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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사람도 없는데 무슨 소용"... 김문수가 재점화한 그린벨트 논란 [H공약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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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사람도 없는데 무슨 소용"... 김문수가 재점화한 그린벨트 논란 [H공약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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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그린벨트 권한, 지자체 100% 이양"
지방소멸 대응 취지... "지역 산업 재생 의도"
"이미 있는 지방 산단에도 공실" 난개발 우려
권한 이양 범위, 견제책 없인 '선심성' 그칠 듯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경남 밀양시 밀양관아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밀양=하상윤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경남 밀양시 밀양관아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밀양=하상윤기자


"인구가 줄고 사람이 떠나는 지방에 왜 그린벨트 개발제한구역을 둬야 하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15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3 대선 공약으로 연일 '비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권 지방정부 완전 이양'을 내세우고 있다. 그린벨트 개발을 각 지방자치단체 재량으로 맡겨 지역 소멸을 막는데 활용하자는 취지다. 다만 권한 이양 수준과 적용 범위 등 세부사항을 명확히하지 않은 채 "대통령 취임 한 달 이내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권을 모두 넘기겠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오히려 지방 산업단지 공실률이 높은 상황이라 추가 개발의 실익이 적고 투기만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방소멸 대응 위해 과감한 규제 완화?


공식 선거 운동 시작일인 12일부터 15일까지, 김 후보는 대전,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 등 지역을 돌며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린벨트 해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행법상 수도권 시도지사는 30만㎡, 비수도권 시도지사는 100만㎡ 이하의 그린벨트만 해제할 수 있다. 그 이상의 면적은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해제 권한이 있다.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에 한정해 이같은 권한의 제약을 모두 없애고 지자체 스스로 신속히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김 후보의 주장이다. '대선 10대 공약' 등으로 문서화하지는 않았으나, 김 후보 본인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는 공약이라는 설명이다.

"시골에 땅만 남아돌고 사람이 없으니 그린벨트가 필요 없다"는 김 후보의 12일(대전) 발언에서 보듯, 공약의 취지는 '지방소멸 대응'이다. 김문수 캠프 정책 담당자는 15일 "비수도권의 인구 유입, 지역 산업 재생, 기업 유치를 통한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그린벨트 해제권의 지방 이양은 지역경제 활력을 높이고 국토이용을 효율화하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 측은 공약이 실현되면 기존 공장 인근 집적 산업용지 수요가 크지만 인접한 그린벨트로 추가 개발이 어려웠던 울산 등 지역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있는 산단도 공실"... 세심한 접근 필요 지적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방 인구가 줄어 '있는 산단'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개발제한해제로 난개발과 투기 수요만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은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지방에 있는 산단들도 공실이 많아지는 추세"라며 "있는 걸 제대로 활용할 방법부터 고민해야 하는데 무작정 지자체에 해제 권한을 늘려주는 건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미 윤석열 정부에서 17년 만에 전국 그린벨트를 대거 해제했고, 조건부지만 '환경평가 1·2등급지' 개발제한 규제까지 풀어준 만큼 더 이상의 규제 완화는 그린벨트 정책 취지 자체를 무색케 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무엇보다 구체적 추진 방안 없이는 '선거철 레토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당장 김 후보 말대로 별다른 견제 장치도 없이 지자체에 권한만 100% 이양하면 부적절한 지역 결탁 등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 그린벨트 해제가 '지역 전략 산업 육성'이라는 성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는 정책이고, 그냥 (권한 이양만) 하면 비리의 온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중앙의 적절한 개입 방안이나 권한 이양 및 확대의 세부 범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지방정부가 포괄적 권한을 갖되 중앙정부와 협의를 거치게 하는 완충장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