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후보 공약 살펴보니
안보 분야 공약 구체성 떨어지고
윤석열 정부 뒤집거나 따라가기
대북정책, 원외정당이 그나마 선명
통상 대선의 가장 큰 관심은 경제살리기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죠. 그래서 대북정책이나 안보공약이 대선에서 주목받거나 곧잘 쟁점으로 부각되곤 합니다.
이번 대선 후보들의 10대 공약을 살펴봤습니다. 그야말로 '3인 3색'으로 차이가 컸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와 국방 문민화 등을 통한 ‘윤석열 정책 뒤엎기’를 선언한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윤석열 어게인’에 가까운 구상을 내놨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현역 대상자 가운데 장교를 선발하겠다는 이색 공약을 선보였죠.
당장 군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여럿 나왔습니다. 17일 군 고위 인사는 “군 관련 발전적 정책이 너무 없어 아쉬웠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을 맡았던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공약을 보며 후보들이 전반적으로 군 문제에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고 느꼈다”고 평가했습니다. 3년 전 열린 20대 대통령 선거에선 그나마 발전적, 진취적 청사진도 담겼지만 이번엔 ‘윤석열 뒤집기’ 또는 ‘윤석열 어게인’에 치우친 데다 각 후보별 철학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안보 분야 공약 구체성 떨어지고
윤석열 정부 뒤집거나 따라가기
대북정책, 원외정당이 그나마 선명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16일 전북 익산, 경기 수원, 충남 천안에서 각각 유세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 익산·수원·천안=연합뉴스 |
통상 대선의 가장 큰 관심은 경제살리기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죠. 그래서 대북정책이나 안보공약이 대선에서 주목받거나 곧잘 쟁점으로 부각되곤 합니다.
이번 대선 후보들의 10대 공약을 살펴봤습니다. 그야말로 '3인 3색'으로 차이가 컸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와 국방 문민화 등을 통한 ‘윤석열 정책 뒤엎기’를 선언한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윤석열 어게인’에 가까운 구상을 내놨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현역 대상자 가운데 장교를 선발하겠다는 이색 공약을 선보였죠.
당장 군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여럿 나왔습니다. 17일 군 고위 인사는 “군 관련 발전적 정책이 너무 없어 아쉬웠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을 맡았던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공약을 보며 후보들이 전반적으로 군 문제에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고 느꼈다”고 평가했습니다. 3년 전 열린 20대 대통령 선거에선 그나마 발전적, 진취적 청사진도 담겼지만 이번엔 ‘윤석열 뒤집기’ 또는 ‘윤석열 어게인’에 치우친 데다 각 후보별 철학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대북정책 또한 개념에 그치고 있지요. 이재명 후보는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 위험을 낮추고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면서 △우발적 충돌방지 △군사적 긴장완화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교류·협력 추진 등을 언급했지만 구체성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아예 또렷한 대북 정책을 내놓지도 않았지요. 당선되면 바로 군 통수권자인데, 국정을 운영할 설계도가 허술해보입니다.
윤석열 뒤집기 vs 윤석열 어게인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4일 경남 밀양시 밀양관아 앞에서 유세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
물론 계엄과 탄핵으로 대선이 앞당겨지면서 각 정당마다 정책을 설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3년 전에 비해 공약의 질적 후퇴가 이뤄졌다는 점은 그간 정쟁에 에너지를 쏟느라 구상조차 소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실제 3년 전 유력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펼쳐보니 이번 대선보다 방향성도 훨씬 뚜렷해 보입니다. 두 번째 대선에 나선 이재명 후보는 3년 전 ‘스마트강군 건설, 실용외교 통한 평화 안보’로 틀을 잡고, 우주사령부 창설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웠지만, 이번엔 군의 문민화 또는 비상계엄 선포 시 국회 권한 강화 등 계엄 수습 및 예방책이 10대 공약을 파고들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내세운 대북정책도 크게 위축된 모습입니다. 지난 대선에서는 대북제재를 완화했다가 북한이 우리와의 약속을 위반하면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이나 글로벌 공급망 남북협력 추진 등 깊게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입니다.
김문수 후보 공약에도 북한을 겨냥한 듯한 내용이 있긴 하지만, 이게 대북정책인지 대미정책인지 아리송합니다.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원자력의 평화적 용도 범위 내에서 일본에 준하는 수준(20%)으로 우라늄 농축 및 플루토늄 재처리 기술을 확보하고,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이는 모두 미국이 허락해야 가능한 것인데다, 이를 위해선 우리가 미국에 지불해야 할 대가도 상당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두 가지 모두 미국도 상당히 예민하고 조심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죠. 3년 전 윤석열 전 대통령이 후보 때 내놓은 ‘일관성 있는 대북비핵화 추진’, ‘판문점 남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인공지능(AI) 과학기술동맹 강화 공약과 비교하면 현실성도 낮고, 철학도 엿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참신한 소수·원외 정당 공약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16일 충청남도청에서 진행된 언론인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성=연합뉴스 |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15일 서울 구로구 당사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
40대 기수론을 들고나온 이준석 후보 공약들이 그나마 새롭다는 평가가 일부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다소 떨어지는 공약들이 많습니다. 국방 분야에서는 병역의무자 전원을 대상으로 4주간 통합 기초군사훈련을 실시한 뒤 훈련 성적과 체력·인성·면접 평가를 바탕으로 우수자를 장교와 부사관 후보로 선발하는 공약을 내놨는데, 군 간부 양성을 위한 진입장벽을 낮출 수는 있겠지만 현행 간부 육성 시스템과 간극이 워낙 커 도입 시 혼선이 클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통일과 외교분야에서는 통일부를 외교부에 흡수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놨는데, 이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당시인 2008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통일부를 폐지하거나 외교부 산하 통합안을 검토했다가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폐지가 무산된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유력 주자들의 대북 안보 공약들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가운데 원외 정당인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가 내세운 공약들은 참신성이라도 갖춘 모습입니다. 한국형 모병제 도입, 군 트라우마센터 설립 등 국방 공약이 구체적이고 선명합니다. 비록 현단계에선 쉽지 않겠지만 남북 재생에너지 협력 등을 담은 ‘그린데탕트’나 남북을 관통해 유럽까지 철도를 잇는 유라시아 횡단 철도 실현 등 경제적 이득을 가져올 의제를 던졌다는 점도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10대 공약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면서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새 정부가 유연한 사고로 빠르게 대응해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력 주자들 공약 가운데서는 새로운 게 거의 없고,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면서 “사실 진보 진영에서 내놓은 유라시아 철도 등의 공약도 참신하지만 현재 남북관계가 단절되고 협력이 없는 상황에서 호소력은 떨어진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누가 지도자가 되든 당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인도-태평양 정책, 그리고 북한의 태도 변화 등을 지켜보면서 기민하게 대응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