 투입된다. 전체 곡물 생산량의 약 3분의 1은 가축 사료로 사용되고, 이는 다시 육류 소비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많은 식량이 인간이 아니라 동물의 먹이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이러한 구조가 곡물의 비효율적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 등으로 이어지며 식량 생산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육류의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비건이 해답일 수는 없다. 저자는 전 인류의 비건화(化)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고기 섭취의 양과 방식을 조정하는 절충적 접근을 제안한다. 쇠고기 대신 가금류나 양식 어류를 선택하고, 소비 빈도를 줄이는 변화만으로도 식량 시스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배양육과 곤충 식품의 가능성도 짚어본다. 동물을 사육하지 않고 실험실에서 고기를 생산하는 배양육, 단백질 함량과 사료 효율이 높은 곤충 식품은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다. 다만 배양육은 아직 생산 비용이 높고, 곤충은 위생 문제와 소비자 거부감이란 장벽이 있어 기존 육류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보완재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 저자는 '보다 더 공정한 식량 분배 시스템'만이 궁극적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유통 인프라를 개선하며, 국제적인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제안한다. 또 가축 사료로 전용되는 곡물의 일부를 인간의 식량으로 전환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특히 농업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국가에 농업 기술과 저장·유통 역량을 전수하고, 환경 변화에 적응된 개량종자를 보급하려는 국제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한음 옮김. 336쪽.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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