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홍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기 집권 체제에 유례없는 균열이 가고 있다. 핵심 측근들마저 줄줄이 낙마하는 연쇄 숙청이 벌어지며 시 주석의 권력 기반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그가 인민해방군(PLA)마저 온전히 믿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까지 이어지며 내부 긴장이 증폭되고 있다.
장기화된 경제 침체와 이에 따른 민심 이반은 이러한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키며,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 역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진핑의 불신
장기화된 경제 침체와 이에 따른 민심 이반은 이러한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키며,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 역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진핑의 불신
시 주석 집권 이후 반부패를 명분으로 한 숙청은 그의 권력 강화 수단으로 일상화된 상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 10여 년은 가히 '권력 강화의 역사'라 불릴 만하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의 권력 확보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시작은 미비했다. 혁명 원로의 아들인 '태자당' 배경을 발판 삼아 푸젠성, 저장성 등 지방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쌓았으나 비교적 낮은 인지도 속에서 중앙 정치 무대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 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2013년 국가주석에 오르며 당·정·군을 신속히 장악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권력 집중의 서막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 집권 이후 가장 강력한 정책으로 회자되는 것은 단연 '반부패 캠페인'이다. 공식적으로는 당의 정당성과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대의명분을 내걸었으며 "호랑이(고위직)와 파리(하위직)를 가리지 않고 때려잡겠다"는 구호는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사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시작은 미비했다. 혁명 원로의 아들인 '태자당' 배경을 발판 삼아 푸젠성, 저장성 등 지방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쌓았으나 비교적 낮은 인지도 속에서 중앙 정치 무대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 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2013년 국가주석에 오르며 당·정·군을 신속히 장악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권력 집중의 서막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 집권 이후 가장 강력한 정책으로 회자되는 것은 단연 '반부패 캠페인'이다. 공식적으로는 당의 정당성과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대의명분을 내걸었으며 "호랑이(고위직)와 파리(하위직)를 가리지 않고 때려잡겠다"는 구호는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반부패 캠페인은 수많은 고위 관료들의 낙마로 이어졌다. 시 주석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왕치산 전 부주석의 지휘 아래 중앙기율검사위원회(CCDI)는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다. 당원을 비밀리에 구금 조사하는 '솽규(雙規)'는 공포의 대상이었고, 이후 모든 공직자로 대상을 확대한 국가감찰위원회(NSC) 설립은 반부패 권력을 더욱 제도화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캠페인의 이면에는 시 주석 개인의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패 척결이라는 대의는 경쟁 계파를 해체하고 잠재적 정적을 제거하며, 자신의 측근들로 권력 핵심부를 채우는 숙청 작업을 효과적으로 가리는 동시에 정당화하는 이중적 기능을 수행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숙청 대상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시 주석의 권력 강화에 잠재적 위협이 되거나 경쟁 계파에 속한 인물들이 집중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대표적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태자당의 대표 주자로 잠재적 경쟁자로 꼽혔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가 있다. 부인 살인 사건 연루 및 부패, 직권남용 혐의로 2012년 몰락했으며 그의 숙청은 시 주석 집권 직전 최고 권력에 도전하는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로 읽혔다.
상하이방 및 석유업계와 연계된 '석유방'의 핵심 인물이자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를 지내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저우융캉도 마찬가지다. 2014년 부패, 직권남용, 국가기밀 누설 등의 혐의로 숙청됐으며 그의 숙청은 '전직 상무위원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뜨린 상징적 사건으로 여겨진다. 주요 경쟁 계파 해체의 신호탄이기도 했다.
군부에서는 후진타오 시절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군부 최고 실세였던 쉬차이허우와 궈보슝이 매관매직 등 심각한 부패 혐의로 각각 2014년과 2015년에 제거됐다. 이들의 숙청은 시 주석의 군 장악력을 공고히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으며 후진타오 전 주석의 핵심 측근이자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계파의 주요 인물이었던 링지화 전 중앙통일전선공작부 부장 역시 2014년 부패 및 국가기밀 불법 취득 혐의 등으로 몰락한 바 있다. 공청단 몰락의 트리거로 여겨진다.
차세대 주자로 잠재적 후계자로 거론되던 쑨정차이 당시 충칭시 당서기 겸 정치국 위원의 몰락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017년 제19차 당대회를 앞두고 부패 혐의로 갑자기 해임된 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며, 이는 시 주석 자신의 장기 집권을 위한 포석이자 후계자 선정 과정에 대한 확고한 통제 의지를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기존의 승계 규범 파괴 신호이자 시황제 등극의 결정적 배경으로 여겨진다.
심지어 시 주석의 핵심 측근으로 반부패 캠페인을 이끌었던 왕치산 전 부주석마저 실각했다.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캠페인이 이처럼 정적 제거에 효과적이었던 배경에는 치밀하게 설계된 작동 방식이 있었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로 판을 흔들면서 조사 대상 관료를 무력화시키는 것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관영 매체는 부패 관료의 몰락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숙청을 정당화하고 시진핑 지도부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마지막으로 특유의 무자비함으로 관료 사회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 반대 의견을 억누르고 시 주석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효과를 낳았다.
한편 시 주석의 권력 공고화는 이러한 반부패 캠페인 외에도 당·정·군 핵심 직위 장악, 기존 정치 규범 파괴, 사상적 권위 확보, 충성파 육성, 군대 개혁 등 다층적 전략을 통해 치밀하게 진행됐다. 집권과 동시에 당 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국가주석 3대 권력을 즉각 장악한 배경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결국 과거 중국 정치의 특징이던 계파 정치는 시 주석 시대에 급격히 약화됐다. 장쩌민 전 주석 계열의 '상하이방', 후진타오 전 주석 계열의 공청단, 나아가 노선을 달리하는 태자당 내부 인사들까지 체계적으로 힘을 잃었다.
