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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종이와 검은 목탄을 준 나무, 그림으로 되살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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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종이와 검은 목탄을 준 나무, 그림으로 되살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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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조이 콩스탕 '목탄'


그림책 '목탄'에서 목탄으로 그린 그림에 지우개로 빛을 그려넣는 모습. 논장 제공

그림책 '목탄'에서 목탄으로 그린 그림에 지우개로 빛을 그려넣는 모습. 논장 제공


“까맣게 타들어 가는 나뭇조각, 목탄이 되고

하얗게 바뀌어 가는 나무토막, 종이가 되고”

그림책 ‘목탄’은 나무가 인간에게 준 것에 대한 이야기다. 나무를 태워서 만든 회화 재료인 목탄으로 하얀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담담히 이어진다. 그림 모퉁이에 있는 손은 작은 목탄으로 숲과 나무, 청설모를 그린다. 목탄으로 그린 그림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자연의 질감과 부피를 표현하고, 지우개로 쓱쓱 지워 빛을 그린다. 목탄에 가하는 압력이나 각도만으로도 그림의 밝기와 어두움이 달라지는 과정을 생생히 볼 수 있다. 그림을 완성한 후 번지거나 묻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착액을 뿌리는 장면까지 세심하게 담겨있다. 화가의 목탄화 작업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경험을 주는 책이다.

그림책 '목탄'에서 작가는 내 그림을 나무의 영혼에게 바친다고 했다. 논장 제공

그림책 '목탄'에서 작가는 내 그림을 나무의 영혼에게 바친다고 했다. 논장 제공


그림을 완성한 작가는 책 뒤편에서 목탄과 종이의 재료가 되는 식물들을 소개한다. 유럽에서 전통적으로 목탄 재료로 사용해 온 유럽회나무, 미술용품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목탄 재료인 포도과 등 나무 각각의 고유한 특징을 소개한다. 또 고품질 종이를 만드는 데 쓰이는 유칼립투스, 일반 나무 섬유로 만든 종이보다 흡수력이 좋고 튼튼한 목화, 한지를 만드는 데 많이 사용했던 닥나무 등 다양한 종이가 되는 나무들도 알려준다. 이 나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목탄과 종이가 되는지도 목탄화를 통해 친절하게 설명한다.

프랑스 출신의 작가 조이 콩스탕은 2019년 한국인 남편과 함께 한국에 정착한 후 한국어를 배워 글도 직접 한국어로 썼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이 목탄으로 그림을 그려 보고 싶다는 마음과 나무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을 함께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목탄·조이 콩스탕 지음·논장 발행·64쪽·1만8,000원

목탄·조이 콩스탕 지음·논장 발행·64쪽·1만8,000원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