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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은 17일(현지시간) "스페인의 주택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마드리드 공항에서 잠을 자는 노숙자가 수백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 |
스페인의 주요 도시에서 주택 임대료가 높아지면서 수도 마드리드 공항의 노숙자가 대폭 늘었다.
AP통신은 17일(현지시간) "스페인의 주택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마드리드 공항에서 잠을 자는 노숙자가 수백명에 달한다"며 "특히 수도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와 같은 도시에서 임대료가 빠르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한 자선단체가 집계한 결과 약 400명의 노숙자가 마드리드 공항에서 생활하고 있다. 초기에는 제4터미널 1층으로 제한돼있던 노숙자들의 잠자리는 이제 모든 층의 구석구석으로 넓어지고 있다. 공항 곳곳에서 수십명의 남녀 노숙자들이 바닥에 누워 잠든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스페인 일간지 '엘 문도'는 "노숙자들을 어느 층, 어느 구석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노숙자들은 레스토랑 테이블부터 화장실 입구까지 공항 내 활용 가능한 모든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대다수 노숙자들이 주간에 일용직 노동을 한 후 야간에 술에 취해 공항 바닥에 잠드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술에 취한 이들이 잠든 바로 그 자리에서 소변을 보는 일이 빈번해져 바닥 곳곳에 오줌 웅덩이가 생기는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스페인 현지 매체들은 노숙자 집단 내에서 마약 사용과 매춘 행위가 만연하다고도 보도했다.
또 직원들이 벌레에 물리는 사례가 늘어나 공항 당국은 해충 퇴치 전문업체를 불렀다. 이 업체는 빈대, 진드기, 바퀴벌레를 제거하기 위해 공항 복도, 가구류, 체크인 컨베이어 벨트까지 소독 작업을 실시해야 했다.
공항 당국은 이들을 방치한 상태라 쫓아내지 않고 있다.
스페인 공항 운영사인 AENA는 여행객이 적은 시간대에 마드리드 공항에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을 제한하기 위해 향후 탑승권을 제시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항 직원과 여행객만 출입을 허용할 예정이지만 정확한 시행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6개월째 마드리드 공항 4터미널에서 지내고 있다는 테레사(52)씨는 "새로운 정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며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나와 남편은 공원 벤치나 다른 공공장소에서 잠을 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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