'칠상팔하(七上八下, 67세 유임, 68세 은퇴)'와 같은 정치국 상무위원 연령 제한 규정은 동맹 관계 유지를 위해, 궁극적으로는 시 주석 자신의 장기 집권을 위해 무력화됐다는 비판이다. 심지어 2018년 국가주석 2연임 제한 철폐 헌법 개정은 그의 종신 집권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덩샤오핑 시대 이후 유지돼 온 집단지도체제의 근간은 크게 흔들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달성된 시진핑 주석의 전례 없는 권력 집중은 중국 정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덩샤오핑 이후 유지되던 집단지도체제는 약화되고 사실상의 개인 통치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민해방군 잔혹사
시 주석의 칼날은 정계를 넘어 군으로 향하고 있다. 날카로운 사정의 칼날이 인민해방군을 향하며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의 기반이자 지지기반인 인민해방군과의 미묘한 분위기가 가감없이 펼쳐지고 있다.
심지어 자신이 직접 발탁했거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던 인사들마저 숙청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리상푸 전 국방부장과 친강 전 외교부장의 연쇄 해임은 시작에 불과했다. 시 주석이 리 전 부장을 "배신했다"고 직접 비난하면서 내부 분위기가 들끓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5년 들어서도 숙청의 그림자는 걷히지 않았다.
시 주석의 군내 핵심 지지 기반으로 여겨졌던 허웨이둥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4월 '몰락'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전인 1월에는 먀오화 중앙군사위 정치공작부 주임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설이 파다했다. 그리고 외교, 안보, 당 조직을 넘어 군에 대한 숙청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최고 권력층 내부의 깊은 불안감과 시 주석의 광범위한 불신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외부에서는 시 주석이 벌이는 일련의 숙청을 두고 '자신에 비토하는 군 내 인사들의 행보에 따른 반작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장 제임스타운 재단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3년 이후 군 최고위층에서 시 주석 측근들이 숙청되고 있다"면서 "이는 인민해방군 내 그의 정적들이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을 약화시키기 위해 그의 측근들을 겨냥하고 있기에 벌어진 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군 내부의 특정 세력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으며, 이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과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으로 임명한 인사들까지 숙청 대상이 된다는 것은 시 주석의 인재 등용 능력에 문제가 있거나, '충성'의 기준이 극도로 협소해지고 예측 불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한편 시진핑 주석의 깊어지는 불신은 인민해방군의 지휘 체계와 전투 준비태세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 주석은 군 현대화와 함께 '당군(黨軍)'으로서의 정치적 충성심을 극도로 강조하며 군에 대한 직접 통제를 강화해왔다. 그러나 능력보다 정치적 신뢰도를 우선시하는 인사는 군의 전문성을 저해하고, 오히려 시 주석 자신의 군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핵과 미사일 전력을 담당하는 로켓군과 군 장비 조달을 책임지는 중앙군사위 장비발전부에서 고위급 지휘관들이 대거 숙청된 사건은 이러한 불신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단순한 부패 문제를 넘어 시 주석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군 현대화 사업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군부에 대한 그의 불신과 분노를 증폭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군 지휘관들은 실패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으로 인해 혁신적인 전략이나 주도적인 작전 수행을 꺼리는 '숙청 마비(purge paralysis)' 현상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전투 상황에서 이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에서조차 시 주석의 1인 지배를 견제하려는 듯 '집단지도체제'를 옹호하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군 내부의 미묘한 기류 변화와 시 주석과의 긴장 관계를 시사한다. 1979년 이후 실전 경험이 없는 인민해방군이 과연 현대전, 특히 대만 침공과 같은 고도의 합동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커지는 대목이다.
경제난 가중, 바닥으로 치닫는 민심
현재 중국 경제는 위기다. 가혹했던 '제로 코로나' 정책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닥친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는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헝다, 비구이위안 등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연쇄 디폴트 위기는 가계 자산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에 의존하는 중산층에게 치명타를 안겼다. 여기에 2024년 6월 21.3%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청년 실업률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사회 전체의 활력을 앗아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고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경제적 어려움은 사회 전반의 불만으로 확산되고 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극심한 경쟁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좌절감으로 최소한의 노력만 하며 현실을 회피하는 '탕핑(드러눕기)'이나 '바이란(되는대로 살기)'과 같은 소극적 저항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에는 의료보험 혜택 축소에 반발하는 퇴직자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는 '백발 운동'이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등,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집단행동도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현재의 암울한 시기를 '쓰레기 시간'에 비유하며 정부의 경제 운영 능력과 위기 관리 능력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도 쏟아내고 있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정권의 정당성 기반으로 삼아온 '경제 성장과 민생 안정'이라는 약속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중국 내부의 복합적인 위기와 시진핑 주석의 인민해방군에 대한 불신은 자국은 물론 대만 문제에도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 시 주석이 국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거나 역사적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만 문제에서 더욱 공세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군의 실제 능력에 대한 과신이나 왜곡된 정보 보고는 무모한 군사적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내부 통제에 대한 불안감과 군의 실제 능력에 대한 불신 속에서 시 주석이 국내의 비판적 여론을 외부로 돌리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을 의도적으로 고조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도부에 대한 불신, 경제난으로 인한 민심 이반,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시 주석의 인민해방군에 대한 깊은 불신이라는 복합적인 고차 방정식이 엇박자를 내는 순간 동아시아 전체가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 있는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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