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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유망 투자처" 인식만 재확인…토허제 해제·재지정 촌극의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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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유망 투자처" 인식만 재확인…토허제 해제·재지정 촌극의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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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제 해제 후 35일 만에 재지정
'서울 부동산 불패' 인식만 강화
3월 아파트 거래량 4년 만에 최고
지난달 거래량도 통상 범위 넘어


18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18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가 3월 한 달 동안 1만 건을 돌파했다.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잠시 해제된 사이 거래량이 급증한 결과다. 토허제 해제와 재지정이라는 촌극이 ‘서울 부동산 불패’ 인식만 강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신고된 3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1만6건으로 2020년 7월 1만1,154건 이후 4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지난해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연기 후 나타난 반짝 급등세(9,226건)도 뛰어넘었다. 토허제에 장기간 억눌렸던 강남권 진입 수요가 일시에 움직인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2월 토허제 시행을 전면 중단했다가 시장이 널뛰자 35일 만에 확대해 재시행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양극화 현상이 토허제 사태로 더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 완화 경험이 수요자에게 각인돼 서울 아파트 선호 현상이 공고해졌다는 얘기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토허제 해제 직후 강남구와, 송파구 등 동남권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집중됐고 시장 전반에 '서울 아파트는 여전히 유망한 투자처'라는 인식이 강화됐다"고 짚었다.

실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이날까지 4,94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거래 신고 마감 기한이 일주일 이상 남은 점을 고려하면 확정치는 토허제 해제 직후였던 2월 수준(6,562건)에 육박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2023년 이래 통상적 월 거래량(3,000여 건대)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서울은 전국적 매매가 상승세도 주도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3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서울(0.8%)과 수도권(0.2%)이 전국(0%)을 크게 앞섰다. 수도권 가격이 오르며 전국 가격 동향도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세로 돌아섰다.

토허제 시행은 지방자치단체장 권한이지만 규제 장기화는 차기 정부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위헌 논란뿐만 아니라 주택 공급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가격과 거래량의 변동을 억지로 눌러 정비사업을 위축시키고 전세시장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비판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연초부터 ‘토허제를 해제하면 일시적 가격 변동은 정상적 현상으로 보고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서울시는 결국 여론의 압력에 물러섰다. 당국 입장에서는 토허제를 풀어도, 유지해도 문제인 상황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토허제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던 1970년대에 개발사업지에 대해 한시적으로 적용하려 도입한 정책”이라며 “현재처럼 도심에 토허제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인위적 거래 위축과 가격 억제를 언제까지 지속할지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