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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78억 투자했는데 ERA 6.68이라니… 구속도 멀쩡한데, 엄상백은 무엇이 문제일까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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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78억 투자했는데 ERA 6.68이라니… 구속도 멀쩡한데, 엄상백은 무엇이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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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한화는 1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SSG와 경기(우천 취소)를 앞두고 우완 사이드암 엄상백(29)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고, 베테랑 불펜 요원인 이태양을 등록했다. 최근 부진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2군에서 조정을 하라는 뜻이 담겨져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총액 78억 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하며 큰 기대를 모았던 엄상백이다. 일각에서는 규정이닝을 딱 한 번(2024년 156⅔이닝) 채운 투수에게 너무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는 우려도 있었으나 리빌딩을 마치고 오로지 성적을 향해 달려야 하는 한화로서는 확실한 선발 카드 보강이 필요했다. 엄상백은 두 차례나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한 선수였고, 아직 서른이 되기 전의 선수로 나이 또한 많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29경기에서 156⅔이닝을 던지며 13승10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했던 엄상백이다. 한화 선발 로테이션의 마지막 퍼즐이라는 기대가 자자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첫 출발이 좋지 않다. 엄상백은 시즌 첫 8경기에서 1승4패 평균자책점 6.68에 머물렀다. 32⅓이닝 동안 피안타율 0.323,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1.82를 기록한 채 2군에서 조정 시간을 갖는다.

한화의 성적이 올해 좋았기에 크게 도드라지지 않았지만, 엄상백은 좀처럼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우려를 모았다. 시즌 8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딱 한 번(4월 25일 kt전 6이닝 1실점)에 불과했다. 반대로 선발 투수의 책임 이닝이라는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간 경기가 5번이나 됐다. 다른 선발들이 잘 던져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한화 불펜 소모가 극심할 수도 있었다.


15일 대전 두산전에서도 2이닝 동안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5실점으로 부진한 끝에 조기 강판됐고, 15일 경기 후 2군행이 결정됐다. 일단 아직 성적에 여유가 있고, 다른 선발 투수들의 로테이션이 잘 돌아갈 때 최대한 빨리 조정을 하려는 측면으로 보인다. 결국 엄상백이 로테이션을 돌아주며 자기 몫을 잘 해줘야 결국 한화도 원하는 성적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구속이나 다른 세부적인 수치들은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이는 어느 정도 증명이 된다. KBO리그 공식 구속 측정 플랫폼이자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에 따르면 엄상백의 2023년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45.6㎞였다. 2024년은 145.0㎞, 그리고 2025년은 144.6㎞다. 계속 줄고 있는 것 같지만 3년간 편차는 1㎞ 남짓이다. 난타를 당했다는 15일 두산전은 145.7㎞였다.


패스트볼의 세부 데이터를 보면 익스텐션·릴리스포인트·수직무브먼트·수평무브먼트 등에서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 즉, 구위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피안타율이 지난해 0.266에서 올해 0.323으로 폭등한 것은 역시 제구력, 그중에서도 슬라이더와 체인지업과 같은 변화구의 제구력이 일차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너무 빠지거나, 너무 몰리는 공이 많다 보니 타자들로서는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고 선택지를 좁힐 수 있다. 카운트 싸움이 안 되다보니 패스트볼로 밀고 들어가다 높은 쪽 코스에 걸리는 경우가 늘어났고, 혹은 볼넷으로 이어지며 어려운 승부를 하고 있다. 엄상백의 지난해 9이닝당 볼넷 개수는 2.41개로 나쁘지 않은 편이었지만, 올해는 4.45개로 리그 평균 이하다. 피안타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탈삼진은 줄었다.

인플레이타구가 많아지는데 하필이면 운도 조금은 따르지 않는다. 트랙맨 레이더가 추적한 지난해 엄상백 상대 타구의 평균 속도는 138.2㎞였고, 올해는 138.0㎞로 역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인플레이타구타율(BABIP)은 지난해 0.317이나 개인 통산 평균 0.318보다 크게 높은 0.370에 이른다. 제구가 안 되고,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이 많고, 여기에 운도 다소 따르지 않으니 고전은 당연한 결과다.

한화도 엄상백을 길게 2군에 둘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몸에 문제가 있거나, 메커니즘을 수정해야 하거나, 혹은 버릇이 노출됐다고 판단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주겠지만 이번 2군행은 머리를 식히려는 차원의 결정임을 알 수 있다. 1군에 돌아왔을 때 엄상백이 어떤 투수로 돌아오는지가 관심인 가운데,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한화의 시즌 운영에 큰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반대라면 한화는 더 탄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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