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드라마였기에 팬들에게 선사한 감동은 더했다. 우선 기록의 난이도가 높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2010년 이후 한 경기 18탈삼진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단 두 명(코리 클루버·맥스 슈어저)뿐이었다. 현대 야구는 미국이든, 한국이든 선발 투수들이 예전처럼 많은 공을 던지지 않는다. 그래서 최소 세 개의 공은 던져야 하나가 올라갈 수 있는 탈삼진을 18개나 보기 드문 일이 됐다.
또한 기록 보유자가 팀 동료인 류현진(38·한화)이라는 점도 특별했다. 류현진은 2010년 5월 11일 청주 LG전에서 9이닝 동안 124개의 공을 던지며 17탈삼진을 기록했다. 앞서 이야기한 이유 탓에 류현진의 기록은 모두가 깨기 힘들다고 했는데 폰세가 바로 그 전설 앞에서 새로운 전설을 썼다.
여기에 만원관중 앞이었고, 폰세 또한 경기 도중 하늘에 있는 어머니가 생각나 눈물을 글썽였고, 코칭스태프도 폰세의 도전을 밀어주는 등 여러모로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장면 끝에 만들어진 기록이었다. 김경문 한화 감독 또한 18일 대전 SSG전을 앞두고 “깨지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눈앞에서 그 기록이 깨졌다”고 놀라워하며 폰세의 기량을 칭찬했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라 지금 순위에 아주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33년 만의 12연승을 내달리며 리그 선두까지 올라갔던 기세가 갑자기 식었다는 것은 찜찜한 일이다. 한화는 주중 두산과 3연전을 모두 내주더니, 주말 SSG와 경기에서도 폰세가 등판한 17일 더블헤더 1경기만 건지는 데 그쳤다. 6경기 1승5패다. LG에 다시 1위를 내줬고, 주말 삼성과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은 롯데와 공동 2위가 됐다.
연승이 길수록 후유증이 긴 경우가 많다. 다만 한화의 경우는 안정적인 선발 로테이션 및 마운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후유증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긴 연승은 못해도, 승률 5할 정도는 맞춰가며 다시 치고 나갈 타이밍을 잴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만날 때까지만 해도 하위권이었던 두산·SSG에 발목이 잡혔다.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정비할 것이 많다는 것을 보여줬다.
여기에 타격은 이번 주 1승5패에 머무는 결정적인 악재가 됐다. 한화는 6경기에서 팀 타율 0.239, 팀 OPS(출루율+장타율) 0.616에 머물렀다. 이번 주 팀 OPS는 리그 9위였다. 48개의 안타를 때렸는데 12득점에 그쳤다. 결국 가장 궁극적인 지향점이 되는 득점(12점)은 이번주 리그에서 가장 적었다. 결정력 부족에 울었다.
10타석 이상에 나선 선수 중에서는 하주석(OPS 0.989), 최재훈(.929) 정도만 분전했다. 플로리얼(.755), 문현빈(.748)까지 네 명이 OPS 0.700을 넘긴 선수였다. 반대로 OPS 0.600이 안 되는 선수가 넘쳐났다. 황영묵(.578), 김태연(.536)은 그렇다 치고, 주축 타자들인 노시환(.535), 채은성(.438)이 너무 부진했고 한창 타선을 끌던 원동력이었던 이진영(.467) 또한 주춤했다.
빨리 재정비를 해야 한다. 다음 주중에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NC와 만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 있을지는 몰라도 이 시리즈에는 한화의 스리펀치를 모두 가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류현진은 순번이 아니고,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는 나흘 휴식을 감수해야 나설 수 있다. 기껏해야 한 명이 NC전에 등판할 전망이다. 황준서가 대체 선발로 투입되는 날도 있어 고비다. 주말에는 롯데와 상위권 팀 사이 대결을 벌인다. 그 다음 주중은 현시점 리그 1위인 LG가 설욕전을 벼르고 있다. 5월까지 앞으로 돌아올 9경기가 중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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