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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영업상 주요자산 아니면 반출해도 업무상배임 아냐"

이데일리 성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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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영업상 주요자산 아니면 반출해도 업무상배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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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자료 외부반출한 퇴사자…배임 여부 쟁점
1·2심 "임무 위배 행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대법 "공개정보라면 업무상배임 성립안돼" 파기
"경쟁상 이익 얻을수있는 수준이어야 배임 인정"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대법원이 회사 자료 반출과 관련한 업무상배임죄 성립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자료가 ‘영업상 주요 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직원의 자료 반출 행위는 업무상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사진=미드저니

사진=미드저니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조직수복용 재료(필러) 제조 업체인 B사에 2014년 1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근무했다. 그는 재직 중이던 2017년부터 2018년 사이 B사의 영업 자료를 반출해 2019년 1월 퇴사와 동시에 설립한 C사 컴퓨터에 복사했다. 이후 이 자료를 활용해 B사와 동일한 원료의 제품을 생산하고 2019년 11월 특허까지 출원했다.

문제가 된 자료는 ①필러의 주된 원재료의 시험성적서 ②동물이식 실험 결과 보고서 ③필러의 주된 원재료 주문서였다.

1심은 이 자료들이 B사의 주요 영업 자산이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퇴사하며 반환 및 폐기하지 않은 채 반출한 이상, 이는 임무 위배 행위에 해당하고 그에 대한 고의도 있었다”며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결을 유지하며 “이 사건 각 자료 등을 피해 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으로 인정하고 피고인에 대해 업무상 배임의 고의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당 자료가 B사의 영업상 주요 자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회사 직원이 경쟁업체 또는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의사로 무단으로 자료를 반출한 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자료가 반드시 영업비밀에 해당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겠지만 적어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돼 있지 않아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통상 입수할 수 없고, 그 보유자가 자료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인 것으로서 그 자료의 사용을 통해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는 해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A씨가 반출한 자료들에 대해 면밀히 분석한 결과 ①번 자료는 “제조업체가 작성해 구매자인 B사에게 제공한 것으로 그 제조번호에 해당하는 제품이 품질 기준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증하는 문서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②번 자료에 기재된 연구내용은 “피고인의 반출행위 시를 기준으로 B사를 통하지 않고서도 통상 입수할 수 있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된 정보”라고 봤다. ③번 자료에 기재된 견적정보도 “이 사건 제품을 구매하려는 사람이라면 위 한국지사로부터 통상 입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대법원은 “이 사건 각 자료에 기재된 정보는 보유자인 B사를 통하지 않고서도 통상 입수할 수 있고, B사가 이 사건 각 자료의 정보를 사용해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기 어려워, 이 사건 각 자료는 피해 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판결은 업무상배임죄 성립을 위한 ’영업상 주요 자산‘의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직원이 회사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하더라도, 그 자료가 일반적으로 입수 가능한 정보이거나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없는 수준이라면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향후 유사 사건의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