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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불특정 다수에 공개된 자료 무단반출, 배임죄 해당 안 돼"

뉴스1 노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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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불특정 다수에 공개된 자료 무단반출, 배임죄 해당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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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러 제조업체 근무자, 퇴사 후 창업…시험서·실험보고서 등 반출

1·2심 "위법 판단…대법 "자료 회사 주요 자산 아냐" 파기환송



대법원 전경 ⓒ 뉴스1

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자료의 반출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이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되돌려보낸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최근 필러의 주된 원재료를 제조하는 A 사에 다니다가 2019년 1월부터 자신이 직접 차린 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는 B 씨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지방법원의 원심판결을 깨고 이를 다시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1심은 B 씨가 일부 시험성적서와 실험 결과 보고서 등을 A 사의 영업상 주요 자산으로 보고 B 씨가 이를 퇴사 후 반환 및 폐기해야 하는 하는 데도 무단 반출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또 고의도 있었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2심도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이를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2심은 국내 필러 생산 업체들 대부분이 콜라겐이나 히알루론산을 원재료로 사용해 오고 있는 것과 달리 A 사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가교 덱스트린' 화합물을 원재료로 사용하고 있고, 이를 인체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거쳤으므로 이 사건 각 자료는 A 사가 상당한 시간이나 노력, 비용을 들인 영업상 주요자산이 포함된 자료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검사가 공소사실로 특정한 이 사건 각 자료가 A 사가 제작하는 필러와 관련돼 있다고 볼 만한 내용이 없고, 일부 자료는 A사를 통하지 않고서도 입수할 수 있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정보라고 봤다.

재판부는 "A 사는 제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한 주체가 아니라 제조업체로부터 구매한 구매자다. 이 사건 일부 자료는 제조업체가 작성해 구매자인 A 사에게 제공한 것으로 그 제조번호에 해당하는 제품이 품질 기준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증하는 문서에 불과하다"면서 "제품의 구매자는 제조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제품에 대한 분석증명서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A 사가 이 사건 각 자료를 사용해 경쟁 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피해 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기존 대법원 판례를 들어 "회사 직원이 경쟁업체 또는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의사로 무단으로 자료를 반출한 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기 위해선 적어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돼 있지 않아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는 이를 통상 입수할 수 없고, 그 보유자가 자료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인 것으로 그 자료의 사용을 통해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는 해당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런데도 원심은 각 자료가 피해 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재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의 반출에 따른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봤다.

buen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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