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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인지저하 논란' 녹음 공개… "아들 죽음, 트럼프 당선 시기 기억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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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인지저하 논란' 녹음 공개… "아들 죽음, 트럼프 당선 시기 기억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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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아니라 추억 젖은 할아버지 같았다"
유도 질문 그대로 인정, 변호인 수습에 진땀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연설하고 있다. 시카고=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연설하고 있다. 시카고=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과거 수사를 받을 당시의 녹취 파일이 공개되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인지능력 논란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3년 10월 부통령 임기 종료 후 기밀문서를 유출·보관했다는 혐의로 로버트 허 특별검사의 수사에 임했다. 녹취 파일에는 간단한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거나 2015년 세상을 떠난 장남 보 바이든이 사망한 시기를 혼동하는 등 심한 건망증을 앓고 있는 듯한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16일(현지시간)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3년 로버트 허 특별검사로부터 조사를 받을 당시의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2월 녹취록을 공개했지만 녹음파일 원본 공개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바이든 행정부가 "법 집행자료는 보호받아야 한다"며 대통령 특권을 동원해 막아섰기 때문이다.

녹취 속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은 문답 과정에서 '팩스'나 '게시판' 같은 간단한 단어를 떠올리기 위해서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질문 자체의 전체적인 맥락에는 반응했지만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물어보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는 장남 보의 사망 시기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당선된 때도 기억하기 힘들어했다.

그는 '역사적 가치 때문에 문서를 보관하려 했느냐'는 허 특검의 유도 질문에 "후세를 위해 간직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혐의를 인정하는 듯한 추측성 발언을 해 변호인을 곤란케 하기도 했다. 구텐베르크 인쇄기가 유럽에 미친 영향을 장황하게 설명하거나 1960년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 간의 대통령 TV 토론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하는 등 조사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액시오스는 "허 특검이 지난해 바이든 전 대통령에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그를 '기억력이 나쁜 노인'으로 묘사한 것에는 근거가 있어 보인다"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조사 내내 피고인이라기보다는 추억에 젖어 이야기하는 할아버지처럼 행동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전 대통령 측의 켈리 스컬리 대변인은 이번 보도에 대해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가 공개한 녹취록에 적혀있는 내용"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