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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현 | 비인크립토 한국·일본 리드
2019년 이래 여러해 동안 코인 시장의 언저리에서 시장 정보와 업계 소식을 전달하는 일을 해왔지만, 이곳의 극심한 변동성은 늘 사람을 곤혹스럽게 한다. 눈 깜짝할 사이 대폭 오르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끝 모를 하락세도 낯설지 않다.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것은 가격 전망이지만 금세 뒤집힐 수 있는 시장의 미래에 대한 관측은 쉽지 않다.
원인은 다양하다. 첫째, 본질적 가치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공급과 수요만으로 가격이 출렁인다. 둘째, 기관 투자자가 적고 개인 투자자가 많아 뉴스, 소문, 감정에 쉽게 휘둘린다. 셋째, 365일 24시간 운영하면서 가격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멈춤’이 없다. 넷째, 전통 금융에 견주면 아직 전체 규모가 작고 유동성이 낮다. 보는 이에 따라서 이 밖에도 이유는 많을 수 있다.
보완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기관 투자자가 늘어나고 시장 규모가 커지면 된다. 지난해 초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같은 사건이 좋은 사례다. 시장은 체질 개선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고, 실제로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진입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전체 코인 시장은 이후 1년 가까이 상승가도를 달렸다.
또 한가지 방법은 파생상품 시장이다. 옵션이나 선물처럼 미래에 대한 계약을 통해 급등기나 급락기에 좀 더 안전한 가격에 거래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코인 시장이 폭락하면 1천원짜리 코인이 500원, 300원이 된다 해도 이상하지 않지만, 이럴 때 900원에 팔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 어떤가. 투자자는 안심할 수 있고 시장의 변동성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 파생상품은 자산의 가격 변동 위험을 시장 참가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상호 이전하거나 배분하고, 시장 참가자의 예측 정보가 파생상품 가격에 반영되어 향후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며,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을 가능하게 만들어 투자자별 맞춤형 시장을 형성하게 해준다.
그런데 국내 코인 시장에는 파생상품 시장이 없다. 이 때문에 안전판을 마련하려는 한국 투자자들은 망설임 없이 국외 거래소로 건너뛴다. 2년 전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 최대 코인 거래소 바이낸스의 이용자 국적별 거래량은 한국이 중국에 이어 2위이며, 한국인들은 파생상품 거래 비중이 유독 높다(98%)고 보도한 바 있다. 신문은 당시 한달(2023년 5월) 동안 한국인 이용자의 파생상품 거래량을 569억달러(현재 기준 약 79조5천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이런 경로를 타고 투자 자금도, 운영 수익과 수수료 수익도 모두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물론 국내 거래소들도 파생상품을 운영하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현물 매매 수수료만으로 업비트에 이어 빗썸까지 대기업집단이 될 정도로 성장했지만, 파생상품이 있으면 국외로 빠져나가는 이용자들을 붙잡으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부정적이다. 이는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과 규제당국에 신뢰를 주지 못한 거래소들 자신의 책임도 크다. 급등 때나 폭락 때나 어김없이 거래 수수료로 수익을 챙기지만, 위기 때마다 잦은 시스템 장애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관 합동 형태의 파생상품 거래소가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있다. 규제당국이 깊이 개입해서 불안감을 상당 부분 덜어내고, 국외 거래소를 향하는 국부 유출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동시에 기존 거래소들은 이곳에 참여해서 미래의 발판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지금까지는 부정적 시선의 대상이었던 코인 거래 수익이 공공에 환원될 수 있는 기반까지 만들어낸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아무쪼록 발전적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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