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악몽은 되풀이하지 않았다. 롯데가 신속하게 움직인 이유다.
롯데는 지난 2022년부터 함께 했던 외국인투수 찰리 반즈(30)와 결별하면서 새 외국인투수 알렉 감보아(28)를 영입했다.
사실 반즈는 작년에도 롯데를 떠날 수 있었다. 지난 해 반즈는 시즌 도중 왼쪽 사타구니 부상을 입었고 한동안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반즈가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시점은 작년 5월 말이었다. 당시만 해도 롯데는 "반즈가 복귀하는데 2~3주 정도 소요될 정도"라면서 반즈의 복귀를 낙관했다. 그러나 반즈의 부상은 예상보다 장기화됐고 결국 7월 10일 인천 SSG전에서야 1군 마운드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미 다른 팀들은 6주 대체 외국인선수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롯데만 요지부동이었다. '에이스'의 공백이 장기화된 롯데는 결국 순위 싸움에서도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롯데가 지난 해 7위에 머물러야 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그래서일까. 올해는 반즈가 어깨 부상이 발생하자 주저하지 않고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올해 개막전 선발을 맡은 반즈는 지난 해까지 보여줬던 강력한 투구를 재현하지 못했다.
반즈가 지난달 23일 사직 한화전에서 5이닝 6피안타 4볼넷 3탈삼진 6실점(4자책)으로 고전하자 김태형 롯데 감독은 "반즈가 걱정이다. 1선발로 계산이 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3회가 지나면 직구 구속이 140km가 나온다. 거기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밋밋하다. 직구 힘으로 이겨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본인도 더 코너로 던지려고 한다"라면서 "더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령탑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반즈는 지난 4일 사직 NC전에서 5⅓이닝 7피안타 3볼넷 3탈삼진 5실점에 그쳤고 어깨 부상으로 1군 전력에서 이탈했다.
마침 롯데는 상위권으로 치고 오르고 있는 상황. 2017년 이후 가을야구와 인연이 없었던 롯데는 올 시즌을 절호의 기회로 인지하고 있다. 롯데는 외국인선수의 부상을 대비해 미리 리스트업을 한 후보들을 검토하면서 새 외국인투수 영입 작업에 들어갔고 그 결과물로 감보아라는 '신무기'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롯데 관계자는 "작년에도 반즈가 부상이 있을 때 대체 외국인선수로 바꿨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라면서 "올해는 외국인선수 담당 파트에서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했다. 또 작년보다 높은 순위에 위치하고 있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롯데는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에서 뛰었던 감보아를 영입하기 위해 43만 달러를 투자했다. 연봉 30만 달러, 인센티브 3만 달러에 이적료 10만 달러까지 소요된 것이다.
감보아는 메이저리그 경력은 없지만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선발투수로 나온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롯데는 "감보아는 높은 타점에서 구사하는 평균 151km의 강속구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역시 감보아의 주무기는 패스트볼이다. 지난 2023년 7월 16일 새크라멘토 리버 캣츠와의 트리플A 경기에서는 시속 99마일(159km)에 달하는 강속구를 던지기도 했다. 올해는 트리플A에서 최고 구속 96.6마일(155km)을 찍었다.
감보아는 롯데 구단을 통해 "KBO 리그 최고 인기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어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라면서 "팀의 일원으로 빠르게 적응해 개인 성적보다는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선발 투수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보였다.
롯데가 빠르게 움직인 것은 그만큼 지난 시즌에 남긴 교훈이 컸다는 의미다. 또한 올 시즌 가을야구를 향한 열망을 읽을 수 있다. 이제 감보아가 롯데의 기대 만큼 던지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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