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할 일이나 하지”…트럼프 중동 순방에 총회 지각한 FIFA 회장 ‘뭇매’

잔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 [EP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따라 나섰던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정작 FIFA 총회에 지각하면서 뭇매를 맞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인판티노 회장 등 FIFA 지도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 동행하면서도 FIFA의 연차총회에 지각해 부족한 책임감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밍키 워든 HRW 글로벌이니셔티브 디렉터는 인판티노 회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한 이유와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인판티노 회장은 이번 회동이 트럼프 대통령 및 걸프 지도자들의 중요한 회동이라고 주장하는데, 왜 FIFA 총회보다 우선시 돼야 하나”라고 꼬집었다.

앞서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하느라 지난 15일 파라과이에서 열린 FIFA 연차총회 시작 시간보다 2시간 17분 늦게 도착한 바 있다. 이 여파로 총회 일정이 순연됐다.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 동행을 통해 세계 정치·경제 리더들과의 중요한 논의에서 축구를 대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가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럽축구연맹(UEFA) 지도부마저 인판티노 회장의 무책임함을 비판하며 퇴장하는 등 총회가 파행을 빚었다.

UEFA는 성명을 내고 인판티노 회장이 “사적인 정치적 이해관계를 축구 자체보다 더 우선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FIFA 총회는 세계 축구계의 가장 중요한 회의로 전 세계 211개국이 모여 전 세계 스포츠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인판티노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각별히 공을 들이는 것은 ‘세계 최대 스포츠 시장’인 미국에서 FIFA가 트럼프의 임기에 두 차례나 대회를 치르기 때문이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멕시코에서 열리고, 이에 앞서 내달 15일부터는 미국에서 한 달간 6개 대륙에 걸쳐 32개 클럽이 참가하는 방식으로 크게 확대된 FIFA 클럽 월드컵이 열린다.

이번 클럽 월드컵은 FIFA가 기존 국가대항전 월드컵에 버금가는 규모로 준비하는 ‘메가 이벤트’다.

그러나 유럽 축구계에서는 인판티노 회장이 지나치게 트럼프 행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다.

UEFA 내부에서는 인판티노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애완동물처럼” 따라다니면서 FIFA 총회를 무시하는 “오만한” 행태를 보였다고 분개하는 목소리들이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