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그리어 만난 정기선 HD현대 회장 “필요한 역할 있다면 기꺼이 참여”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16일 오전 제주 서귀포에서 회동했다. 양측은 한·미 조선 산업 협력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은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그리어 대표를 만났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회담에서 HD현대중공업과 미국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사 간 협력 사례를 소개하며 △공동 기술 개발 △선박 건조 협력 △기술 인력 양성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 양국이 조선 산업 협력을 확대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밖에 선박 보수·수리·정비(MRO)를 포함한 구체적인 협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16일 제주 서귀포 모처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한·미 조선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미국 내 중국산 항만 크레인의 독점적 공급 문제도 언급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HD현대 계열사인 HD현대삼호의 크레인 제조 역량을 소개하며 공급망 확대를 위한 미국과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양사는 지난달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HD현대는 미국의 조선 산업 재건 의지와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를 위한 모든 준비를 갖춘 만큼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기꺼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어 대표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전날 개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통상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14일 방한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각국 통상 당국 관계자를 만나는 그리어 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국내 특수선 양강인 한화오션 김희철 대표와 회담을 가진다. 정 수석부회장과 김 대표 면담은 미국 측이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산업 협력은 우리나라가 미국과 관세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상호관세를 낮출 가장 유력한 카드 중 하나다. 미국이 조선 산업을 다시 육성하려는 배경으로는 공급망, 국가안보, 일자리 창출 및 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요인이 꼽힌다. 미국이 해군력을 유지하고 자체적으로 선박을 건조, 유지·보수하기에는 이미 조선소가 노후화하고 조선 기술이 낙후해 한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자국 조선업을 재건하려 한다는 것이다.

서귀포=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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