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가 비행기를 만든다고요?”
2020년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에서 놀라운 발표를 내놓습니다.
바로 우버와 협업해 만든 ‘하늘을 나는 차’, 정확히는 PAV(Personal Air Vehicle) ‘S-A1’을 공개한 것입니다. 많은 관람객은 눈을 의심했습니다. “현대차가 왜 하늘을 날려고 하지?” 이 결정은 단순한 ‘쇼잉’은 아니었습니다.
2020년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에서 놀라운 발표를 내놓습니다.
바로 우버와 협업해 만든 ‘하늘을 나는 차’, 정확히는 PAV(Personal Air Vehicle) ‘S-A1’을 공개한 것입니다. 많은 관람객은 눈을 의심했습니다. “현대차가 왜 하늘을 날려고 하지?” 이 결정은 단순한 ‘쇼잉’은 아니었습니다.
이후로 현대차는 ‘슈퍼널(Supernal)’이라는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별도 법인을 2021년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본격 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현대차는 왜 이렇게까지 ‘하늘’을 갈망하는 것일까요?
글로벌 2위 자동차그룹의 넥스트...‘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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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슈퍼널이 공개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체 ‘SA-2’. <사진=현대차> |
2025년 1분기 현대차는 매출 44조4078억원, 영업이익 3조633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2%, 2.1% 증가한 실적을 받아들었습니다. 이는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기록입니다.
기아는 매출액 28조175억원, 영업이익 3조86억원으로 매출이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죠.
글로벌 자동차 그룹 중에는 일본 도요타그룹에 이어 영업이익 2위입니다. 1분기 기준 2년 연속 독일 폴크스바겐그룹(4조5000억원)을 제쳤죠.
전기차 캐즘에 미국발 관세 전쟁 여파까지 겹치면서 대부분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졌지만,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제품을 통해 수익성과 판매량을 지켜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북미 시장에서 고급차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바탕으로 아이오닉 브랜드도 글로벌 존재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모든 호실적은 ‘현재’일 뿐입니다. 내연기관의 시대는 사실상 끝나가고 있고, 전기차 시장에서는 치열한 격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BYD 같은 저가 EV 공세, 테슬라의 가격 전쟁, 미국의 IRA 법안에 따른 현지 생산 압박과 관세 리스크까지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은 이미 ‘레드오션’을 넘어 쇠퇴의 입구에 서 있죠.
그래서 다음 성장의 구역을 하늘에서 찾고 있는 것입니다. 현대차가 도심항공모빌리티에 진입하는 이유는 단순히 신기술 때문이 아닙니다. ‘선점 가능성’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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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CES 2020’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미국의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UAM 시장 규모가 2040년 1조 달러(약 14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이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기업은 없습니다.
미국의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 독일의 볼로콥터(Volocopter) 등이 선두 주자로 꼽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소규모 스타트업으로 아직 양산체계나 글로벌 인프라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현대차는 다릅니다. 이미 전 세계에 차량 제조 및 유통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고요. 항공우주, 배터리, 전기차 기술을 융합할 수 있는 조직력을 갖추고 있죠.
UAM 법인 슈퍼널을 통해 미국 현지에서 FAA(연방항공청) 인증을 목표로 실질적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슈퍼널은 올해 3월 미국에서 전기 수직이착륙기 ‘S-A2’의 첫 시범 비행을 진행했습니다. 이 비행기는 슈퍼널이 지난해 ‘CES 2024’에서 공개한 첫 제품으로 최대 4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습니다.
슈퍼널은 2028년까지 FAA 인증을 완료하고 미국에서 상용화를 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이미 미국 항공우주국 NASA와 협업해 항공 인프라 설계, 소음 기준, 배터리 안정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실증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이동의 정의를 바꾼다...“차도 필요할 때 꺼내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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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제네시스 생산라인. |
지금까지의 자동차 산업은 단순했습니다. 제조 → 판매 → 보험 → 정비로 진행되죠. 사용자는 직접 소유하고, 운전하고, 관리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릅니다. ‘서비스형 모빌리티(Mobility as a Service, MaaS)’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차를 사지 않고도, 이동을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시대’로 바뀌는 겁니다.
택시를 부르는 것도 MaaS, 공유 전동 킥보드도 MaaS, 지하철·버스 통합 환승 플랫폼도 MaaS, 궁극적으로는 ‘하늘을 나는 택시’도 MaaS의 최종 진화형입니다.
이 모든 것은 ‘앱 하나로’ 연결됩니다. 결제, 예약, 경로 최적화, 교통수단 간 연계까지 모두 플랫폼이 처리합니다.
지금까지 완성차 기업은 ‘한 번 판매하면 끝’이었습니다. 하지만 MaaS 플랫폼에서는 사용자가 이동할 때마다 수익이 발생합니다. ‘소유에서 구독으로, 판매에서 사용으로’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지속적 수익 모델로의 진화인 셈입니다.
현대차는 UAM 사업을 통해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서 ‘이동을 설계하는 기업’으로 확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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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비에비에이션의 전기 수직이착륙 비행체. <사진=조비에비에이션> |
글로벌 UAM 시장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조비에비에이션(JOBY)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자사 항공기 두 대를 동시에 비행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조비는 총 6대의 항공기를 테스트 플릿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복수 기체를 동시에 비행하는 것은 인증 절차를 가속할 수 있습니다. 목표로 한 2026년 상업 운행에 한 걸음 다가서는 것입니다. 조비는 현재까지 뉴욕, 일본 등에서 누적 4만 마일 이상의 시험 비행을 완료했습니다.
조비에비에이션의 창립자이자 CEO인 조벤 비버트는 “이번 성과는 조비가 해당 분야에서 기술적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증명하는 동시에, 미국 혁신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우리가 개발하고 조립한 에어택시는 100% 미국에서 제작됐으며, 현재 40개 주에 걸쳐 수많은 엔지니어와 전문가들이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조비에이션은 주가가 다시 7달러선을 회복했습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UAM...해결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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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볼로콥터 비행체. <사진=볼로콥터> |
물론 UAM은 아직 걸음마 단계가 맞습니다.
사람들은 정말 하늘을 나는 걸 원할까? 비행체 가격은 얼마가 될까? 도심 하늘길을 열기 위한 법과 제도는 준비돼 있나? 갖가지 질문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죠.
게다가 현대차의 핵심 사업은 여전히 자동차입니다. 전기차 경쟁에서 밀리게 되면 UAM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조비에비에이션도 당초 자사 기체의 상용화 시점을 2024년으로 내세웠지만 2026년으로 연기한 바 있죠.
여기에 항공사고가 나날이 늘어나는 가운데 UAM은 여객기보다 조류 충돌에 더 취약하고, 사고 발생 시 도심 피해 우려가 더 크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비행기만 만들면 끝일까요? 사람이 타기 위해서는 승강장이 있어야 하고 기체가 이륙과 착륙을 반복하기 위해서는 관제·통신 등 여러 시설을 갖춰야 하죠.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해도 사람들이 쉽사리 타지 않으려 할 수도 있습니다.
땅에서 바퀴로 시작했던 우리의 이동은 이제 하늘과 날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출근길에 차를 타셨습니까? 현대차는 그 당연한 질문부터 다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홍키자의 빅테크’는 테크, 플랫폼,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지금 아래 홍성용 기자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깊이가 다른 콘텐츠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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