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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돌봄’ 잘하려면 ‘관계 회복’에 먼저 신경 써라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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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돌봄’ 잘하려면 ‘관계 회복’에 먼저 신경 써라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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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대중

일러스트 김대중


다양한 스트레스를 견디고 회복하는 마음의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되는 요즘, ‘자기 돌봄’(Self Care), ‘자기 자비’(Self-Compassion)와 같은 심리적 역량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자기 자비의 관점은 자신의 실수나 결점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강조합니다. 자기 돌봄은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 감정 일기를 쓰는 것과 같은 실천 행동들을 제시합니다. 두 개념 모두 심리적으로 안정된 ‘자기’를 유지해 자신을 보호하고 회복하는 조절 능력이라는 점에서 통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언뜻 보면 ‘스스로 나를 위로한다’는 것은, 한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여유로운 카페 사진을 업로드하던 유행같이, 관점을 전환하거나 방법을 새롭게 습득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이러한 심리적 역량이 자연스럽고 지속적으로 발휘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마음의 작동 원리’에 비춰 찬찬히 들여다보면, ‘자신을 다정하게 대할 수 있는 능력’은 처음부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대상과의 관계 경험’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태어나자마자 나를 응시하고 있는 양육자와 나를 구별하지 못하고 동일하게 여깁니다. 그러다가 점차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양육자 혹은 중요한 대상(Object)은 물리적인 돌봄을 넘어서 아이의 감정과 욕구 등을 있는 그대로 비춰주며 돌봄을 받을 만한 존재로 따뜻하게 반응해주는 ‘심리적 거울’ 역할을 합니다. 우리에게 ‘나’라는 자각이 더욱 뚜렷해질수록, 외부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던 중요한 대상은 내 마음의 일부로 자리 잡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내면화’ 혹은 ‘거울 자아’(Looking-Glass Self)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핵심은 ‘나’는 결코 내 안에서 스스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태초부터 중요한 대상의 시선과 기대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가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는, 한때 ‘나를 돌봐주었던 중요한 대상이 나에게 전한 다정한 시선’일 수 있습니다. 자기 돌봄이 화두인 시대에 ‘스스로 마음을 돌보라’는 말이 때로 공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때 혹시 나 자신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면서 자신을 탓하고 있지는 않나요. 나를 잘 다독이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는 것은, 지금이 좋은 관계를 회복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자기 치유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살아 있는 좋은 대상, 좋은 관계와의 기억과 경험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어렸을 때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살면서 언제든 가능합니다. 지금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무슨 이야기가 들리나요. 그리고 누구의 목소리인가요.



김영주 온더함 심리상담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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