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들이 만들어낸 신발 형태가 파르테논 신전을 밟는 듯한 형상을 만들어내 논란이 일고 있다. 출처 카티메리니 |
아디다스가 그리스의 유서 깊은 신전을 모독했다는 논란이 일어, 그리스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18일 아에프페(AFP) 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 아테네 자페이온에서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지난 15일(현지시각) 드론쇼를 진행했다. 수많은 드론이 형형 색깔로 빛나며 아디다스의 로고와 신발 형상 등을 연출했다.
논란은 보는 각도에 따라 신발 형상이 아크로폴리스에 세워진 파르테논 신전을 밟은 것처럼 보인다는 데서 불거졌다. 파르테논 신전은 자페이온에서 1㎞가량 떨어져 있다. 파르테논 신전은 기원전 5세기에 아크로폴리스에 세워진, 그리스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아테네 검찰은 이 사태에 대한 긴급 조사를 지시했다. 리나 멘도니 그리스 문화부 장관은 라디오에 출연해 “아디다스 신발이 아크로폴리스를 걷어차는 듯한 모습이 극도로 불쾌하다”며 “문화유산 관련 법 위반이 있는 것으로 보여, 책임 있는 모든 이들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론쇼를 맡은 회사는 드론쇼 허가를 위해 단돈 423유로(약 65만원)만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제1야당인 범그리스 사회주의 운동(PASOK·파속)은 “문명과 민주주의의 전 세계적 상징인 아크로폴리스가 광고의 배경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좌파 정당인 시리자도 “그리스의 문화 유산을 상품화하는 행위”라고 공격했다.
이에 아디다스에선 성명을 내 “쇼는 당국의 모든 요구 사항을 준수한 상태로 진행됐다. 드론의 비행은 엄격하게 자페이온 구역 내에서만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논란은 다른 사례와 맞물려 증폭됐다. 지난달 그리스 출신의 거장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아크로폴리스에서 영화 촬영 허가를 요청했다가, 그리스 문화부로부터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란티모스 감독은 장준환 감독의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리메이킹하는 한미 합작 영화 ‘부고니아’를 제작 중이다. 란티모스는 ‘더 랍스터’, ‘킬링 디어’, ‘가여운 것들’ 등으로 칸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감독이다.
소셜 미디어에선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안 되고, 아디다스는 된다. 예술엔 안 되지만, 자본엔 된다”고 꼬집는 등 토론이 이어졌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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