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섬유 공장에서 T셔츠가 제작되고 있다.AP뉴시스 |
[파이낸셜뉴스] 지난 12일 미국과 중국이 90일동안 상호관세를 서로 낮춰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 두 경제대국간 고조됐던 무역전쟁이 일단 가라앉게 됐다.
오는 8월12일까지 유지되는 상호관세 부과 유예기간 동안 미국과 중국이 협상을 통해 관세를 낮출까 조심히 지켜보는 국가들이 있다.
바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들로 지난달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방의 날’이라며 교역국들에 부과되는 상호관세를 발표할 당시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았다.
16일 채널뉴스아시아(CNA) 방송은 아세안 국가들도 상호관세가 유예가 끝나는 7월8일 이전까지 미국과 협상을 통해 최대한 끌어내리겠다면서도 무역 경쟁국인 중국이 미국과 협상을 통해 더 낮은 관세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할까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미국 제품에는 높은 관세를 매기고 비관세 장벽도 높은 ‘더러운 15개국’에 포함시켰다.
싱가포르 ISEAS-유서프 이샥 연구소의 아세안 연구센터 연구원 조앤 린은 8월12일 이후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의 관세가 아세안 제품부터 낮아질 경우 그동안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을 대체하는 투자국과 제조기지로서의 매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중 무역 전쟁 고조 속에 중국 기업들이 생산지를 이전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같은 국가들에게는 큰 우려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린은 중국 제품의 관세가 더 낮아질 경우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아세안 회원국으로의 생산지 이전과 외국인 투자가 둔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는 미국이 조기 협상을 추진하는 국가 명단에 들어간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9일 베트남을 비롯한 국가들과 성과있는 협상을 가졌다고 밝혔다.
ISEAS-유서프 이샥의 린 연구원은 미국과 아세안간 상호 협상 결과에 따라 앞으로 동남아 국가들의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변하는 글로벌 무역 환경에서 구석으로 내몰릴지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산 구매를 늘리겠다고 약속하며 대처하고 있다.
무역전쟁에 취약하면서도 미국으로부터 상호관세 32%를 적용받은 인도네시아는 밀과 대두, 원유, 액화석유가스(LPG)의 구매선을 미국으로 바꾸면서 미국산 수입 규모를 연간 190억달러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아세안 국가들 보다 낮은 관세를 받는데 성공할 경우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회수되는 것이 예상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 경제법률연구센터(CELIOS)의 비마 유디스티라 소장은 유럽과 미국의 투자가 중국으로 갈 것이나 동남아 최대 경제국 인도네시아의 경우 상호관세를 크게 끌어내린 중국에 비해 협상에서 크게 소외됐다고 했다.
상호관세 36%를 부과받은 태국 또한 미국산 옥수수와 천연가스, 에탄 수입을 늘리고 관세 인하와 비관세 무역 장벽 제거를 제안했다.
이달초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미국 무역관리들과 비공식 협상이 진행 중이며 90일 유예기간 중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낙관했다.
태국 일간지 방콕 포스트는 패통탄 총리가 미국과의 ‘비밀 타결’ 또한 가능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일부 외신이 태국이 미국에 협상할 내용을 보내면서 접촉할 시기를 찾고 있다고 보도하는 가운데 미국의 조기 협상 대상국에 들어가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국내에서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협상에 더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아세안 국가들 사이에서도 미국과 합의를 위해 서로 협상 경쟁이 분명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A는 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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