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살만에 "그런 사람 또 없다" 극찬…시리아 대통령 만나서는 "터프 가이" 중동 순방서 브로맨스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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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지난 13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투자포럼 행사에 함께 참석 중인 모습./로이터=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부터 시작한 중동 순방에서 선택한 외교전략은 '브로맨스'(남성 간의 친밀감 표시)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평가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순방 첫 방문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일정 후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이별하며 "당신이 너무 좋다"(I like you too much)고 인사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는 공항까지 직접 배웅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슴에 손을 얹고 이같이 인사하는 것으로 화답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야드 일정 내내 빈살만 왕세자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제재 해제를 발표한 뒤 한 투자포럼 기조연설에서 "왕세자를 위해 내가 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굉장한 사람", "그런 사람 또 없다"며 빈살만 왕세자에 대한 극찬을 늘어놨다.
빈살만 왕세자 초청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에 대해서도 "매력적인 사람, "박력 있다" 등의 호평을 했다고 한다. 미국과 시리아는 오랜 기간 적대 관계였던 데다, 샤라 대통령은 9·11 테러를 주동한 알카에다에 관여한 전력이 있다. 시리아 제재를 해제한 것도 모자라 샤라 대통령과 직접 회담하고 호평한 것은 파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만나서도 "아주 멋진 사람"이라는 등 칭찬 일색이었다고 한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을 비난, 조롱했던 것을 생각하면 대조적인 처사"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전략 초점이 걸프만 국가들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걸프만 국가들에 치중하는 것은 이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란 견제를 위한 포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약속하고 하마스, 헤즈볼라 등 이슬람 무장단체 지원을 중단하라고 이란을 압박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아브라함 협정 확대를 제안한 것도 이란 견제를 위해서다. 아브라함 협정은 2020년 이스라엘과 UAE의 수교 협정인데, 미국과 중동 국가가 이란 견제라는 공동 목표 아래 이해관계를 모은 사건으로 여겨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샤라 대통령에게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권유했고, 사우디도 적절한 때 협정에 합류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관계에서 정상 간 친분을 중시한다. WSJ는 이런 외교 방식이 중동 전략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면서 "(정상 간 친분이) 어려운 협상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으나 외국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방식은 개인 이해관계 때문에 왜곡될 공산이 크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 측에서 중동 순방 일정에 골프 라운딩을 추가하자고 제안했지만 미국 측에서 거절했다고 한다. 이해충돌 논란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국부펀드(PIF) 후원을 받는 골프리그 LIV는 트럼프 대통령 골프장에 수백만 달러의 사용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프로골프협회(PGA)와 LIV 간 갈등이 빚어졌을 때 LIV를 옹호하는 쪽이었다.
UAE에 기반을 둔 첨단기술 벤처 MGX가 암호화폐 기업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이 출시한 코인을 매개로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 20억 달러(2조78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도 문제시되고 있다.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백악관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의 아들 잭, 알렉스 위트코프가 설립한 회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MGX 투자 결정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 왕실에서 4억 달러(5560억원) 상당의 보잉 747 항공기 선물을 제안받았다는 의혹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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