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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째깍' 부채폭탄 터질라…'셀USA' 확산

이데일리 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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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째깍' 부채폭탄 터질라…'셀USA'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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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583조원 부채 이자 상환에 지출
이자 갚기 위해 추가 차입…악순환에 빠져
빨라진 부채증가 속도…美재정통제 능력에 불신↑
트럼프 감세 연장 추진에도…재정건전화 대책 약해
백악관 무디스 저격…SEC에 보복조치 요구하나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부채 폭탄(debt bomb)’

무디스가 16일(현지시간)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에서 강등하면서 강조한 핵심 중 하나는 바로 부채의 이자 비용이다. 미국은 지난해만 1조1300억달러(약 1583조원)를 부채 이자 상환에 지출했고 이는 최근 몇 년간 거의 두 배로 늘어난 수치다. 이대로라면 정부는 이자만 갚기 위해서도 추가 차입(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부채규모는 더욱 커지고 이자지출은 더욱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어느 순간에는 국가가 부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악화할 수 있는 상황이 오게 된다.

(그래픽=챗GPT)

(그래픽=챗GPT)


빨라진 부채증가 속도…美재정통제 능력에 불신↑

미국의 ‘부채 폭탄’은 아직 현실화하지는 않았지만, 재정건전성에 대한 신뢰는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현재 누적 연방 부채는 36조 2000억달러(약 5경 730조 원)로, 2019년 23조달러였던 부채가 팬데믹 대응을 계기로 급증하며 불과 5~6년 만에 13조 달러 늘었다. 2035년엔 59조 2000억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미 의회예산국(CBO)과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가 GDP 대비 2024년 123.2%에서 2035년 134.8%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같은 기간 이자지출(순이자비용) 역시 세입(수입)의 17.6%에서 21.8%로 확대될 전망이다. 단순히 부채 규모 자체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GDP 성장률을 상회한다는 점이 더욱 우려된다. 2025~2035년 미국 실질 GDP는 연평균 1.8% 내외로 성장하는 반면, 총부채는 연평균 5~6%씩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현실화하면 미국의 재정 통제 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이론상 미국 국채금리는 치솟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재정 적자·부채 감당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 투자자들은 내 돈을 떼일 위험이 있으니 더 높은 금리(프리미엄)를 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의 급등은 기업과 가계의 대출 비용을 증가시켜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면,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에도 도전이 될 수 있다. 미 정부 입장에서는 국채금리가 치솟으면 부채 이자비용이 더욱 불어나는 상황을 맞게 된다. 현재 36조달러에 이르는 연방 부채 규모를 감안하면, 금리가 0.5%포인트만 상승해도 미국 정부의 연간 이자 부담은 1800억달러(약 252조 원) 추가된다.

물론 일부에서는 미국의 재정위험이 이미 충분히 알려진 사안이기 때문에, 무디스의 강등이 국채금리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 무디스는 등급을 강등하면서도 “미국 경제의 규모, 회복력, 역동성, 그리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고려하면 여전히 탁월한 신용 강점이 있다”며 향후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부채 감축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은 지속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감세법 연장을 포함한 세제 개편을 추진 중이며,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하원 세입위원회에서 마련한 예산 초안이 통과되면 3조3000달러(약 4622조원)의 부채가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 측은 감세 연장이 경제를 활성화하고 세수를 늘릴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구체적인 재정 건전화 대책은 상당히 미약한 상황이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가 지금까지 삭감한 예산은 약 1630억 달러에 불과하며, 4월 관세 수입도 163억 달러에 그쳤다. 이처럼 세입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의 감세는 재정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무디스는 이런 상황에 대해 “희망적 사고”라고 일축하며 “현재 논의 중인 재정안들로는 강제지출 및 재정적자의 실질적이고 다년간의 감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현 상황에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 무디스 저격…SEC에 보복조치 요구하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의 부채 수치는 정말로 위협적”이라며 “위기가 발생하면 신용이 사라지며 경제가 갑자기 멈추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장기물 국채금리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유도하겠다고 줄곧 밝혀 왔다.

무디스의 경고에도 불구 백악관은 이를 “정치적 판단”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디스의 조치를 문제 삼아 신용평가사를 규제하고 면허를 부여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조사를 요청하는 보복성 조치가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백악관 공보국장 스티븐 청은 소셜미디어 X에 무디스 애널리틱스 소속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를 오랫동안 행정부 정책을 비판해온 인물이라고 지목하며 “그의 ‘분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그는 수차례 틀린 예측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잔디는 이번 보고서 작성에는 관여하지 않았지만, 미국 부채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던 인물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는 이번 신용등급 강등을 개인적인 모욕으로 받아들일 것이며, 무디스에 대해 보복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