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금남로 민주주의 축제장…참석자들, 다시 응원봉 들고 만세 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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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전야제가 펼쳐진 금남로 |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우리는 알지 못했네. 우리의 외침이 얼마나 먼 시간을 걸어갈 수 있을지…"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펼쳐진 전야제.
무대 위에 올라선 배우들이 어딘가로 향하는 동안 웅장한 노랫소리가 무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1980년 5월 전남도청을 지키기 위해 두건을 멘 청년들과 2024년 12월 3일 국회 해산을 저지하려는 청년들이 시간을 초월해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금남로 일대에 있던 시민들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죽인 채 뮤지컬로 재현해 낸 12·3계엄과 5·17계엄 확대의 순간을 지켜봤다.
"무사히 돌아갈게, 사랑해" 두려움을 참고 걱정하고 있을 가족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전언하는 청년의 마음은 4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오늘 우리는 패배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일의 역사는 우리들을 승리자로 기억할 것입니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옛 전남도청 최후항전을 앞두고 윤상원 열사가 시민군을 대동단결하게 했던 대사가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와 시민들의 입에서는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승리를 선포한 두 청년 배우가 만세를 외치자 시민들은 방금 막 계엄군이 물러난 것처럼 두 손을 번쩍 들어 똑같이 만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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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전야제에서 울려 퍼지는 임을 위한 행진곡 |
이날 시민들은 오월 어머니의 구슬픈 가락에 슬퍼하다가도 민주주의를 지켜낸 기쁨으로 환호하며 한마음으로 연대했다.
날이 어두워지자 시민들은 추운 겨울 광장에서 유일하게 기댔던 응원봉을 다시 꺼내 흔들며 45년 전의 역사를 되새겼다.
전야제 무대를 관람한 광주시민 한여정(25) 씨는 "윤석열 탄핵 집회에 자주 참석했고 정말 어떤 날은 그냥 집에 가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 고통과 간절함을 알다 보니 배우들이 만세를 외치는 순간 울컥했다"며 "광장에서 휘둘렀던 응원봉이 역사에 남아 앞으로도 민주주의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번의 계엄으로 상처 입은 광주시민들을 위로하고 민주주의의 외침에 부응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우원식 국회의장, 김영록 전남지사 등 정치인들과 단체장들도 전야제에 참석하며 '오월 정신', '대동 세상'을 외쳤다.
이날 강기정 광주시장은 환영사를 통해 "이곳 광주 금남로는 전두환 계엄군과 싸웠던 곳이다. 이곳에서 얻은 그 힘으로 12·3계엄을 막아냈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자들이 오월을 불러준 덕분에 광주가 민주 인권의 도시로 활짝 꽃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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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전야제 참석한 이재명 후보 |
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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