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던 尹 돌연 탈당으로 입장 바꾼 배경은
공식 선거 운동 시작했지만, 지지세 결집 없어
당 전체에 위기감 고조... 김용태 등 탈당 압박
윤석열 전 대통령이 17일 국민의힘을 전격 탈당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3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 2주 만이다. 후보 선출 직후부터 윤 전 대통령과 관계를 끊으라는 요구가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한참 늦었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거취 문제를 일단락 짓고, 반격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윤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저는 오늘 국민의힘을 떠난다"고 적었다. 탈당계도 함께 제출했다. "김 후보에게 힘을 모아 달라"는 말도 남겼다. "제가 대선 승리를 김 후보 본인 못지않게 열망하는 것도 이번 대선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지만, 국민을 향한 사과나 반성은 전혀 없었다.
윤 전 대통령 주변 인사들은 18일 이번 탈당을 "김 후보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김 후보와 통화에서 말했던 것처럼 필요하면 탈당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존재가 선거를 앞둔 당에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던 것이고, 김 후보는 성격상 '하시라, 마시라' 하는 이야기를 못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탈당이 늦어진 건 애초에 윤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자신의 역할론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선거 운동 시작했지만, 지지세 결집 없어
당 전체에 위기감 고조... 김용태 등 탈당 압박
윤석열 전 대통령이 4월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전 대통령이 17일 국민의힘을 전격 탈당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3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 2주 만이다. 후보 선출 직후부터 윤 전 대통령과 관계를 끊으라는 요구가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한참 늦었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거취 문제를 일단락 짓고, 반격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윤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저는 오늘 국민의힘을 떠난다"고 적었다. 탈당계도 함께 제출했다. "김 후보에게 힘을 모아 달라"는 말도 남겼다. "제가 대선 승리를 김 후보 본인 못지않게 열망하는 것도 이번 대선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지만, 국민을 향한 사과나 반성은 전혀 없었다.
윤 전 대통령 주변 인사들은 18일 이번 탈당을 "김 후보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김 후보와 통화에서 말했던 것처럼 필요하면 탈당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존재가 선거를 앞둔 당에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던 것이고, 김 후보는 성격상 '하시라, 마시라' 하는 이야기를 못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탈당이 늦어진 건 애초에 윤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자신의 역할론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격 탈당에는 당의 위기감이 작용했다. 한국갤럽이 13~15일 조사해 16일 발표한 여론조사(100% 전화면접·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결과가 결정타였다. 대선 주요 후보 지지도는 △이재명 51% △김문수 29% △이준석 8%였고, 스윙보터인 중도층에선 52%가 이 후보를 지지했다. 특히 김 후보는 '텃밭'인 영남권(TK 48%·PK 39%)에서도 절반을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증폭됐다. 김 후보에 대한 보수층 지지율은 58%로, 진보층의 이 후보 지지율(84%)에 비교해 지지층 결집력이 확연히 떨어졌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첫 TV토론회가 열리는 이날을 마지노선으로 정해 탈당을 재차 요청했다. 당 차원에서 설득에 나서자, 윤 전 대통령도 결국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탈당이나 제명을 통해 당적을 정리했다. 특히 임기 말 지지율이 낮았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여당의 요구에 쫓기듯 당을 떠났다. 윤 전 대통령은 불법계엄과 탄핵의 당사자이자 대선의 원인 제공자인 만큼 당에 남아 있을 명분이 없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최악은 피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 탈당 소식이 전해진 직후 광주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에 대한 뜻을 존중한다"며 "그 뜻을 저희가 받아들여서 당이 단합하고 더 혁신해서 국민의 뜻에 맞는 그런 당, 그런 선거후보, 그런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너무 늦은 데다 떠밀려 탈당한 듯한 모습이라 지지율 견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당은 윤 전 대통령 때문에 중도층이 떠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하는 일부 세력들이 자신의 존재를 핑계 삼아 당 결집을 망치고 있기 때문에 중도층이 떠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 거취 문제가 해결된 만큼, 남은 대선 기간 개헌과 경제 등 정책 이슈로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다. 그는 이날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 △4년 중임제 △대통령 불소추특권 폐지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발표했다. 김 후보에 앞서 이날 개헌 입장을 밝힌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개헌과 관련해 수차례 말 바꾸기를 일삼아 왔으니 국민 앞에 아예 문서로 확정하는 게 필요하다"며 "즉각적인 개헌협약 체결을 제안한다"고 촉구했다.
내부 단합에도 주력했다. 김 후보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설득을 위한 특사단을 파견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오는 20일부터 현장 유세에 나선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