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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계약 해지의 함의: 홈플러스 '청산 공포'에 빠진 날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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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계약 해지의 함의: 홈플러스 '청산 공포'에 빠진 날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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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홈플러스가 임대료 조정협상이 무산된 17개 점포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사진|뉴시스]

홈플러스가 임대료 조정협상이 무산된 17개 점포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사진|뉴시스]


홈플러스가 14일 "임대 점포 17곳의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임대인과 임대료 조정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포의 임대차 계약을 해지했다는 거다. 홈플러스 측은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는 6월 12일 전까지 협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지만 노동자와 입점 점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사실상 '청산'을 위한 절차에 들어선 것 아니냔 우려 때문이다.

지난 3월 4일부터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일부 점포가 폐점 위기에 놓였다. 점포 임대인들과 임대료 조정협상을 진행해온 홈플러스가 17개 점포의 계약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현재 홈플러스 점포 126곳 중 임대 점포는 68개다. 홈플러스는 이중 61개 점포를 두고 임대인과 임대료 조정협상을 벌여왔다.

홈플러스 측은 임대인들에게 임대료 30~50% 인하를 요구했지만 일부 임대인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6월 12일 전까지 임대인들과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진척을 이루지 못할 경우 해당 점포는 사실상 폐점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참고: 홈플러스의 임대 점포가 증가한 건 점포를 매각한 후 재임대하는 '세일앤드리스백(sale and lease back)' 방식을 적극적으로 펼쳐왔기 때문이다. 2015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달라진 변화다.]

문제는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1~2년 내 재계약 기간이 도래하는 점포가 적지 않다"면서 "임대인이 임대료 미납을 이유로 임대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경우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3월 4일 이후 지급 시기가 도래하는 점포의 임대료 지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참고: 홈플러스의 임대료 부담은 연간 4500억원(이하 2024년 기준) 수준이다. 장단기 리스부채는 4억9719억원에 이른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설령 일부 점포가 영업을 중단하더라도 해당 점포 소속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할 것"이라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노동자의 생각은 다르다. 홈플러스 노조 관계자는 "임대료 협상이 결렬된 점포의 계약해지를 통보한 건 사실상 구조조정을 시작한 것"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지역의 경우 시 단위에 홈플러스 점포가 하나 있는데 거주 지역까지 옮기면서 다닐 수 있는 노동자가 얼마나 되겠나. 결국 퇴사할 수밖에 없는데, 사실상 인위적인 구조조정이다."

홈플러스 측이 노동자와 소비자, 입점업체 점주 등의 동요를 우려해 계약 해지 점포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는 노동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어느 점포가 폐점할지 모르니 대다수의 노동자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이는 홈플러스에 입점한 입점업체 점주들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판매대금을 제때 정산받지 못할까 애를 태우는 점주들로선 폐점의 공포까지 떠안은 셈이다. 지난 14일 열린 '중소상인ㆍ자영업자 민생위기 성토대회'에 참여한 김병국 홈플러스 입점점주협의회 회장은 이같이 지적했다.

"판매대금 정산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불안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일부 점주는 자구책으로 홈플러스 결제 단말기가 아닌 자체 결제 단말기를 도입하고 있는데, 홈플러스 측은 이들에게 '계약상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협박성 내용증명을 보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운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이번 홈플러스 사태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받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2015년 막대한 차입금을 끌어다 홈플러스를 인수한 게 이 사태의 발단이라는 거다. 한국신용평가사는 14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 인수 시점부터 인수금융의 실질적인 상환 의무를 부담했다. 과중한 차입금과 금융비용 부담에 보유 점포 매각을 지속해왔다. 그로 인해 자체 경쟁력이 약화하고, 임차료 부담이 증가하면서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사진|뉴시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사진|뉴시스]



비난 여론이 커지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3월 16일 입장문을 내고 "사재를 출연해 소상공인 결제대금을 변제하겠다"고 밝혔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틀 후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홈플러스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 출장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다. 이후 두달이 훌쩍 흐른 지금까지 사재 출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노동자든 점주든 결국 기댈 건 정치권뿐이지만 대선 정국 속에서 국회마저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홈플러스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3월 18일)에서 "MBK파트너스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놓인 홈플러스 사태는 어디로 흘러갈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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